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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이상호 기자 고소한 MBC에게 명예란

MBC가 이상호 고발뉴스 기자를 명예훼손 및 모욕혐의로 고소할 모양이다.  지난 2012년 12월, 당시 자사기자였던 이상호 기자를 '명예실추와 품위유지 위반'이라는 명목으로 해고하더니 이번에는 고소를 하겠다 한다. 이상호 기자가 지난 8일 고발뉴스를 진행하면서 'MBC가 언론이기를 포기한 노골적인 왜곡보도로 대통령을 옹위하고 있다'는 허위사실을 보도해 MBC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는 것이다. 또한 이상호 기자가 MBC뉴스를 '기자가 아닌 시용기자가 만드는 뉴스가 아닌 흉기'로 지칭하는 등 공용방송인 MBC를 모욕했다는 것도 문제 삼고 있다. 





이상호 기자가 MBC로부터 해고를 당한 이유는 그가 MBC측이 북한 김정일 위원장의 장남 김정남을 비밀리에 접촉하고 인터뷰를 시도했다는 내용을 트위터에 공개했기 때문이었다. 당시 이 내용이 알려지자 사회적으로 커다란 논란이 일어났다. 대선을 불과 며칠 앞둔 민감한 시점에 북한 최고지도자의 장남을 은밀하게 접촉해서 인터뷰를 시도했다는 것이 특정후보를 돕기 위한 저의가 아니면 설명이 되질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MBC는 관련 사실을 모두 부인하고 오히려 이상호 기자가 '악의적인' 유언비어를 유포했다며 결국 해고시켜 버렸다. 


그러나 이상호 기자의 폭로가 '악의적인' 거짓말이 아니라는 것은 이내 밝혀졌다. 당시 김정남을 인터뷰했던 MBC의 허무호 특파원이 관련 사실에 대해 이상호 기자의 주장이 맞다고 확인해 주었기 때문이다. 이는 악의적인 거짓말로  MBC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품위 유지를 위반한 것은 이상호 기자가 아니라 MBC 자신이라는 것을 말해 준다. 재판부도 지난 2013년 11월 22일 판결에서 이상호 기자의 손을 들어주며 그를 해고한 MBC의 처사가 부당한 것임을 확인시켜 주었다. 이명박과 김재철이라는 '덤 앤 더머' 콤비가 탄생한 이후, 정권의 나팔수로 전락한 MBC의 품격을 논하는 것은 정말이지 고단한 일이다. 가치없는 일이란 바로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명예, 품위, 그리고 품격 등의 이 고상한 어휘들과 작금의 MBC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사실 이번 '세월호' 참사를 다루는 MBC의 행태를 비판한 이상호 기자의 방송 내용은 참신해 보이진 않는다. 멘트도 진부했고, 무엇보다 MBC의 왜곡 편파보도에 대해 구체적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차라리 이와 관련해서는 지난 12일 MBC 기자회 소속 30기 이하 기자 121명이 발표한 '참담하고 부끄럽습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서가 더 원색적이고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성명서에서 기자들은 MBC가 "정부에 대한 비판을 축소했고 권력은 감시의 대상이 아닌 보호의 대상이 됐다"라며, "신뢰할 수 없는 정부 발표를 그대로 받아쓰기 한 결과 '학생 전원 구조'라는 오보를 냈는가 하면, '구조 인력 700명', '함정 239척', '최대 투입' 등 실제상황과는 동떨어진 보도를 습관처럼 이어갔다"고 고해성사를 했다.  받아쓰기는 초등학교에 입학할 무렵의 학생들이나 하는 행위이지 거대 방송사에서 할 짓은 절대 아니다. 공영방송이 정부의 발표를 '받아쓰기'에 급급했고, 실제상황과는 동떨어진 보도를 '습관처럼' 했다면, 이상호 기자가 방송한 내용이 하나 틀린 말이 아니란 것이 입증이 된다. 자신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자기 자신이다. 결국 MBC의 빗나간, 아니 막나간 방송의 처참한 몰골을 자사 기자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인 것이다. 


'명예'란 세상에 널리 인정받아 얻은 좋은 평판이나 이름을 의미하는 단어다. 그런 면에서 MBC가 이상호 고발뉴스 기자를 고소하면서 '명예'를 거론한 것은 참 쌩뚱맞다. 작금의 MBC에 실추될 명예가 남아있는지가 의문이기 때문이다. '후안무치'란 바로 이런 경우를 염두해 두고 만들어진 사자성어일 것이다. 





사실 MBC의 추락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신뢰도 1위의 방송사로 국민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던 때가 언제였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기만 하다. 진실을 보도해야 하는 공영방송으로서의 막중한 책무를 망각하고 있는 MBC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공교롭게도 자사의 드라마가 살며시 언질해 주고 있는 것 같다. 생각하면 할수록 현 MBC의 상황에 딱 들어맞는 말이다.




*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