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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천정배 의원의 합류가 국민의당에 미칠 영향

약육강식과 적자생존의 자연생태계에서 공생은 약자들이 살아남기 위해 선택하는 고육지책의 하나다. 개미와 아카시아 나무는 이같은 공생관계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경우다. 아카시아 나무는 개미에게 살 수 있는 공간과 수액을 내어주고, 개미는 이에 대한 보답으로 초식동물이나 다른 곤충들의 침입으로부터 나무를 지켜준다. 서로의 존재가 둘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전형적인 공생관계의 모습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들의 공생관계에 기막힌 변화가 일어났다. 밀렵과 생태계 파괴로 아프리카에서 대형 초식동물이 줄어들자 아카시아 나무가 더 이상 개미에게 살 공간과 수액을 제공해 주지 않는 것이다. 그러자 이번에는 개미의 역습이 시작됐다. 개미가 아카시아 나무에 스스로 구멍을 뚫고 수액을 빨아먹기 시작한 것이다. 외부의 적에 맞서 아름다운 공생관계를 유지하던 개미와 아카시아 나무는 이제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투쟁하는 적대관계로 돌아서 버렸다.



ⓒ 국민일보



국민의당과 국민회의의 통합 선언을 보면서 문뜩 개미와 아카시아 나무의 일화가 생각이 났다. 두 세력간의 통합이 아름다운 공생관계로 비춰지지 않는 까닭이다. 국민의당과 국민회의의 통합은 말이 통합이지 국민회의의 천정배 의원이 국민의당에 합류했다고 보는 것이 더 적확할 것이다. 국민의당은 현역의원이 15명인데 반해 국민회의는 천정배 의원 1인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당대당 통합임에도 국민의당 당명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한 것도 이같은 현실이 반영된 결과일 것이다.

천정배 의원의 국민의당 합류는 원내교섭단체 구성에 사활을 걸고 있는 국민의당과 존재감이 거의 없는 국민회의의 이해타산이 맞아 떨어진 결과다. 정치공학적 차원의 합종연횡이 국민을 위한 정치적 고뇌의 결단으로 포장되는 모습은 우리 정치의 익숙한 풍경 중의 하나였다. 이를 감안해 본다면 
낡은 정치의 구태를 정치개혁과 혁신으로 봐줄 국민이 과연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어쨌든 천정배 위원의 합류로 국민의당은 분위기가 한껏 고무된 것은 사실이다. 국민의당은 인재영입과정에서의 해프닝과 한상진 공동창당준비위원장의 이승만 국부 발언, 김한길 의원을 중심으로 한 더불어민주당 탈당파와 안철수 의원과의 공천권 갈등이 언론에 공개되는 등 창당도 하기 전부터 크고 작은 내홍에 휩싸이고 있었다.

여기에 탈당을 기대했던 더불어민주당의 호남 위원들과 박영선 의원이 당 잔류를 선언함으로써 원내교섭단체 구성마저 낙관할 수 없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설상가상으로 정당 지지율도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전국적인 지지율에서 더불어민주당과의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는 반면, 호남지역에서는 오히려 그 반대 양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1야당을 차지하겠다던 당찬 결의와는 달리 당안팎의 사정은 이처럼 곳곳에서 빨간불이 켜진 상태였다. 



ⓒ 시사뉴스투데이



이런 상황에서 천정배 의원이 합류한 것이다. 국민의당 입장으로서는 신당 창당의 컨벤션효과가 사라지고, 지지기반인 호남에서의 민심 이탈이 역력해지자 호남출신의 천정배 의원을 영입함으로써 분위기 반전을 도모하겠다는 심산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천정배 의원의 합류는 국민의당에게 있어 또 하나의 잠재적 불안요소가 될 확률이 대단히 농후하다.

천정배 의원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국민의당의 정체성에 대해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며 강한 비판을 했왔던 인물이었다. 국민의당에 합류한 호남의원들을 향해서는 구태 정치인이라 낙인찍었던 장본인이기도 했다. 국민의당의 정체성에 본질적인 의문을 제기하며 주축 의원들을 '혁신의 대상'으로 규정했던 천정배 의원이 돌연 그들과 함께 '국민을 위한 통합'을 운운하는 건 생뚱맞기 그지없는 일이다당의 헤게모니를 둘러싸고 앞으로 이들 사이에 갈등이 연출될 가능성이 높다.

야권연대를 바라보는 안철수 의원과 천정배 의원 사이의 입장 차이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안철수 의원이 더불어민주당과의 연대는 절대로 없다며 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데 비해 천정배 의원은 야권연대의 필요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 뚜렷한 인식 차이는 향후 야권연대를 둘러싸고 당내 갈등을 부추기는 여지를 남긴다


이처럼 총선을 앞두고 당내 권력다툼과 공천권 갈등이 불을 보듯 뻔한 상황에서 정치 철학과 노선이 다른 천정배 위원의 합류는 동상이몽을 꿈꾸고 있는 국민의당의 내부 상황과 맞물려 당의 혼란과 분란을 더욱 부추기는 뇌관이 될지도 모른다.



ⓒ 오마이뉴스



주지한 것처럼 천정배 의원의 합류는 양측의 정치공학적 이해타산의 결과물이다. 총선과 원내교섭단체 구성을 위해 하루 속히 몸집을 불려야 하는 국민의당과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높여야만 했던 천정배 의원, 두 세력의 곤궁한 처지가 만들어낸 촌극인 것이다. 이번 통합에 명분과 감동이 없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될 수 있는 곳이 비루한 정치판이다. 그러나 이와 같이 명분과 감동이 없는 정치공학적 통합으로는 절대로 민심을 얻을 수 없다. 우리 정치의 역사는 이를 여실히 입증한다. 천정배 위원의 국민의당 합류에서 개미와 아카시아 나무의 불행한 결말이 떠오르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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