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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이정현 의원의 '라면 비유'에 대한 반론

정치인들은 비유를 잘 활용합니다. 직접적으로 사물과 현상을 설명하기에는 아무래도 너무 먼 길을 돌아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시간으로 보나 그 효과로 보나 비효율적이며 비능률적인 일입니다. 그러나 비유는 짧은 대신 강렬한 메시지를 국민들에게 호소할 수 있습니다. 경제적 측면으로  본다면 이보다 더 효과적인 자기주장이 또 없는 셈입니다. 비유는 정치인들이 국민들과 소통하는 방법 중의 하나로 아주 유효합니다.





진보정의당 노회찬 전 대표는 비유에 관한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정치인 중의 한 사람입니다. '독보적'이라는 표현이 이럴 때엔 딱 어울립니다. 그는 상대방의 허를 찌르는 한 마디의 말이 수천 마디의 말을 제압한다는 의미인 '촌철살인'이라는 수식어에 가장 적합한 정치인입니다스타 연예인이 구름관중을 몰고다니듯 노회찬 전 대표의 비유는 언제나 화제를 불러 모으며 국민들의 입에 오르내립니다. 정치현안에 대한 그의 비유가 이처럼 국민들의 뜨거운 관심을 불러 모으며 화제를 일으키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그의 비유가 핵심에 아주 충실할 뿐만 아니라 정곡을 찌르는 날카로운 비판의식까지 갖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그의 비유에는 시의적절함까지 담겨 있습니다. 정치의 복잡한 이면과 본질을 한 두 문장으로 간결하게 압축해서, 그것도 통쾌하게 표현하고 있으니 국민들의  환호가 잇따르는 것은 당연합니다.

정치인들이 비유를 통해 국민들과 소통하려는 모습은 여야가 따로 없습니다. 언급한대로 비유는 짧은 몇 문장 안에 정치적 의도를 강렬하게 어필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모든 비유가 국민들의 호응을 이끌어 낼 수는 없습니다. 결국 비유가 성공적이냐 그렇지 못하느냐의 차이는 시의적절하게 현상의 핵심을 담아낼 수 있느냐 없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노회찬 전 대표의 경우처럼 말입니다.

박근혜 대통령도 심심치않게 비유를 사용하곤 합니다. 바로 얼마 전에도 박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국회의 부동산 3법 늑장처리를 지적하면서 우리 경제를 "아주 퉁퉁 불어터진 국수"라고 비유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박 대통령의 '국수비유'는 국민들의 지독한 냉소와 혹독한 비판에 직면해야만 했습니다. 비판의 대열에 참가한 사람들은 비단 국민들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경제전문가들과 심지어 친박 진영에서도 박 대통령의 경제인식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습니다.

특히 '원조친박'으로 불리며 새누리당의 경제통으로 통하는 이혜훈 전 최고의원은 "박 대통령의 인식은 부동산 3법이 경제를 살리는 묘약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는데 그렇게 보기 어렵다" "건설경기가 전체를 끌고가는 시대도 아니고, 시간이 지나면 오히려 많은 부작용을 낳을 우려가 있는 법"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경제전문가들의 견해는 그보다 더 신랄합니다. 박근혜 정부의 부동산 정책으로 단순히 집거래량만 늘어난 것이 아니라 집값과 전세값이 동반 상승했기 때문에 이는 결과적으로 서민경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주택시장을 왜곡시키는 투기장려책에 불과하다고 혀를 내두르고 있습니다.

박 대통령의 비유가 국민들과 경제전문가는 물론이고 같은 여당내에서조차 공감받지 못하고 있는 까닭은 단순명료합니다. 그녀의 비유가 잘못된 인식을 바탕으로 부적절하게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진보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의 표현을 빌자면, "서민들은 '불어터진 국수'는 커녕 국물조차 구경도 못한 채, 국수 값만 지불한"셈입니다. 애초부터 잘못 설계된 부동산 3법으로 서민들은 빚을 내서 집을 샀고, 그 결과 천정부지로 치솟은 전세값과 사상최악의 가계부채로 말미암아 서민들의 등골이 휠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박 대통령의 비유는 왜곡과 기만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국민들이 호응과 환호대신 비판과 비난을 보내고 있는 이유입니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있는 박 대통령의 처지가 못내 안타까워서였을까요. 박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우던 새누리당 이정현 최고의원이 흑기사를 자처하고 나섰습니다. 그는 지난 25 MBN '뉴스&이슈'에 출연해 박근혜 대통령을 변호하기 위해 애를 쓰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는 친박실세들이 모두 청와대로 떠나가고 당내 친박이 사실상 와해된 상황에서도 박 대통령을 향한 변함없는 충성을 보여주고 있는 충정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입니다. 정치적 입장을 떠나 곧 끈이 떨어질지도 모르는 주군을 향한 변치않는 마음만은 평가할만 합니다.

그러나 그 마음을 제외하면 그의 주장은 곳곳에 왜곡과 오류들로 가득합니다. 가히 그 주군에 그 가신답습니다. 주장의 오류들을 일일이 다 거론하기에는 지면이 벅찰 것 같아서 대표적인 것 몇 가지만 살펴보겠습니다. 이것들만으로도 그의 주장이 얼마나 조악하며 왜곡 일변도인지는 여실히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그는 먼저 문제가 되고 있는 부동산 3법에 대한 박 대통령의 인식을 적극적으로 옹호하고 나섰습니다. 그는 부동산 거래량이 비약적으로 상승했고, 이로 인해 시장이 꿈틀대며 살아나는 효과가 바로 나타났다고 주장합니다. 그의 말은 반은 맞고 반을 틀립니다.  왜 그럴까요? 부동산 3법은 결국 건설경기를 부추기기 위한 법안입니다. 건설경기가 활성화되면 덩달아 경제도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의 발로인 셈입니다. 실제로 서울의 아파트 가격 상승 효과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정현 최고의원의 주장대로 거래량이 늘고 있는 겁니다. 그러나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문제가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먼저 아파트값 상승을 견인하고 있는 지역은 서초, 강동, 강남, 송파 등 재건축을 앞둔 지역이 대부분입니다. 아파트 재건축을 둘러싸고 투기바람이 일고 있는 겁니다. 정상적인 거래량 증가로 볼 수 없는 이유입니다. 또한 전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습니다.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라는 정부의 권유를 따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뜻입니다. 이는 권장할만한 사항도 아니고 그렇다고 저들처럼 반길만한 사항은 더더욱 아닙니다. 오히려 가계부채만 확대시키는 위험요소만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이를 종합해 보면 결국 정부가 집값이 상승할 것이라는 장미빛 전망으로 국민들의 투기심리를 조장하고 있다는 것으로 밖에는 설명이 안됩니다. 그것도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가계부채를 늘리는 것도 마다하지 않고 있으니 미국 연준의 금리인상에 즈음하여 한꺼번에 터질 지뢰들을 정부가 앞장 서서 묻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공약 미이행에 대한 지적에 대해 이정현 최고 의원이 '라면'에 비유한 것도 잘못된 인식과 시의적절함이 결여되어 있다는 점에서 역시 실패한 비유에 해당합니다. 그는 "집권 2년이 지났음에도 벌써 공약을 이행했네 안 했네 거짓말이네, 이건 비판이 아니라 비난"이라며 "컵라면도 빨리 먹으려면 5분은 걸리는데 2분 걸려 먹으면 못 먹는다"고 말해 아직 공약의 미이행에 대해 평가하는 것은 이르다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이정현 최고의원의 주장대로 정권의 평가는 정권의 임기가 끝난 이후에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러나 공약의 이행여부에 대한 평가는 그것과는 본질이 다릅니다. 이미 박 대통령이 내세웠던 수많은 대선 공약들이 파기되거나 축소되었습니다. 이를 일일히 열거하면 손가락과 발가락을 다 합쳐도 모자랍니다. 공약 파기와 축소에 대한 국민들의 문제제기는 책임을 묻는 과정의 일부입니다. 국민들이 대선공약 파기에 대해 비판을 가하는 것은 주권자로서의 권리입니다. 또한 국민들의 비판은 명확한 사실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이를 근거없는 거짓으로 관련사실을 과장하며 나쁘게 말하는 비난과 견주는 것은 어불성설에 불과합니다.

이 밖에도 박 대통령에게는 친인척 비리나 계파 비리가 없다비선실세들의 국정농단이 없었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 내에서 소통을 잘 하고 있다고  말하는 대목에서는 그저 웃프다는 말이 저절로 나올 수 밖에는 없습니다. 이는 검찰조직이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 대한민국에서나 가능한 한가한 소리이며, 소통의 ''자도 모르는 정치인의 실없는 ''에 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어제(28) 서울역 광장에서는 박근혜 정권을 규탄하는 범국민대회가 열렸습니다. 매서운 꽃샘추위 속에서도 5000(경찰 추산 3000)의 시민들이 모여 전세값 폭등, 서민증세, 민생파탄에 대한 책임을 물으며 "박근혜 대통령은 물러가라"는 구호를 외쳤습니다. 국정원의 대선불법개입 촛불시위 이후 대규모 집회에서 이 구호가 등장한 것은 처음입니다. 이는 박근혜 정권을 바라보는 민심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강력한 신호입니다.


또한 국민들의 의문이 컵라면을 5분 동안 기다려 먹을 가치가 있느냐의 차원으로까지 나아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대부분의 사람들은 컵라면이 잘 익었는지 확인해 보기 위해 중간에 뚜껑을 열어 봅니다젓가락으로 면을 휘저어 보기도 하고 냄새를 맡아 보기도 합니다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온갖 역한 냄새가 진동합니다포장지에는 분명히 진한 사골국물 맛을 느낄 수 있다고 적혀있는데도저히 먹을 수 있는 상태가 아닙니다이럴  때는 기다릴 이유가 없습니다과감히 버리는 것이 상책입니다기다려 봐야 시간낭비일 뿐이고행여 먹기라도 한다면 응급실로 실려가야 할지도 모릅니다. '될 성 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속담이나 '싹수가 노랗다'는 관용구는 괜히 생긴 말이 아닙니다.

민심이 이렇게 흉흉한데도 박 대통령과 청와대, 집권여당의 최고위원이라는 사람의 인식은 저 멀리 안드로메다에 가 있는 것만 같습니다. 박 대통령의 "불어터진 국수"나 이정현 최고위원의 "라면" 비유는 국민정서와는 떨어져도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비록 불어터진 국수라도 먹고 싶은 국민들이지만 썩은내 진동하는 라면이 익기를 기다려 줄 것 같지는 않습니다. 박 대통령과 집권여당이 정신차리지 않는다면 점점 더 많는 국민들이 새 라면을 내오라고 요구할 것입니다.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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