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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전원책이 말했던 그 사람, 홍준표였나?

ⓒ 오마이뉴스


'성완종 게이트'에 연루되어 1심에서 징역 1년에 추징금 1억원을 선고받았던 홍준표 경남지사가 16일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서울고법 형사2부(이상주 부장판사)는 지난 2011년 국회 의원회관에서 홍 지사에게 현금 1억원이 담긴 쇼핑백을 전달한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의 진술이 객관적 사실과 일치하지 않는다며 홍 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윤 전 부사장이 의원회관에 출입해 홍 지사에게 금품을 전달하는 과정의 진술이 뒤바뀌는 등 진술의 일관성과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앞선 1심에서는 "일부 진술이 객관적 사실이나 다른 사람의 진술과 일치하지 않는 건 사실"이나 "금품 전달 과정에 대해 수사기관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어 신빙성을 인정할 수 있다"며 유죄 판결을 내린 바 있다. 

항소심에서 무죄가 선고되자 세간의 관심은 홍 지사의 향후 정치 행보에 쏠리고 있다. 지난해 9월26일 경남선관위가 홍 지사에 대한 주민소환 투표청구에 '각하' 결정을 내린 데 이어, 이날 2심이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에 무죄 판결을 내리면서 정치적으로 부활한 탓이다. 이에 홍 지사가 괴멸 상태에 빠진 보수진영을 구원할 수 있을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로 홍 지사의 무죄 판결 소식이 전해지자 마땅한 대선 주자가 없는 자유한국당은 한껏 고무된 표정이다. 찬 밥 더운 밥 가릴 처지가 아닌 한국당에게 홍 지사는 대단히 매력적인 카드이기 때문이다. 한국당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낙마 이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등 극심한 인물난을 겪고 있는 상태였다. 한국당 지도부가 당원권이 정지된 홍 지사의 징계를 풀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도 이같은 곤궁한 상황과 무관치 않다. 


홍 지사 또한 무죄 판결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국당을 떠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날 친박계를 향해 "양야치", "이념 없는 이익집단"이라 칭하는 등 거친 독설을 쏟아냈지만, "자유한국당은 박근혜의 사당이 아니다. 우파진영의 본산이기 때문에 떠나기 어렵다. 정치를 시작한 뒤 당의 이름이 바뀌었지만, 이 당을 떠난 적이 없다"며 당에 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 지사는 대선 출마에 대해서도 여지를 남겨뒀다.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에 "지금으로서는 그 이야기를 할 단계가 아니다"라며 즉답을 피하면서도, "절망과 무력감에 빠진 국민들에게 희망을 드릴 수 있다면 어떤 두려움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말해 출마 가능성을 열어뒀다. 탄핵 심판 과정과 향후 범여권의 상황을 지켜본 뒤 천천히 움직이겠다는 심산이다. 자신을 옭아 매던 '성완종 게이트'의 족쇄가 풀린 이상 시간이 갈수록 입지가 높아질 것이란 판단에서다.



ⓒ JTBC 썰전 화면 갈무리

실제로 정치 상황은 홍 지사에게 대단히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우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탄핵 심판의 여파로 보수진영이 구심이 사라졌다. 국정농단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한국당은 변변한 대선 후보조차 내기 힘든 처지이며, 바른정당 역시 지지율 정체로 전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황 권한대행 외에는 뚜렷한 대선 주자가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도 홍 지사의 위상을 점점 올라가게 만드는 요인이다.

홍 지사는 대표적인 보수우파 시장주의자로 명성이 자자했던 인물이다. 국민적 지탄을 받으면서도 100년이 넘도록 도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켜온 진주의료원을 폐원시킨 인물이며, 국민적 합의를 거쳐 시행되던 무상급식까지 중단시킨 뚝심(?)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게다가 홍 지사는 대중적 인지도가 높을 뿐만 아니라 탁월한 대중 선동력을 자랑한다. 게다가 산전수전 다 겪은 백전노장답게 형세 판단 능력과 노련미까지 두루 갖췄다는 평가다. 괴멸 위기 상태인 보수진영에게는 가뭄 끝에 단비 같은 존재인 것이다.

홍 지사에 대한 지지율도 상승세다. 리얼미터가 지난 8일 공개한 2월2주차(8~9일) 정당별 대선후보 적합도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홍 지사(8%)는 한국당(조사 당시 새누리당)의 대선후보 적합도에서 황 권한대행(27.4%)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이는 2월1주에 비해 4%가량 증가한 수치로, 황 권한대행에게 집중돼있는 보수진영의 표심이 경우에 따라 언제든 홍 지사쪽으로 향할 수 있음을 시사해주는 대목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홍 지사의 대권 도전이 마냥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친박계와의 오랜 앙금이 여전한 가운데 홍 지사는 당내 조직과 계파가 없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아직 상고심도 남아있는 상태이며, 대법원 판결이 나지 않은 가운데 대권 도전에 나서야 하는 점 역시 부담스럽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 지사가 대권 도전에 나설 경우 야권으로 급속하게 기울어져 있는 대선 저울추가 요동치게 될 개연성은 상당히 높다.


"오늘 방송에서 다루지 않은 분들, 지금까지 거론된 분중에 대통령이 나올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새로운 대통령 후보는) 4월말에 나타날 것"

지난 달 1월12일 방송된 JTBC '썰전'에서 '전스트라다무스'로 통하는 전원책 변호사는 대권 잠룡들에 대해 분석한 뒤 한줄 논평에서 대단히 흥미로운 발언을 했다. 당시 '썰전'에서 언급된 대권 잠룡들은 문재인, 박원순, 반기문, 안철수, 안희정, 유승민, 이재명(이름 순) 등 모두 7명이었다. 전 변호사가 지칭한 인물이 누구인지는 알 수 없으나, 시기상 그리고 흐름상 홍 지사의 이름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홍 지사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주민소환 및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정치 생명이 지극히 위태로운 상태였다. 그러나 불과 몇 달 사이에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 도지사직은 물론 법정 구속을 걱정해야 했던 홍 지사가 졸지에 보수진영의 새로운 희망이 돼가고 있는 모양새다. 기막힌 반전이 아닐 수 없다. 홍 지사에 대한 무죄 판결이 대선 판세에 어떤 파고를 몰고올지 대단히 흥미롭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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