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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전당대회 취소, 당헌 변경..자기 합리화에 빠져있는 안철수

국민의당이 지난달 31일 바른정당과의 합당 여부를 결정할 '2·4 전당대회'를 전격 취소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당 당사에서 긴급 당무회의를 주재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전당대회 대신 전당원 투표와 중앙위원회의 추인을 통해 통합문제를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안 대표는 전대 취소의 책임이 통합에 반대하는 민주평화당 측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민평당이 "불법적 방법을 이용해 전당대회를 방해하고 있고, 대표당원 명부 확정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며 날을 세운 것이다. 문제가 된 당비 대납과 이중당적 문제에 민평당이 조직적으로 개입하고 있다고 주장이다.

전대 투표권이 있는 대표당원 중 약 1000여명이 민평당 창당발기인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데다, 투표권을 얻기 위한 당비 대납이 이뤄진 정황까지 드러나자 이를 문제삼고 있는 것이다. 앞서 30일 김중로 전대준비위원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당원 중복과 당비 대납 문제를 거론하며 사실상 전대 개최가 어려워졌다고 토로한 바 있다.

이날 안 대표가 전대를 전격 취소시킨 근거도 그 때문이다. 안 대표는 "당비 대납 건이 확인된 것만 해도 엄중한 것이고, (민평당) 발기인대회를 비롯해 바로 내일부터 5개 시도당 창당대회를 개최하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거기서 2중 당적자를 포함해 여러 문제되는 분들을 저희가 도저히 구분하고 걸러낼 수 없게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민평당의 조직적 방해공작 때문에 부득불 전대를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찮다. 1000여명에 달하는 합당 반대 대표당원들이 전대에 참여해 반대표를 던졌을 경우 합당 안건이 부결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애초 당내에서 나온 중재안까지 거부하며 전대를 강행시켰던 안 대표가 돌연 취소 결정을 하게된 배경도 그와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자신에게 유리해지도록 당헌을 바꿔 합당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민의당 당헌에 따르면, 당의 해산·합당 의결은 전당대회를 통해 의결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안 대표는 합당 안건을 전당원투표를 통해 물은 뒤 중앙위에서 추인하도록 당헌을 변경시켰다. 당안팎으로부터 제기되고 있는 절차적 정당성 논란에 상관없이 합당을 강행시키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민평당 소속 의원들이 강하게 반발하는 것은 바로 이 대목이다. 민평당 창당추진위원회 대변인 장정숙 의원은 이날 논평에서 "정당과 당원의 운명을 전당대회가 아닌 전당원투표로 날치기하겠다는 것은 정당법, 당헌당규를 위반한 원천무효"라며 "안철수 대표 개인의 야욕을 위해 마지막까지 국민의당을 난도질하는 안철수 독재정치는 지구상에서 추방하는 것이 정답"이라고 맹비난했다.

박지원 대표 역시 안 대표를 강력히 성토했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국민의당 전당대회 취소라니 역시 안철수쇼는 가히 아프리카 독재국가 수준"이라며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이런 X판 정당정치가 가능한 당은 안철수 사당인 국민의당 뿐"이라고 독설을 날렸다. 절차와 과정을 무시한 채 합당을 향해 맹렬히 질주하고 있는 안 대표의 독선과 독단을 꼬집은 것이다.



ⓒ 오마이뉴스


안 대표를 향한 비판은 합당 찬성파 내부에서도 터져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합당 찬성파이자 안 대표의 비서실장인 송기석 의원은 30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충분한 소통이나 설득이 부족했던 것은 맞다. 절차적으로도 꽤 미흡했다"고 밝혔다. 합당 과정에 문제가 있음을 시인한 셈이다.

이날 송 의원은 구체적으로 시간 변경, 대표당원 모집단 축소 등 투표 가결을 위해 전대 규칙을 변경한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합당에 반대하고 있는 비례대표 출당 문제와 관련해서도 본인이라면 '출당시켰을 것'이라고 말해 안 대표를 우회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이처럼 합당 과정의 정당성 시비가 끊이질 않으면서 안 대표를 향한 당안팎의 비판도 비등해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당이 '통합개혁신당'(가칭)과 '민평당'으로 쪼개진 데다, 송 의원의 지적처럼 민주적 절차와 과정을 무시하는 편법과 꼼수가 동원되었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다 본질적인 문제는 어쩌면 따로 있는지도 모른다. 합당 과정에서 표면화된 안 대표의 '불통'이 바로 그렇다. 바른정당과의 합당은 당의 간판을 바꿔다는 문제다. 그것도 정치 철학과 노선, 가치관과 비전이 다른 정당과의 화학적 결합이다. 지방선거를 위한 정치공학적 이합집산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충분한 의견 수렴과 소통의 과정을 거쳐 진행되었어야 마땅했다.

그러나 안 대표의 방식은 그와는 거리가 멀었다. 합당을 이미 '기정사실화' 시켜놓고 이를 관철시키기 위해 결사적으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을 뿐이다. 대화를 통해 상대방을 이해시키고 설득하는 과정이 부족했다. 그마저도 여러 차례 말을 바꾸며 불신을 자초하기도 했다. 손뼉은 절대로 혼자서 쳐지지 않는다. 만신창이가 돼버린 국민의당 사태의 책임의 절반은 안 대표의 몫이다. 

갈등은 조정과 절충을 통해 극복된다. 정치는 '타협의 예술'이라는 레토릭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일각에서는 안 대표가 합당의 당위를 강조하다 보니 '자기 합리화'의 오류에 빠져있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반대파들을 설득하고 이해시키기 위해 어떤 노력들을 했는지, 자신을 향한 비판에 얼마만큼 열려 있는지 냉정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국민의당 홈페이지 '국민광장'에는 당원과 일반 국민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소통' 기능이 막혀있는 상태다. 듣지도 않고, 들리지도 않는다. 나는, 이것이 안 대표가 직면한 문제의 본질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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