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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부의 담뱃세 인상은 결국 대국민 사기였다

결국 예상한 대로였고, 우려한 대로였다. 한치의 오차도 없었다. 절대다수의 국민들이 말도 안된다며, 사실을 왜곡하고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라며 담뱃세 인상에 반대할 때, 정부는 국민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담뱃세 인상은 절대 세수확보 차원의 서민증세가 아니며, 오로지 국민의 건강을 위해 추진되고 있는 정부시책이라고. 정부의 선의를 왜곡하지 말고, 믿어달라고. 그들은 의혹의 눈길을 보내는 국민들에게 이렇게 말했었다.

그러나 정부의 주장은 결국 고양이가 쥐 생각해주는 꼴이었으며, 하얀 가루를 뒤짚어 쓴 채 "내가 너희들의 엄마다"라고 속삭이던 늑대와 다를 바 없는 거짓말이었다. 국민의 건강증진이 목적이라던 정부의 담뱃세 인상이 결국 세수확보 차원에서 이루어진 대국민 사기극이며, 결국 가뜩이나 어려운 서민의 등꼴을 빼먹는 서민증세였다는 증거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최근 언론을 통해 공개되고 있는 정부의 거짓말들은 사실 새로운 것은 전혀 없다. 이미 담뱃세 인상 계획을 발표할 무렵부터 많은 조세 전문가와 학자, 시민단체 등에서 정부 주장의 허구성과 서민 증세의 부당함을 신랄하게 비판한 바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집권여당인 새누리당 내에서조차도 건강증진을 내세운 정부의 담뱃세 인상 근거는 앞뒤 논리가 부족하다며 그 조악함을 지적한 적이 있었을 정도였다. 정부가 내세웠던 이런저런 주장들과 논리들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어불성설'에 불과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정부는 담뱃세 인상은 서민증세와는 아무런 연관이 없을 뿐만 아니리 국민건강을 위해서라도 더 이상은 미룰 수 없다며 인상을 강행했다. 올초 담뱃값은 그렇게 갑자기 2000원이나 올랐다. 그리고 오른 담뱃값 중 세금만 무려 3323원에 달한다. 담뱃값이 오른 것이 아니라 담뱃세가 오른 것이라는 주장은 그래서 설득력을 얻는다.

무릇 언어는 사고를 지배한다. 정부는 세금을 인상한 부담으로부터 탈피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담뱃세 인상이 아닌 담뱃값이 인상된 것이라 설파해왔다. 그러나 입은 삐뚤어져도 말은 바로 하랬다고 오른 것은 담뱃값이 아니라 세금이다. 그것도 대다수 서민들이 애용하는 담뱃세를 인상한 명백한 서민증세다.





담뱃세 인상이 서민증세라는 말을 오래 전에 사용했던 일단의 부류들이 있었다. 바로 얼마 전 담뱃세 인상을 주도했던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그 주인공들이다. 참여정부 시절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정부가 담배값을 500원 인상하려 하자, 담배가 서민들이 애용하는 것이니만큼 담뱃세 인상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강력하게 반대를 했다. 한나라당 역시 공식 논평을 통해 "정부의 담뱃값 인상 시도는 부족한 세수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며 담뱃값 인상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 나라의 대통령과 집권여당은 이처럼 한 입으로 두 말하는 경우가 다반사인 사람들이다. 더욱 가관인 것은 자신들의 입장 변화에 대한 그 어떠한 해명조차 없다는 점이다. 국민의 권익보다 정치공학을 우선순위에 두는 사람들, 정치공학에 따라 표리부동하게 움직이길 즐겨하는 사람들이 국정을 운영하고 법을 만드는 나라에서라면 국민은 언제나 뒷전이고 찬밥일 수 밖에 없다. 저들이 국민 알기를 아주 우습게 여긴다는 뜻이다. 담뱃세 인상이야말로 이를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명징한 사례다.

애초 정부는 담뱃세 인상을 주도하면서 국책연구원인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전망에 크게 의존했다. 사실상의 정부직속인 이 기관에서 전망한 예상치는 그러나 실제와는 커다란 괴리를 보이고 있다. 일례로 이 기관이 분석한 자료에 의하면 담뱃값이 8500원으로 오르면 판매량이 0인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담뱃값이 8500원을 넘어서면 국민 모두가 담배를 끊는다는 분석을 내놓은 것이다. 엉터리도 이런 엉터리가 또 없다. 결국 정부는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부실한 분석을 바탕으로 담뱃세 인상의 불가피성을 피력한 셈이다. 그것도 국민의 건강을 증진시킨다는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우면서 말이다.

그러나 정부의 주장과는 달리 담뱃세 인상으로 인한 금연효과는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담배의 판매량은 연초효과가 나타난 첫 두 달을 제외하면 지속적으로 증가했고, 6월을 기준으로 예년 수준의 판매량으로 돌아갔다. 이는 정부의 주장과는 상이하게 다른 것이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엉터리 분석을 토대로 했으니 당연한 귀결일 수 밖에는 없다.

금연사업을 위해 투자를 늘리겠다는 말도 공염불에 불과했다. 정부는 올해 금연예산으로 예년에 비해 13배나 늘어난 1475억원을 책정했다고 생색을 냈지만 이는 올 한해 담배판매로 거둬들일 세수 10조원에 비하면 그야말로 새발의 피 수준이다. 게다가 정부는 내년에는 이마저도 160억원이 줄어든 1315억원을 책정했다.





이 모든 것을 종합해 보면 자신들이 담뱃세 인상에 반대하며 참여정부 시절 내세웠던 그 논리 그대로, 박근혜 정부가 국민의 건강증진을 구실로 서민이 애용하는 담뱃세를 인상해 막대한 세수를 벌어들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내 사전에 증세는 단언코 없다'를 외치던 박근혜 대통령은 증세의 당위를 국민에게 이해시키고 협조를 구하는 정공법대신, 잘못된 통계와 건강증진이라는 거짓말로 국민을 철저히 우롱했던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재벌과 부자, 기득권에게 유리하도록 재산세, 소득세, 법인세 등의 직접세는 건드리지 않으면서 세수 확보에 용이하고 서민가계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는 담뱃세, 부가가치세 등의 간접세만 올리는 방식으로 구멍난 세수를 메워가는 중이다. 이명박 정권이 집권한 이후 야심차게 추진했던 '사자방' 사업과 대규모의 국책사업이 실패하며 100조원이 넘는 국민혈세를 허공에 날려버리더니 이를 국민의 고혈로 채워 넣으려 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을 ''으로, '', '호구'로 인식하지 않는한 도저히 할 수 없는 행태를 이 나라의 대통령과 정부가 하고 있다. 10여년 전 누군가가 내뱉은 말 그대로 참으로 나쁜 정부요, 대통령이다.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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