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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짐 로저스의 뼈아픈 일침.."남북 평화체제를 왜 반대하나?"

ⓒ 오마이뉴스


"이번 하노이 회담이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결과가 나오고 나서 전 세계에서 제일 좋아한 사람이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 아니었나. 그 각료들도 희색이 만면해 잘됐다고 하고, 3.1절에 그 장면을 보니 매우 화가 났다. 그런데 우리 대한민국 국민, 북한 인민 중 이 회담 결렬을 기뻐하는 사람은 없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의외로 아베 총리만 기뻐하는 게 아니었다"

"우리 주변과 일부 언론에도 그런 분이 있는 것 같아서 마음이 참 아프다. 아무리 민족주의가 문명의 대세는 아니라 하더라도 국민국가 단위로 살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이 일을 두고 기뻐하는 심리를 정말 이해하기 어렵다. 하노이 회담 결렬 소식을  아베가 좋아한다. 이 말을 3.1절 논평으로 대신한다"

지난 2일 ‘유시민의 알릴레오’ 9화 특집방송에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방송을 갈무리하며 내놓은 논평이다. 지난 2월 27~28일 이틀간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북미정상회담 결과에 아베 내각이 반색하고 있다며, 대한민국에서도 그와 비슷한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고 꼬집은 것이다.

제2차 북미정상회담 합의 불발의 여진이 가시질 않고 있다. 회담이 결렬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훨씬 더 충격적이다. 실제 2차 북미정상회담은 합의문 초안이 마련되었을 만큼 실무협상 과정이 매끄러웠다. 양국 정상 역시 수차례 서로를 치켜세우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어 나갔다.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실천적·구체적 방안이 도출될 것이라는 국내외의 기대가 쏟아졌던 배경이다.

그러나 확대정상회담이 진행되면서 스텝이 꼬였다. 당초 이번 회담에 배제된 것으로 알려졌던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등장하면서 일순간에 분위기가 달라졌다. 북미는 비핵화와 그에 따른 상응조치에 대한 이견을 드러내며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전 세계를 당혹시킨 반전 드라마는 그렇게 허무하게 끝이 났다.

그러나 그보다 더 안타까운 것은, 어쩌면 그 이후에 벌어지고 있는 일인지도 모른다. 우리나라는 일본제국주의 식민지배의 상처와 아픔을 여전히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아베 총리뿐만이 아니라 이 사회에도 남북 화해와 평화, 통일을 달가와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는 유 이사장의 논평에 자괴감이 드는 이유다. 아무리 정파적 논리와 이념이 다르다 해도 이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보편적 정서와 인식의 문제가 아닌가.

세계 유일의 분단국이자 마지막 남은 냉전지대인 대한민국의 씁쓸한 현실이 이 장면 속에 고스란히 투영되고  있다. 그런데 이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 건 외국인에게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세계적 투자 전문가인 짐 로저스가 제2차 북미정상회담과 관련해 일본 정부의 속셈과 통일 한국의 미래를 예측해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8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로저스는 동북아 국가 중 유일하게 "일본만 아주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며 "새로 창조될 한국과 여러 가지 이유로 경쟁을 할 수가 없기 때문에 어떻게든지 방해하려고 여러 가지 노력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로저스는 이미 여러 차례에 걸쳐 통일 한국의 미래에 대해 긍정적인 관측을 내놓은 바 있다. 그는 이날도 "앞으로 10년, 20년은 한국이 (세계 흐름을) 주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아베는 앞으로 한국하고 일본이 경쟁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되기를 희망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통일 한국과 경쟁해야 하는 일본의 처지를 의식해 남북·북미관계 개선을 탐탁치 않게 여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 오마이뉴스


로저스는 대한민국을 향해서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국내에서도 일본처럼 이 회담이 결렬되기를 희망했고, 결렬되니까 기뻐하는 사람들이 일부 있다. 그런 한국인들에게 해 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라는 질문에 뼈아픈 일침을 날린 것.


"저는 지금 북한의 개방이 한국을 위해서, 동북아를 위해서, 아시아를 위해서, 세계를 위해서 일어날 수 있는 최고 좋은 소식 중에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한국이 한반도에서 5,000년을 잘살고 있었어요. 지금 미군이 한국에 주둔을 한 지 70년입니다. 그런데 왜 한국이 스스로의 운명을 자기 손에 움켜쥐고, 자기의 운명을 결정하면서 사는 삶을 선택하지 않나요? 왜 미국이 하라는 대로 하는 그런 삶을 살고, 미국이 그렇게 하도록 둡니까? 북한이 개방이 되게 된다면 한국은 앞으로 10년에서 20년 동안 세계에서 가장 신나는, 흥분된 그런 장소가 될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걸 왜 반대를 할까요? 물론 반대를 하면서 뭔가 얻는 게 있으니까 그렇긴 하겠지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개방이 됐을 때 한국이, 세계가 이렇게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걸 그것을 갖다가 한국인들이 반드시 지지해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지금 남한도 그렇고 북한도 그렇고 어마어마한 금액을 국방비에 쓰고 있습니다. 이 돈을 꼭 이렇게 써야 합니까? 차라리 이 돈을 우리가 클럽을 가거나 K-POP 콘서트를 가거나 다른 데 더 좋은 데 쓸 때가 많은데, 이런 돈을 여기에 이렇게 쓰고 있다는 거예요. 이게 미친 짓이 아닐까요? 여기에 대해서 반대를 하는 사람들, 얻는 게 있어서, 자기가 개인적인 사적으로 얻는 게 있어서 분명히 그럴 거라는 것을 우리가 간파를 해야 합니다"

로저스의 눈에 비친 대한민국은 희망과 위기가 교차하는 땅이다. 그의 예측처럼 북한의 개혁·개방은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가져오는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남한의 자본력과 기술력, 북한의 값싼 노동력과 자원 등이 결합한다면 사회·경제에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낳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구체적으로 산업, 광물, 물류, 곡물, 관광, 서비스업 등 많은 분야에서 기업 투자가 가능해지고, 일자리 창출 역시 기대해 볼 수 있다. 철도와 도로를 통해 중국과 러시아, 유럽은 물론 동남아까지 수출이 가능해진다. 남북 평화체제가 확립되고 통일의 기반이 구축된다면 천문학적으로 들어가는 국방비를 교육과 의료, 복지 등에 투입할 수도 있다.

통일 한국이 향후 10년 이내에 중국을 능가하는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는 로저스의 예측은 이같은 상황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일 것이다. 박근혜 정부 당시 보수언론과 보수진영이 "통일은 대박", "통일이 미래"라고 역설했던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문제는 로저스와 달리 그들의 입장이 정치공학에 따라 천양지차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언제는 대북투자를 늘리고, 철도, 도로, 항만 등 북한의 기간 산업을 활성화시켜 통일 이후를 대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더니 이제는 그와는 정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공존의 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 받는 남북정상회담을 "위장평화쇼"라 폄훼하는가 하면, 남북경협을 "퍼주기"라 맹비난하고, 급기야 북미정상회담 결렬에 반색하는 모습마저 보이고 있는 것이다.

대북정책은 상호 존중과 호혜의 정신을 바탕으로 일관성과 원칙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래야 우발적 충돌과 분쟁을 막을 수 있고, 안정적으로 관계 개선과 교류 확대를 이어갈 수 있다. 정략적 대응은 불확실성과 불신을 가중시켜 남북관계의 악화와 안보 불안으로 이어진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가 그랬다.  임기응변식 대응과 적대적 대북정책으로 남북관계가 얼어붙고 안보 위기가 초래됐다. 천안함 사건, 연평도 포격,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 2~5차 북핵 실험이 잇따라 터졌고, 그 결과 남북관계는 파탄나고 전쟁위기가 고조됐다. 이것이 보수정권이 신봉하고 있는 대북 강경정책의 '역설'이다.

대북정책이 정략에 따라, 진영논리에 따라 오락가락 춤을 춘다.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는 헌법 제4조와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이래서는 남북 평화와 공동 번영은 물론이고 통일 역시 점점 더 요원해 질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 정부라면, 정치인이라면, 국민이라면 누구나 헌법에 명시된 남북의 평화증진과 통일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푸른 눈의 외국인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일 터다. 

남북관계의 안녕과 발전이 왜 중요한가. 평화와 통일의 본질적인 의미는 무엇인가. 이를 반대하는 세력은 과연 누구인가. 우리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한다. 국가와 민족의 생존과 번영, 미래가 바로 여기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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