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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존립이냐, 분열이냐..기로에 서있는 바른미래당의 선택은?

ⓒ 오마이뉴스

 

폭풍전야입니다. 바른미래당이 심각한 내홍에 휩싸였습니다. 4·3 보궐선거 참패 책임을 놓고 바른정당계와 국민의당계가 강하게 충돌하면서입니다. 바른정당계는 손학규 대표 및 지도부 총사퇴를 요구하고 있고, 국민의당계는 단합을 강조하며 현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두 진영은 지난 5일 열렸던 의원총회에서 강하게 부딪혔습니다. 바른정당 출신 이준석 최고위원은 "수많은 판단 미스로 진정성이 신뢰를 받지 못해 안타깝지만, 책임을 회피해선 안 된다"며 "지도체제가 바뀌어야 하고, 조기 전당대회를 준비했으면 한다. 그것이 싫다면 재신임 투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바른정당 출신 권은희 최고위원 역시 "지지율 3.57%는 '바른미래는 지금이 아니다'라는 국민의 메시지"라며 "손학규 방식을 국민이 아니라고 하는데 손 대표가 결단하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창원·성산 지역구에서 이재환 바른미래당 후보는 3.57%를 얻는데 그쳤습니다. 3.79%를 기록한 손석형 민중당 후보에게도 뒤진 4위입니다. 손 대표가 창원에 상주하며 총력을 기울인 선거였다는 점에서 굉장히 실망스러운 성적표입니다.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은 민심이 확연히 드러난 이상 손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책임를 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대로는 당의 존립을 기약하기 어려운 만큼 신임 지도부를 선출하거나 비대위 체제로 전환해 출구를 모색해야 한다는 판단입니다.

이에 반해 국민의당계는 현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입장입니다. 김수민 최고위원은 의총에서 "이번 선거로 제3의 길이 어렵다는 것을 알았지만 흩어지면 죽는다"며 "창당 정신을 세우기 위해 당대표, 원내대표 중심으로 뭉쳐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보궐선거 패배 책임론으로 손 대표를 흔들어서도, 당이 분열해서도 안 된다는 것입니다.

김관영 원내대표 역시 "이럴 때일수록 당이 단합해서 창당정신을 구현해야 한다"며 "정치 개혁, 민생 개혁 등 길을 매진하기 위해 모두가 힘을 합해주길 부탁한다"고 방어막을 쳤습니다. 창원·성산 보궐선거 결과를 놓고 지도부 총사퇴를 주장하는 것은 지나친 요구라는 지적입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유튜브 채널에서 손 대표를 "찌질하다", "벽창호"라고 언급한 이언주 의원에게  이날 당 윤리위원회가 '당원권 1년 정지'의 중징계를 내린 것도 당내 갈등을 증폭시키는 요인이라는 분석입니다. 이 의원의 대한 두 진영의 입장이 미묘하게 엇갈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앞서 이 의원은 지난달 20일 유튜브 채널 <고성국TV>에 출연해 손학규 대표를 향해 "창원에서 숙식하는 것을 보면 정말 찌질하다", "완전히 벽창호다" 등의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어 논란에 휩싸인 바 있습니다. 특히 국민의당계는 이 의원의 행태를 해당행위로 간주하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26일 김정화 대변인은 논평에서 "사람아 입이 꽃처럼 고아라. 그래야 말도 꽃같이 하리라, 사람아"라는 시구를 인용해 이 의원을 "오물 투척꾼"이라 맹비난했고, 27일에는 원외 지역위원장 7명이 "대한민국 정치를 흙탕물로 만드는 미꾸라지와 같은 존재"라며 이 의원의 의원직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 오마이뉴스


반면 바른정당계는 이 의원에 대한 징계보다 지도부 사퇴가 먼저라고 주장합니다. 하태경 의원은 5일 페이스북에 "이언주 의원 중징계는 지나치다. 보선 참패 징계 1순위는 당 지도부다. 창피할 정도의 최악의 선거 참패를 하고 당원과 국민에게 희망도 못 주는 현 지도부가 먼저 심판의 대상"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이준석 최고위원 역시 페이스북에 "김부겸 장관이 과거 당내에서 '찌질이'라는 말로 다른 의원의 정치적 행위를 비판했다"고 소개하면서 "민주당에서 이거 징계하자는 얘기조차 나왔다는 말을 못 들었다"며 중징계를 내린 윤리위를 우회적으로 비판했습니다.

이처럼 보궐선거 패배, 이 의원 중징계를 둘러싸고 바른정당계와 국민의당계의 파열음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두 진영이 사실상 결별 수순에 돌입한 것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입니다. 실제 이날 의총에서는 '분당' 관련 목소리가 분출돼 눈길을 끌었습니다.

국민의당 출신 이찬열 의원이 "국민이 우리를 콩가루 정당이라고 보고 있는데 이제 깨끗하게 갈라서고 제 갈 길을 가는 게 서로를 위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며 "떠날 사람은 떠나고, 남은 사람은 함께 뭉쳐 새집을 짓고 끝없이 단결해야 할 때"라고 작심 발언을 한 것입니다. 현역 의원의 입을 통해 '분당' 관련 입장이 구체적으로 표명됐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남다릅니다. 

사실 바른미래당의 분당 가능성이 제기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바른미래당은 합리적 진보세력과 개혁적 보수세력이 손잡고 한국 정치의 고질병인 진영논리와 지역주의를 허물겠다며 창당한 정당입니다. 그러나 한자리수 지지율이 말해주듯 국민의 지지를 얻는데는 실패했다는 평가입니다.

관련해 다양한 분석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합당 당시 강령에 들어갈 문구를 놓고 갈등에 휩싸인 것에서 드러나듯 두 진영 사이의 정체성 차이가 너무 크다는 분석입니다. '노선 갈등'이라는 시한폭탄을 안고 출발한 한지붕 두 가족의 불안한 동거에 각계의 우려가 잇따랐던 배경입니다. 

정체성의 괴리는 이후 바른미래당의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됐습니다. 두 세력은 외교·안보 등 중요 현안에서 뚜렷한 이견을 드러내며 힘을 하나로 규합하지 못했습니다. 내재된 갈등은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의 선거제도 개혁 패스트트랙 추진 과정에서 결국 폭발했습니다. 패스트트랙을 결행하려던 당 지도부를 향해 유승민 의원을 비롯한 바른정당계가 반기를 든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보궐선거 패배는 당내 갈등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습니다. 문제는 창당 주역인 안철수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의 리더십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사실입니다. 안 전 대표는 지방선거 패배 이후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 있는 상태이며, 유 의원은 지도부의 요청에도 당과 거리를 두며 정중동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21대 총선이 1년 여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차기 총선은 정개개편을 촉발시키는 블랙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한국당을 중심으로 보수통합 움직임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데다, 다른 한쪽에서는 민주평화당과 민주당과의 합당 가능성도 솔솔 풍기고 있는 실정입니다.

바른미래당 역시 총선발 정개개편의 소용돌이를 피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존재감이 미미한 바른미래당의 냉정한 현실을 고려하면 내부의 동요와 이탈이 불가피해 보이는 까닭입니다.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통합을 명분으로 한 원심력은 커지는 반면, 바른미래당 내부의 구심력은 갈수록 약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기득권 양당제의 폐해를 뼈저리게 경험해온 유권자들에게 합리적 중도개혁 정당의 존재는 그 자체로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관건은 기성 정치에 대한 환멸과 염증을 상쇄시킬 수 있는 대안과 가치, 비전을 제시해 줄 수 있느냐의 여부일 것입니다. 바른미래당은 과연 어떻게 될까요? 존립이냐, 분열이냐. 기로에 서있는 바른미래당의 '선택'이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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