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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 재개 시사한 홍준표..그의 발언이 화제가 되고 있는 이유

ⓒ 오마이뉴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15일 귀국했다. 미국에 체류한지 두 달여만이다. 이날 인천공항은 그의 귀국을 환영하는 지지자들과 취재를 나온 기자들로 북새통을 이루었다. 개중에는 그에게 넙쭉 큰 절을 하는 사람도 눈에 띄었다. '썩어도 준치'라더니 홍준표는 역시나 '홍준표'였다. 

뜨거운 열기에 고무됐던 것일까. 그의 얼굴에선 연신 흐뭇한 미소가 흘러넘쳤다. 미국행은 사실상 도피성 외유에 가까웠다. 한국당은 지방선거에서 굴욕적인 참패를 당했고 이후 심각하게 흔들렸다. 모든 화살이 대표였던 그에게 집중됐다.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잇따라 패배하면서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했다. 일각에서는 재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그러나 이날의 풍경은 그같은 예상이 빗나갔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그에게서는 더 이상 패장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대중의 시선에서 멀어져 있던 두 달 사이, 그는 지방선거 패배의 쓰라린 기억을 털어내고 금의환양했다. 그는 당당했고 표정에선 자신감이 넘쳐났다.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묻는 기자에게 홍 전 대표는 "지금 내가 할 일은 대한민국을 위해 하는 일이다. 당권을 잡으려고 새롭게 정치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우문현답이다. 정치인으로서 '홍준표'의 위상과 존재감이 사라지지 않는 한 당권은 어디까지나 종속변수에 지나지 않는다. 대선에서 패배했던 그를 얼마 지나지 않아 당 대표로 추인한 것이 바로 한국당이다. 

홍 전 대표가 조만간 정치를 재개할 것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정치감각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그다. 홍 전 대표는 이날 "여러분과 함께 봄을 찾아가는 고난의 여정을 때가 되면 다시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정치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일선에 복귀할 타이밍을 노리겠다는 의미로, 정치 재개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다.

홍 전 대표가 복귀에 자신감을 보이는 배경에는 지리멸렬한 한국당의 내부 상황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듯 보인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체제가 들어선 지 두 달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피부로 체감하는 변화와 혁신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총선과 대선, 지방선거 등 선거마다 대패하고도 한국당은 반성은커녕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지 않는 수구·냉전적 이념과 노선에 사로잡혀 시대착오적인 행태를 답습해오고 있을 뿐이다. 보수의 가치를 재정립하고 당을 환골탈태시키겠다며 출범한 김병준 비대위 체제도 그와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시대흐름에 걸맞게 정체성을  재정립하고, 강력한 인적쇄신을 동반한 혁신 작업을 통해  당의 체질을 개선시켜야 함에도 근본적인 변화는 감지되지 않고 있다. 

그 결과 한국당 지지율은 김병준 비대위 출범 당시와 비교해 별반 차이가 없다. 이는 김병준 비대위의 혁신 작업이 지지부진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대대적인 쇄신 작업으로 자생력을 키워야 할 시점에 정부 정책이라면 무조건 반대하고 보는 정치공학적 진영논리에 매달리고 있으니 국민의 신뢰를 여전히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 동아일보


홍 전 대표의 자신감은 한국당의 이같은 상황과 무관치 않다. 홍 전 대표는 이날 '전당대회에 나설 경우 당 일각에서는 제명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질문에 "이해가 되지 않는다. 친박들이 내가 겁이 나는 모양인가"라고 되받아쳤다. 김병준 비대위 출범 이후에도 여전히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당내 상황의 빈틈을 정확하게 꿰뚫어 보고 있는 것이다. 

김병준 비대위 체제가 지금처럼 공회전을 거듭한다면 홍 전 대표의 등판 시점은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그 이후다. 정치 복귀에 확고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는 홍 전 대표가 뛰어넘어야 할 산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선 당내에 계파가 없다는 것이 큰 고민거리다. 이날 공항에는 현역 의원으로는 유일하게 강효상 의원만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는 홍 전 대표의 세가 크지 않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지방선거를 치르면서 당 내부의 신뢰도 많이 잃은 모습이다. 홍 전 대표는 지방선거 당시 공천 문제로 홍역을 톡톡히 앓았다. 곳곳에서 사천 논란이 벌어졌고 이 과정에서 홍 전 대표의 리더십이 큰 상처를 입었다는 게 중론이다. 대표 재임 시절 독선·독단적인 당 운영으로 여러 차례 불협화음에 휩싸이기도 했다. 당내에 홍 전 대표의 복귀를 탐탁치 않게 여기고 있는 '반홍' '비홍' 세력이 여전히 많다는 것도 불안요소다. 

당 내부 문제를 뛰어넘는다 해도 그것이 끝이 아니다. 홍 전 대표를 가로막는 최대의 난관은 싸늘한 여론이다. 김병준 비대위에 앞서 한국당을 진두지휘했던 당사자가 바로 홍 전 대표다. 지난 2017년 7월 3일 홍 전 대표는 난파선이나 다름없던 한국당의 새로운 선장으로 선출됐다. 한국당의 몰락 원인으로 손꼽히던 왜곡된 보수성을 회복시키는 일이 과제로 주어진 셈이다. 반세기가 넘도록 사골 우려먹듯 우려먹은 반공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 보수의 가치를 새로이 확립해달라는 주문 말이다.

그러나 모두가 아는 것처럼, 그는 이 시대적 요청과는 거리가 먼 인식의 소유자였다. 그는 극단적 언행으로 늘 화제를 몰고다녔다. 막말이 쏟아질 때마다 당안팎에선 뜨거운 논쟁이 펼쳐졌고, 지지율이 요동쳤다. 대표로서의 품격있는 언행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당내부로부터 터져나오는가 하면, 지방선거 당시에는 한국당 소속 광역단체장 후보들이 소속 정당 대표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이례적인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그러나 홍 전 대표는 지난 일들은 크게 개의치 않는 모양이다. "추석 전에 들어올 것"이라 공언한대로 그는 돌아왔고, 정치 복귀를 저울질 하고 있다. "홍준표 대통령", "홍준표는 옳았다" 등을 외치는 열혈 지지자들은 그의 결단을 앞당기는 촉매가 될 터다. 그래서였을까. '패전지장'임에도 '개선장군'처럼 돌아온 그의 언행 속에서는 여유와 함께 강한 자신감마저 읽힌다. 

흥미로운 것은 홍 전 대표의 복귀를 바라는 이들이 단지 지지자들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홍 전 대표에 비판적인 사람들 역시 그의 정치 복귀를 내심 반기는 모양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홍 전 대표가 사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우스갯소리가 떠돌았던 것과 같은 맥락일 것이다. 정치 복귀 시점을 계산하고 있을 홍 전 대표가 간과해서는 안 되는 웃지못할 촌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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