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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윤석열이 역대 최악의 정치검찰인 이유

ⓒ 한국일보

 

윤석열이 욕을 먹는 이유는 비단 조국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 때문만이 아니다. 물론 검찰의 표적-정치 수사가 윤석열에 대한 기대를 실망과 분노로 둔갑시킨 요인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실 따로 있다.

범죄-비리 혐의가 있는 고의공직자에 대한 내사와 수사는 검찰의 당연한 책무다. 여기에 정파 논리나 진영 논리가 개입할 여지는 없다. 조국이 아니라 조국 할아버지라도 의혹이 있다면 법과 절차에 따라 조사를 하고 수사를 하면 되는 것이다.

문제는 현 윤석열 검찰에게서는 수사의 일관성과 형평성이 전혀 없다는 사실이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인사청문회를 앞둔 장관 후보자에 대한 수사를 개시했을 때, 윤석열이 내세운 명분이 바로 법과 원칙이었다. 의혹이 있는 만큼 수사할 수밖에 없다는 원칙론은 윤석열의 가장 강력한 무기였다.

전례를 찾기 힘든 전방위적 수사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에도 법과 원칙이라는 명분이 있는 한 수사의 주도권은 어디까지나 윤석열에게 있다. 법과 원칙대로 수사한다는 데 누가 뭐라 할 것인가. 기존의 정치 문법에서 탈피한 새로운 검찰상을 정립할 계기를 마련할 수도 있을 테니까 말이다.

그러나 이런 그림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언급했듯이 수사의 형평성과 일관성, 다시 말해 공정성이 반드시 뒷받침되야 한다. 그리고 바로 이 부분이 정치검찰이냐 아니냐를 판가름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된다.

그렇게 놓고 본다면 윤석열은 정치검찰의 기존 행태를 고스란히, 아니 한층 더 진일보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검찰개혁을 주문한 임명권자와 시민의 강력한 요구를 외면한 채 조직보호에 앞장서고 있다는 점에서 사상 최악의 정치검찰이라 불려도 지나치지 않다.

특수부 검사 수십명을 투입시켜 조국 장관 자녀가 고등학교 때 쓴 자소서를 깨알 같이 조사하는가 하면, 중학교 때 쓴 일기장까지 싹싹 털어간 검찰이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 자녀의 입시비리 의혹에 대해서는 미동조차 하지 않고 있다. 황교안 대표 자녀 의혹 수사 역시 마찬가지.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당시 불거졌던 장모와 부인 의혹과 대해 그것이 자기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반문하던 윤석열이 조국 일가 의혹에 대해선 부모, 자식, 형제, 친인척 등 가릴 것 없이 먼지털이식으로 대대적인 수사에 나서고 있다.

동양대 표창장 위조 의혹을 밝혀내기 위해 전무후무한 수사를 벌인 검찰이 그보다 훨씬 위중한 검사의 공문서 위조 혐의 수사에 대해서는 1년이 넘도록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임은정 검사의 내부 고발로 비판 여론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검찰은 여전히 사건을 뭉개고 있다. 국기문란이자 헌정유린 사건인 기무사 계엄 문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황 대표에 대한 수사 역시 그렇다.

법과 원칙을 앞세워 청문회 기간 중 임에도 장관 후보자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검찰이 패스트트랙 폭력 사태와 관련해서는 (야당의 요청이 있었다고는 해도) 국정감사 중임을 고려해 수사에 미온적으로 나오고 있다.

일련번호가 다르다, 직함이 다르다 등 갖은 논란을 파생시키다 결국 정경심 교수를 사문서 위조 혐의로 구속시킨 검찰이 서울중앙지검장의 직인이 찍혀 있는 계엄령 문건 사건 불기소이유통지서와 관련해서는 "사건이 등록된 기관장 명의로 일괄 발급되는 것이어서 서울중앙지검장 직인이 찍혀있지만 윤 총장이 관여한 바가 없다"고 연관성을 부인하고 있다.

방어권도 보장해주지 않은 채 피의사실을 마구 유포해가며 조국 장관 일가의 인권과 사생활을 무참하게 침해했던 윤석열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스폰서였던 윤중천에게 접대를 받았다는 한겨레의 의혹 보도에 대해서는 빛의 속도로 고소에 나서는 등 철통 방어 태세에 나서고 있다.

조국 정국에서 윤석열이 해온 짓이 대개 이렇다. 이 모습 그 어디에 법과 원칙, 일관성과 형평성, 그리고 공정성이 있나. 외려 그 반대다. 철저한 이율배반과 자가당착, 조직과 자기 보호를 의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정치검찰의 모습만 적나라하게 드러났을 뿐이다.

과거 정치권력은 검찰을 통치의 수단으로 활용해왔다. 검찰은 정치권력과의 은밀한 거래를 통해 권력의 칼이 되기도 했고, 방패가 되기도 했다. 기꺼이이 권력의 주구가 된 검찰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움켜진 통제받지 않는 조직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은 달랐다. 두 사람은 검찰을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시키려 노력했고, 이를 제도로 뒷받침하려 애를 썼다. 그러나 모두가 알다시피 참여정부의 검찰개혁은 처절한 실패로 귀결됐다. 노 대통령은 검찰에게 자율권을 주려했지만 그들은 과거의 구습을 떨쳐내지 못했다. 정권이 바뀌자 검찰은 다시 권력과의 공생을 선택했다.

검찰개혁은 시민사회의 오랜 과제이자 숙원이다. 서초동 촛불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듯이 더 이상 미를 수 없는 시대적 소명이다.  수많은 시민들이 윤석열에게 격려와 지지를 보냈던 것은 그가 기존 검찰과는 다를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와 함께 검찰개혁에 전력을 기울여 줄 것을 그에게 기대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후의 과정은 모두가 안다. 윤석열은 검찰개혁을 갈망하는 시민의 염원에 시커먼, 그것도 무지막지한 재를 뿌렸다. 문 대통령의 인사권에 조직적으로 저항하며 조직보호에 앞장서고 있다. 자신을 믿고 막중한 소임을 맡긴 대통령과 시민의 등에 칼을 꽂은 셈이다. 

지난 두 달 간의 흔적들은 윤석열의 목표가 검찰개혁이 아닌 검찰공화국의 완성에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는 대통령과 시민의 희망에 찬물을 끼얹는 것도 모자라 시대적 당위이자 소명인 검찰개혁을 결사적으로 가로막고 있다. 이는 자신을 믿고 지지해준 시민에 대한 배신이자 명백한 배반이다. 어쩌면 우리는 역대 최악의 정치검찰을 목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