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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이명박, 그는 여전히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다

대한민국 대통령은 최고 통수권자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참 많다. 또 해야 할 일 역시 많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할 수 있는 일도 많고, 해야 할 일도 많은 것이 대통령의 자리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는 할 수 있는 일과 해야 할 일 사이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무소불위의 권력을 오·남용하는 대통령들을 무수히 보아 왔다. 개헌을 통해서라도 대통령에게 집중되어 있는 권력을 분산시켜야 한다는 움직임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대통령은 5년의 임기동안 마음만 먹으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 권력의 최정점에 서 있다. 따라서 대통령에게는 막중한 책임감과 함께 엄격한 공정성이 요구된다. 이것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대통령은 자신에게 주어진 권한과 권력으로 국가와 국민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와 고통을 안겨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과거의 역사를 통해 이같은 일이 현실에서 언제든 일어날 수 있음을 여러차례 경험해 왔다



ⓒ JTBC by 아이엠피터

 

대통령에게 주어진 막대한 권한과 특권이 비단 재임 시에만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퇴임 후에도 대한민국 대통령에게는 '전직 대통령의 예우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일반 국민이 상상할 수 없는 엄청난 특권과 특혜가 주어진다. 물론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서 5년 동안 국가와 국민을 위해 봉사해왔으니 전임 대통령에 대한 예우는 국민정서 상 용납할 수 있는 부분일 것이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재임 기간동안 책임감과 공정성을 가지고 대통령으로서의 소임에 충실했을 경우에만 해당되는 문제다. 그 반대의 경우라면 사정이 달라진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가 국민정서와 정면으로 배치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현직 대통령은 박근혜 대통령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현직 대통령에 버금가는 권력을 가지고 온갖 특혜와 특권을 누리고 있는 전직 대통령들이 여럿 있다. 아주 멀게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있을 것이고, 가까이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그럴 것이다. 대한민국의 불행은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을 제외하면 퇴임 대통령들 중에서 국가 원로로서 국민들의 존경과 신망을 받으며 살아가는 인물들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 CBC 뉴스

 

대한민국의 제 17대 대통령이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3년 2월 24일 퇴임했다. 어마어마한 국민혈세가 낭비된 '사자방 비리'의 책임자였던 이명박 전 대통령은 박근혜 정부의 거듭된 실정으로 인해 국민들의 기억 속에서 잠시 잊혀진 인물이다. 100조원이 넘는 국민혈세를 낭비시켰던, 역대 최악의 부도덕 정권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쓰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했던 속담 그대로 퇴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황제 테니스 논란'으로 국민들의 지탄을 받아야 했다. 자신의 특권을 이용해 황제 테니스를 즐겨왔다는 사실이 언론에 공개된 것이다이 소식은 대다수의 국민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재임시절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그가 퇴임 후 국민들에게 전해준 첫 소식이 다름 아닌 반값 '황제 테니스 논란'이었기 때문이었다

 

'황제 테니스 논란'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특권의식과 그보다 훨씬 이전부터 몸에 배어 있었을 일종의 선민의식이 빚어낸 볼쌍스러운 장면이었다. 더군다나 청와대가 테니스장 예약을 문의한 시점은 2013 2 15일이었다. 당시 북한의 3차 핵실험으로 국내외 정세가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었던 시점에 이명박 전 대통령과 청와대는 인터넷 예약 시스템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퇴임 후 테니스 시간을 조절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는 현직에 있는 대통령으로서 할 처신이 도저히 아니었다



ⓒ 고발뉴스

 

'황제 테니스 논란'이 불거진 며칠 뒤에는 그보다 한술 더 떠 그의 재산과 관련해 수상한 자금 흐름 의혹이 제기되었다. 공개된 이명박 전 대통령의 퇴임 재산변동 신고 내역 중 농협에서 빌린 20억원을 누군가에게 빌려 갚았는데 이 부분이 명확하지 않았다부당증여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더니 퇴임 후 보여주고 있는 모습도, 그가 재임 중 보여주었던 모습과 별 차이가 없다

 

그러나 어디 그에게 제기된 의혹이 한 두가지였던가임기 중, 그보다 더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부정비리 의혹에 휩싸인 대통령은 없었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의 친형이 법정구속되었고,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의혹으로 그의 아들이 검찰에 의해 조사를 받았다. 측근들과 친일척들은 그의 임기 중에 교도소를 들락날락거리기 바빴고, 그 중 몇몇은 자신이 직접 빼내주는 몰염치의 진수를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그를 둘러싸고 있는 수많은 의혹들은 친위 부대였던 검찰의 도움으로 가려지거나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이같은 상황은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전혀 달라지지 않고 있다불과 얼마전까지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사자방 비리' 역시 흐지부지 되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박근혜 정부가 이명박 정부의 치부를 건드리지 않는 한 그와 관련된 의혹들은 깊은 골방 속에 오래도록 방치될 것이 분명하다


대한민국은 무고한 국민들을 총칼로 잔인하게 진압했던 국가내란의 수괴가 전임대통령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온갖 권세와 부귀영화를 누리고 있는 나라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재임 기간동안 온갖 부정비리와 부패 의혹에 휩싸이고도 특권과 예우를 마음껏 향유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일 지도 모른다. 대한민국은 철저하게 기득권의, 기득권을 위한 나라이기 때문이다.



ⓒ 조선비즈

 

어쩌면 그는 인간의 마음 깊숙이 도사리고 있는 탐욕과 욕망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존재일 지도 모르겠. 2007년 대선에서 국민들은 마치 무엇에라도 홀린 듯 그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보내주었다. 그의 도덕성과 자질품성 따위는 볼 것도 없었고,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오로지 그가 속삭였던 달콤한 환상을 쫒아 불나방처럼 모여들었을 뿐이었다

 

그러나 그 끝은 허무하고 또 허망하기만 했다. 환상은 신기루처럼 사라졌고 꿈은 속절없이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타버린 몸뚱이와 부러진 날개로 바둥거리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은 여전히 왕처럼 자신의 왕국을 만들어 가고 있는 중이다그는 여전히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다. 세상이 바뀌지 않는 한, 이 땅에 정의가 바로 서지 않는 한 이 사실은 변함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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