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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반대, 알고보니 배후는 보훈처

36주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을 앞두고 '임을 위한 행진곡'의 제창 여부를 둘러싼 뜨거운 공방이 펼쳐지고 있다. 정부는 한사코 안 된다는 입장이고, 5.18 단체와 야당, 시민사회는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합창이냐 제창이냐를 두고 벌써 8년째 되풀이되고 있는 장면이다.

국가보훈처는 지난 16 "올해 행사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은 공식 식순에 포함해 합창단이 합창하고 원하는 사람은 따라 부를 수 있도록 '참석자 자율 의사'를 존중하면서  노래에 대한 찬반 논란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하겠다"는 공식입장을 내놓았다. '임을 위한 행진곡' '찬반 논란'을 앞세워 각계의 비난을 비켜가겠다는 심산이다.

5.18 단체와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특히 야권은 정부의 방침이 전해지자 청와대 회동에서 '국론 분열이 생기지 않는 좋은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박 대통령의 약속을 상기시키며,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국가보훈처장에 대한 해임촉구결의안을 제출하기로 하는 등 강력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 오마이뉴스



이와 관련해서 가장 흥미로운 인물은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이다. 그는 국가유공자와 보훈가족의 삶을 위해 각종 보훈정책을 수립하고, 독립, 호국, 민주화 관련 정신을 계승 발전시켜야 할 주무부처의 수장이면서도 오히려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정신과 의미를 폄하하고 축소시키는데 앞장서고 있다.

그는 보훈처장에 취임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인 지난 2011 12월 광복회 워크샵에서 "이만큼 살게 된 것은 모두 박정희의 공입니다누구를 뽑아야 할 지 알지요?"라는 발언으로 공무원의 선거 중립 위반 논란을 일으킨 전력이 있다. 그가 설립한 단체인 '국가발전미래교육협의회'의 안보 강연에 "촛불시위대는 종북세력이며전 민주당 대표의 '국민의 명령 백만 민란운동'은 간첩세력"이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이밖에도 그는 2012년 총선을 앞두고 박정희 전 대통령을 찬양하고 반유신 민주화 운동을 종북활동이라 폄하하고 왜곡하는 DVD를 배포해 물의를 일으키는가 하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서도 부적절한 발언으로 도마 위에 오르는 등 숱한 논쟁과 구설에 휩싸이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민주주의를 꽃피우는 기폭제가 되었던 민주화운동을 종북활동이라고 매도하는 인물이, 민주주의에 대한 몰이해로 가득한 문제적 인물이 민주화 관련 정신을 계승 발전시켜야 하는 정부기관의 책임자라는 사실부터가 넌센스나 다름이 없다. 보훈처가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한사코 반대하는 이유가 다른 곳에 있는 것이 아닌 것이다.

넌센스는 또 있다. 보훈처는 '임을 위한 행진곡'의 제창을 불허하는 이유가 이 노래에 대한 '찬반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국론 분열이 우려되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그런데 그 근거가 참으로 요상하다. 그들이 말하는 반대 여론의 출처가 황당하기 짝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 2013 19대 국회는 '임을 위한 행진곡'의 기념곡지정 촉구결의안을 채택했다. 그러자 보훈처는 여론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며 기념곡 지정을 유보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어 보훈처는 국회의 결의안 촉구 후속조치에 대한 질의 답변에서  기념곡 지정을 반대하는 14개 단체의 이름을 당당히 공개했다.

이 단체들은 '광복회', '재향군인회', '상이군경회', '전몰군경유족회', '전몰군경미망인회', '재의동지회', '6·25 참전 유공자회', '고엽제전우회', '월남전참전회' 등 하나같이 관변단체들이 대부분이었다. 그것도 자신들과 뗄레야 뗄 수 없는 단체들이었다. 결국 보훈처가 말하는 반대 여론이라는 것은 자신들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관변단체의 의견이었던 셈이다. (이들 관변단체들은 애국단체총협의회 명의로 정부의 결정을 환영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를 종합해 보면 보훈처가 자신들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관변단체들의 의견을 취합해 이를 반대 여론의 근거로 삼았다는 추론이 가능해진다. '어버이연합 게이트'를 통해 드러난 청와대·정부기관과 관변단체 사이의 커넥션 의혹을 떠올려 보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둘러싼 '찬반 논란'의 실체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 오마이뉴스



박 대통령은 지난 13 3당 원내지도부와의 회담에서 "국론 분열이 생기지 않는 좋은 방안을 찾아볼 것을 국가보훈처에 지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보훈처가 내놓은 방안은 이전과 달라진 것이 전혀 없다. 둘 중의 하나일 것이다. 박 대통령과 보훈처가 한통속이거나, 보훈처가 대통령의 지시를 완전히 무시했거나. 전자라면 박 대통령이 국회와 국민을 기만한 것이고, 후자라면 공직 기강이 완전히 허물어졌다는 의미다.

이래나저래나 민주주의에 대한 강렬한 열망을 상징하는 '임을 위한 행진곡'은 올해도 5·18 민주화운동기념식에서 제창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지게 됐다. 정부는 이 노래에 대한 '찬반 논란' 때문에 어쩔 수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 '찬반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당사자는 박근혜 정부 자신이다. 여론을 호도하고 나아가 국론 분열을 일으키는 주체가 과연 누구인지 그들에게 묻지 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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