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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윤석열은 졌다

ⓒ 연합뉴스

 

검사는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철저한 상명하복 체제로 유지된다. 이른바 피라미드 구조다. 검사들이 금과옥조로 여기는 '검사동일체' 원칙이란 말이 여기서 나왔다. 한마디로 상급자의 말이 곧 법이요 진리란 말씀이다.

 

검사동일체 원칙은 검찰조직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검찰 밖 정관계, 법조계, 재계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기수와 서열을 알뜰히 챙기고, 예우해주고, 변론해주고, 내부 기밀을 공유하면서 그들만의 캐슬을 만들어간다.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조국 장관 자택 압수수색에 나섰던 담당검사와 조 장관의 통화 사실을 공개해 뭇매를 맞고있는 주광덕이 관련 정보를 손에 넣을 수 있었던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조직 내부에 검찰 출신 주광덕의 정보통, 이른바 '빨대'가 있다는 얘기다.

 

이전 글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주광덕은 검찰 내부의 빨대가 없다면 알 수 없는 개인정보를  취득해 악랄한 정치공세를 펴고 있다. 주광덕이 불체포특권이 있는 국개가 아니었다면, 검찰 출신이 아니었다면, 검찰에게 쥐꼬리 만큼의 정의와 공의가 있었다면 상황은 많이 달라져 있었을 테다.

 

대정부질문에서 크게 한건 한 줄 알았던 주광덕이 사건이 엉뚱한 방향으로 튀자, "수사라인이 아니라 제보를 받은 것"이라며 "검사들 중 '정보통'으로부터 정보를 입수한 것"이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검찰과의 내통 의혹을 받고있는 주광덕이 제 딴에는 마빡을 굴린 것 같은데, 모지리도 이런 모지리가 없다. 수사라인이건 아니건 중요한 것은 검찰 내부에 주광덕이에게 수사 상황을 유출하는 정보통이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주광덕이 말한 검사 정보통이 바로 우리가 주목하는 '빨대'다.

 

주광덕이 쓰레기 피하려다가 똥 제대로 밟은 셈이 됐다. 스스로 검찰 내부에 '나 빨대 있다'고 자인한 꼴이 됐기 때문이다. 그간 피의사실 유포 비판이 있을 때마다 검찰은 관련 의혹을 부인해왔다. 그러나 주광덕에 의해 다시 한 번 드러났듯이 검찰 쪽에서 흘러나오지 않았다면 도저히 알 수 없는 내용들이 한국당으로, 언론으로 마구 뿌려지고 있다.

 

시민은 바보가 아니다. 조 장관 자택 압수수색만 해도 이미 검찰이 도착하기 전에 언론기자 수십명이 미리 죽치고 앉아 대기하고 있었다. 이 나라 언론에게 천리 앞을 내다보는 신기라도 있다는 말인가. 도대체 말이 되는 소리를 하라.

 

주광덕이는 스스로 '빨대'가 있다고 자백했고, 원칙대로 수사한다는 검찰은 시간이 갈수록 수렁으로 빠져드는 형국이다. 검찰개혁을 좌초시키려는 검찰의 조직적 저항이 되레 개혁의 당위만 부각시키고 있으니, 모르긴 몰라도 검찰의 똥줄이 이만저만 타들어가는 게 아닐 것이다. 오죽하면 딸이 중학교 때 쓴 일기장까지 털어갔겠나.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는 프랑스 속담이 있다. 해 질 무렵 저 언덕 너머로 다가오는 것이 내가 기르던 개인지, 나를 해치러 오는 늑대인지 분간할 수 없는 시간을 의미한다. 검찰개혁의 적임자라 여겼던 윤석열이 알고보니 반개혁의 몸통이자 수괴였다. 편파적이고 악질적인 검찰의 조국 수사가 이를 입증하는 명백한 증거다.

 

그러나 세상만사가 어디 자기 뜻대로만 흘러가던가. 시간이 갈수록 검찰이 궁지에 몰리고 있다. 검찰을 향한 비판 여론이 점점 거세지고 있다. 내일도 서초동에는 수많은 시민들이 집결해 검찰개혁을 부르짖을 것이다. 정치검찰 물러가라고 목청껏 외칠 것이다. 

 

2016년 겨울, 광장을 뜨겁게 밝히던 촛불이 서초동에 켜지고 있다. 또 하나의 역사가 만들어지려 하고 있다. 이 싸움의 승패가 명확해 보이는 이유일 터다.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을 이기는 권력은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라던 노무현의 말이 옳았다. 윤석열은 이미 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