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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임은정 검찰총장? 가능성을 살펴보니

ⓒ 오마이뉴스

 

4일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경찰청 국정감사. 참고인으로 출석한 임은정 울산지방검찰청 부장검사는 검찰을 비판하는데 한치의 망설임이 없었다.

 

검찰을 향한 임 검사의 일침은 "검찰이 없어져도 할 말이 없을 만큼 내부는 난장판이다"라는 말 속에 모두 담겨져 있다. 검찰이 어쩌다가 "없어져도 될 만큼", "난장판"이 돼버린 걸까.

 

있으나 마나한 존재, 아니 있으면 오히려 문제가 되는 존재. 정의와 공의의 심판자가 돼야 할 검찰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씁쓸한 풍경이리라.

 

직설적이다 못해 신랄한, 아니 비수처럼 서늘하다 해야 옳을 임 검사의 일성은 오직 한 방향을 가리킨다. 검찰개혁. 검찰은 반드시 개혁되야 한다는 대명제가 그 것이다. 뼛속까지 드러낸다는 심정으로, 조직을 처음부터 다시 세운다는 자세로 밑바닥부터 모조리 뜯어고쳐야 한다.

 

그러나 녹록치 않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검찰개혁에 반대하는 검찰내부의 반발과 저항의 역사가 그만큼 길고 모진 탓이다. 정권이 수없이 바뀌어도 그간 검찰공화국이 굳건히 유지돼온 실질적인 배경이다.

 

검찰개혁의 적임자라 여겼던 윤석열 검찰총장 체제에서도 사정은 다를 바 없다. 조국 법무부 장관 수사에서 보듯 '윤석열 검찰' 역시 검찰개혁에 대한 반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날 임 검사가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때, 국정원 간부들과 직원들이 기소유예와 입건유예를 하는 등의 수사결과 보도자료를 읽으며 현실을 잘 아는 검사로서 부득이 타협에 한탄했고, (교과서적인 검사상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았다. 불의의 어둠을 걷어내는 용기가 부족했다"고 꼬집은 것도 '윤석열 체제'의 한계를 보여주는 방증이다.

 

윤 총장에게 실망한 많는 사람들이 차기 검찰총장으로 임 검사를 지목하고 있는 모양이다.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꽤나 흥미로운 가정이다. 검찰은 상명하복을 지고지순의 미덕으로 여긴다. '검사동일체'란 말도 그로부터 파생됐다.

 

기수와 서열을 강조하는 전근대적 문화의 구습이 뿌리내린 조직결사체가 바로 검찰이다. 그런 이유로 윤 총장(사법연수원 23기)이 임명될 당시 그보다 기수가 같거나 높은 검찰 고위직 상당수가 옷을 벗었다.

 

검찰개혁의 핵심이 검경수사권 조정, 공수처도입 등의 제도적 장치와 인사개혁에 있다는 것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임 검사의 기수는 30기. 만약 임 검사가 검찰총장이 된다면, 자연스럽게(?) 인적청산을 기대해 볼 수도 있을 터다. 더욱이 임 검사는 (윤 총장과 달리) 평검사 시절부터 검찰개혁에 대한 소신을 줄기차게 밝혀온 검찰내 대표적 개혁주의자다.

 

아쉽게도 유쾌·상쾌·통쾌한 이 가정이 당장 현실이 될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가능성이 낮다는 것과 상상은 전혀 별개의 문제다. 언제나 그랬듯 사회를 발전시켜온 원동력은 '상상력'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담대하고 도발적인, '정치적 상상력'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