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치

차라리 사내답게 '스트립바'에 갔다고 말하라

ⓒ 오마이뉴스


최교일 자유한국당 의원(57·경북 영주시문경시예천군)이 2016년 가을 미국 뉴욕 연수 중 스트립바를 방문했다는 의혹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미국에서 20여년간 가이드를 했다는 대니얼 조씨의 폭로로 시작된 이번 논란은 최 의원의 반박과 조씨의 추가 폭로, 최 의원의 재반박과 조씨의 재재반박이 이어지면서 진실게임 양상으로 흐르는 모양새다. 

조씨의 최초 폭로 이후 줄곧 스트립바 방문 사실을 부인하던 최 의원은 1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최 의원은 "일행들과 맨하탄 32번가 '상하이 몽'이라는 식당에서 식사 후 33번가에 있는 주점에 갔다"며 "노출한 무희들이 있었고, 다른 스테이지에서 춤추고 했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기존의 입장에서 한 발 물러나 스트립바에 간 사실이 있음을 인정한 셈이다. 

그러나 최 의원은 "미국은 주마다 법은 틀리지만 뉴욕 맨해튼에서는 술집에서 옷을 다 벗는 스트립 주점은 없다고 한다"며 "당시 대니얼 조에게 편하게 술 한잔 하는 곳으로 가자고 했을 뿐 스트립쇼를 하는 곳으로 가자고 안내해 달라고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최 의원이 스트립바로 안내해 달라고 했다는 조씨의 주장을 반박한 것이다. 


앞서 조씨는 지난달 3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2016년 9월 당시 뉴욕에 연수를 왔던 경북 지역 국회의원 C모 의원이 "저녁 식사 후 스트립바를 가자고 강요했다"고 폭로했다. 

이어 "강압적인 분위기에 못 이겨 그분들을 그 쪽으로 안내하고, 두세 시간 동안 스트립 쇼가 끝나길 기다렸다가 호텔로 모시고 간 경험이 있다"며 “C의원은 연수 동행자들에게 1달러씩을 스트립 댄서에게 팁으로 주라고 주도했다”고 주장했다. 

방송 이후 조씨가 언급한 C씨는 최 의원인 것으로 밝혀졌다. 조씨는 최 의원이 스트립바 방문 사실을 강하게 부인하자 1일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추가 폭로에 나섰다. 

조씨는 "(최 의원이 간 곳은)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면 무희들이 춤추는 주변에 앉아서 술을 시켜먹는 그러한 곳"이라며 "무희들한테 돈을 주면 앞에 가까이 와서 옷을 하나하나 벗기도 하고, 또 20불을 내면 개인적으로 프라이빗룸에 가서 노래 한 곡이 끝날 때까지 무릎 위에 앉는다든지 개인 쇼를 보는 완전한 스트립바"라고 주장했다. 

미국법상 술을 파는 곳에서는 스트립쇼를 하는 것이 금지돼 있다는 최 의원의 주장도 반박했다. 조씨는 "입장할 때는 18세 이상을 입장시킨다"며 "입장이 되면 거기서 술과 음료수를 돈을 따로 내고 시켜먹는, 추가로 시켜먹는 스트립바"라고 설명했다. 조씨는 '최교일 의원 일행 테이블에서도 춤을 췄다는 것인가'라는 질문에도 "당연하다"며 "노출한 무희들이 있었고, 다른 스테이지에서 춤추고 했던 것 같다"고 밝힌 최 의원의 주장을 반박했다. 

조씨는 추가 인터뷰에서 당시 건네받은 최 의원과 보좌관 박모씨의 명함, 스케줄표, 참가 명단 등을 공개했고,  동행했던 운전사 역시 당시 상황을 기억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최 의원이 스트립바에 방문했다는 조씨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후속 보도도 잇따르고 있다. <JTBC 뉴스>, <경향신문> 등에 따르면, 실제 미국내 유흥업소 소개 사이트인 '클럽존'(ClubZone)에서는 뉴욕  파라다이스 클럽(현재는 Rick's Cabaret New York으로 상호가 바뀐 상태)의 업종을 'Strip Club'으로 분류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클럽 소개 글에서도 "Slowly touch the table dance room or two girls show, champagne jacuzzi, topless billiards, S & M, shower show..."(천천히 만질 수 있는 댄스 룸이나 두 여성 쇼, 샴페인 거품 목욕, 상반신 누드 당구, 샤워 쇼...) 등의 내용이 기술돼 있다. 웹 검색을 통해서도 파라다이스 클럽은 'Adult Entertainment'(성인 유흥업소)로 소개돼 있다.


ⓒ 오마이뉴스


그러나 최 의원은 관련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여전히 자신이 강요해서 간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다른 한편으론 조씨의 폭로에 정치적 의도가 있다며 역공에 나서고 있다.

최 의원은 조씨가 "2017년 4월 민주당의 제19대 대선 중앙선대위 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정책자문위원으로 임명장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해 7월 워싱턴DC에서 열린 문 대통령 부부의 오찬에도 초대받았다"며 "대니얼 조 카카오톡 프로필에 민주당 안민석 의원과 같이 찍은 사진도 있다"고 덧붙였다. 최 의원은 민주당이 수여한 것으로 추정되는 임명장과 사진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인터뷰에서 자신은 특정 정당과 관련이 없다고 밝힌 조씨의 순수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스트립바 출입 의혹'을 야당에 대한 편파 보도이자 야권 탄압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조씨는 최 의원의 기자회견 직후 이뤄진 <노컷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스트립바에 간 게 확실하니까 내가 민주당과 관련이 있는 것처럼 몰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조씨의 폭로에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최 의원의 역공에도 불구하고 세간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설령 조씨가 민주당과 깊은 연관이 있다는 최 의원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 논란의 본질은 두말할 것도 없이, 조씨와 민주당의 관계가 아니라 연수 중 보인 최 의원의 부적절하고 부도덕한 행동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상황을 종합해 보면, 최 의원이 뉴욕 연수 당시 스트립바에 출입한 정황은 아주 뚜렷해 보인다. 국민 혈세로 품위유지비까지 수령하고 있으면서, 최 의원은 국회의원에게 요구되는 '국회의원윤리강령'을 정면으로 위반한 셈이다. 그럼에도 최 의원은 사과나 반성은커녕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관련 사실을 부인하는가 하면, 야권 탄압 프레임으로 사건의 본질을 호도하려고 하고 있다. 후안무치가 따로 없다. 

최 의원은 지난 2010년 법무부 검찰국장 재직 당시 서지현 검사의 '미투' 폭로로 드러난 안태근 전 검사(구속)의 성추행 사건을 덮은 당사자로 지목받고 있다. 지난 연말에는 예천군의회 가이드 폭행 사건에 이름을 올린 무소속 박종철 의원(한국당 탈당)의 공천을 적극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서지현 검사 성추행 무마 의혹', '박 의원 공천 논란'에 이어 '스트립바 출입 논란'까지 '3연타'를 날리고 있는 셈이다. 최 의원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배경이다. 



 바람 언덕이 1인 미디어로 자립할 수 있도록 응원해 주세요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