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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경심 기소-구속, 김학의 불기소-무죄..'검찰-사법부' 왜 이러나

ⓒ 연합뉴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였다. '별장 성접대 의혹'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해 법원이 '무죄' 판결을 내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정계선)는 22일 김학의가 "지속적으로 성관계 기회를 받은 점은 인정된다"면서도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는 증거가 부족하다"며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차관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날 법원은 김학의의 성접대 혐의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판단했고, 1억3000여만원을 수수한 혐의에 대해서는 직무관련성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

앞서 김학의는 2008년 10월 자신에게 지속적으로 성접대를 제공한 여성이 건설업자 윤중천에게 갚아야 할 채무 1억원을 면제하게 해줬다는 혐의(제3자 뇌물수수)와 2006년 9월~2008년 10월 윤씨로부터 13차례에 걸쳐 액수 미상의 성접대를 받는 등 3천여만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뇌물수수)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였다.

결국 예상대로였다. 검찰의 제식구 감싸기와 봐주기 수사, 법원의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이 김학의에게 면죄부를 준 꼴이 됐다.

지난 2013년 별장 성접대 의혹이 불거진 후 검찰은 지금까지 모두 세 차례에 걸쳐 수사에 착수했다. 첫번째 수사에서 검찰은 누가 봐도 김학의가 명확해보이는 동영상 속 인물을 특정할 수 없다고 하는 등 부실 수사를 거듭하며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성폭행 피해를 당한 피해자의 고소로 진행된 두 번째 수사에서도 검찰은 단 한 차례의 소환 조사도 없이 무혐의-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정권 교체 이후 과거사 위원회의 재수사 권고로 수사가 재개됐지만, 이마저도 "공소시효 문제로 추가 수사를 진행할 수 없다", "검찰 내외부의 부당한 개입이나 압력이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혐의점을 발견할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우여곡절 끝에 검찰은 김학의를 재판에 넘겼지만 결국 공소시효 문제와 사법부의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을 한 것은 아니다'라는 논리파괴형 판결이 이어지면서 김학의는 법망을 유유히 빠져나갈 수 있게 됐다.

김학의 무죄의 일등공신(?) 단연코 검찰이다. 표창장 위조 혐의에 대해서는 공소시효에 맞춰 득달같이 기소하고, 특수부 검사 수십명을 동원 이잡듯이 수사한 끝에 결국 구속까지 시켰던 검찰은 관련 혐의가 명확하고 정황 증거도 확실했던 김학의에 대해서는 봐주기-부실 수사로 일관하며 결국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혹자는 정권이 바뀐 이후에도 달라진 것이 없다며 대통령을 욕하고, 여당의 무능을 탓하는 이들이 있다. 반칙과 특권이 난무하고, 불공정과 불평등이 만연한 현실이 펼쳐지고 있는 것에 대해 대통령과 여당의 책임이 적지는 않겠으나, 그러나 기실 정작 심각한 것은 검찰-법원-언론-의회다.

대통령 하나 바뀌었을 뿐, 검찰권력-사법권력-언론권력-의회권력은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여전히 특권 위에서 반칙과 편법, 부정을 일삼는다.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기 위해, 보다 강력한 권력을 행사하기 위해 법을 농락하고, 상식을 짓밟고, 사회공동체의 보편적 가치를 짓뭉갠다.

김학의 사건은 이 나라 검찰-사법부-언론-의회의 민낯을 여과없이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범죄 혐의가 다 드러났음에도 봐주고, 풀어주고, 눈 감아주고, 비호하는 무도한 권력의 추악한 실체를 적나라하게 드러내주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대통령이 아니라 그 너머에 있는 권력의 카르텔이다. 검찰권력-사법권력-언론권력-의회권력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치지 않는 한 누가 집권한다 해도 세상은 달라지지 않는다. 이 땅에 검찰개혁-사법개혁-언론개혁-정치개혁이 반드시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고위공직자 비리 근절을 위한 공수처법, 유권자 표심에 따라 국회 의석 구조를 바꿀 수 있는 선거법 개정은 이를 위한 첫걸음이라 할 터다. 아무리 공의가 땅에 떨어졌다고는 하나, 파렴치한 범죄 피의자에게 면죄부가 주어지는 나라라면 시쳇말로 '노답'이다. 이건 한 개인에 대한 단죄 여부를 넘어 나라의 품격에 관한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