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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자유총연맹도 지지선언 하는데..평양공동선언 비난에 열 올리는 한국당

ⓒ 오마이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으로 출발하기에 앞서 자유한국당을 위시한 보수진영은 크게 두 가지 면을 강조했다.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보다 구체적인 내용의 합의가 나와야 하며, 이를 김정은 국방위원장의 육성으로 직접 확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9·19 평양공동선언'에는 한국당이 요구한 이 두 가지 요건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평양공동선언문 제5항에 "북한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하에 우선 영구적으로 폐기하고", "북한은 미국이 6·12 북·미 공동성명 정신에 따라 '상응조치'를 취하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인 조치를 계속 취해 나갈 용의가 있다"고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이번 합의는 지난 4·27 판문점 공동선언 당시의 "남과 북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했다"는 원론적 합의를 뛰어넘는 북한의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가 포함돼 있다. 특히 선언문에 동창리 미사일 발사대의 폐기 과정을 미국 등 국제사회의 전문가에게 공개하겠다는 것과 미국의 상응조치에 따라 영변 핵시설을 영구적으로 폐기하겠다고 밝힌 것은 판문점 공동선언은 물론 6.12 북미회담보다 진일보했다는 평가다. 

김 위원장의 강한 비핵화 의지가 '육성'으로 확인됐다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김 위원장은 "조선반도를 핵무기도, 핵위협도 없는 평화의 땅으로 만들기 위해 적극 노력해 나아가기로 '확약'했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전 세계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비핵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직접 천명함으로써 보수진영의 육성 비핵화 약속 요구에 화답했다. 한국당이 요구해 온 두 가지 요건이 충족된 셈이다. 

그러나 한국당은 제3차 남북정상회담의 성과를 깎아내리기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문 대통령이 평양으로 출발하기 전부터 '트집'을 잡더니 귀국한 이후에도 도를 넘는 비판과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1~2차 (남북정상회담)보다 후퇴했다"(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속 빈 강정", "비핵화 시늉"(김성태 원내대표), "공허한 선언일 뿐"(윤석영 수석대변인), "이번 정상회담은 비정상적인 회담"(백승주 의원), "문 대통령은 임종석 비서실장의 대북 특사"(박성중 의원) 등 원색적인 비난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제3차 남북정상회담 이후 전개되는 국면은 한국당의 비판을 무색하게 만든다. 우선 평양공동선언 이후 멈춰있던 북미 간의 비핵화 시계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양공동선언이 나온 지 1시간 여만에 트위터에 김 위원장의 핵 사찰 수용 소식을 전하며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남북정상회담이 끝난 직후 국제원자력기구(IAEA) 본부가 있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비핵화 협상을 조속히 진행하자고 북측에 제안했다. 다음 주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에 리용호 외무상을 초청해 비핵화 협상을 재개하겠다는 입장도 표명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비핵화 종료 시점에 대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종료되는 오는 2021년 1월까지 끝내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는 김 위원장이 지난 5일 대북특사단을 통해 제시한 비핵화 시간표를 미국이 수용했다는 뜻으로, 향후 양국 간 협상에 따라 비핵화 과정이 급물살을 탈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당의 주장대로 평양공동선언이 "속 빈 강정"에 불과한 "비핵화 시늉"이나 "공허한 선언"에 불과했다면 교착상태에 빠져있던 비핵화 시계가 이처럼 빠르게 돌아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평양공동선언 이후 지난 3개월 동안 멈춰서 있던 북미 간의 비핵화 협상 채널이 다시 가동되기 시작한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일 터다. 방북에 앞서 문 대통령이 직접 밝힌 것처럼 이번 정상회담의 목표는 북미 간 비핵화 협상 재개를 위한 중재 역할에 방점이 찍혀있었기 때문이다 .

북한 주민들과 격의 없이 소통하며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의 위상을 마음껏 드러낸 것도 주목할 만하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15만 평양 시민 앞에서 비핵화와 전쟁 없는 한반도의 평화와 공존, 번영을 역설하는 역사적인 장면을 만들어냈다. 북한 주민들에게 90도로 머리 숙여 인사하는 모습에서는 대한민국이 민주주의의 국가임을 상징적으로 드러냈다는 평가도 나온다. 1인 독재 체제를 유지해온 북한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장면을 문 대통령이 연출했다는 분석이다. 


ⓒ 오마이뉴스


그러나 한국당은 역시나 요지부동이다. 그들은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급물살을 타기 시작한 남북 평화 분위기가 영 못마땅하다는 듯한 행태를 계속해서 고수하고 있다. 제3차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평가 역시 다르지 않다. 한국당은 남북정상이 합의한 선언문에 미국의 상응조치라는 조건이 달려있는 것과 핵시설과 핵물질 리스트 등 북한의 현재와 과거 핵 검증을 위한 세부적 내용이 빠져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평양공동선언의 의미를 평가절하하고 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을 마치고 귀국한 직후 열린 대국민 보고를 통해 선언문에 담기지 않은 것들이 있음을 시사한 것을 고려하면 양국 정상이 드러나지 않은 것 이상의 내용을 심도있게 논의했을 가능성이 높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역시 공식 발표 외에도 많은 비핵화 논의가 있었다고 밝혀 이같은 추론에 무게를 실었다. 비핵화는 전적으로 북미 간의 문제라는 점에서 정상회담선언문에 이를 명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도 상당하다. 그럼에도 한국당은 이같은 맥락은 모두 무시한 채 제3차 남북정상회담의 성과를 '비판'하고, '부정'하기에 급급하고 있다. 

한국당의 인식은 국민 여론과도 상당한 괴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리얼미터가 CBS의 의뢰로 지난 20일 전국 성인 501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한 결과(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포인트)에 따르면, 조사대상의 71.6%가 "잘했다"고 평가한 반면 "잘못했다"는 부정평가는 22.1%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70%가 넘는 국민들이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과는 크게 다른 인식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자세한 조사 내용과 개요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보수단체인 한국자유총연맹(자총)은 20일 성명서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한반도를 항구적 평화지대로 만들자는 '9월 평양공동선언'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자총은 "한반도의 획기적 번영과 민족의 역사적 숙원을 이루기 위한 거대한 발걸음으로 높이 평가한다"며 4·27 판문점 공동선언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지지 입장을 표명했던 국내 최대 규모의 보수단체다.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한반도는 크게 요동치고 있다. 남북의 명운이 걸려있는 대격변의 시기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그에 발맞춰 대한민국과 북한, 미국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350만 회원을 거느린 최대 보수단체인 자총마저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그러나 유독 한국당만 외따로이 가고 있는 형국이다. 서울의 봄이 평양의 가을로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거부할 수 없는 시대적·역사적 흐름 앞에 8천만 겨레가 서있다는 사실을 그들만 모르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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