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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우병우 수사에 검찰 조직의 명운이 달렸다

ⓒ 오마이뉴스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사건을 수사했던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지난달 28일 활동을 공식 종료했다. 문화·예술·체육계는 물론이고 경제·외교·교육·의료 분야 등 광범위했던 수사 대상과 범위 등을 감안하면 특검팀이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두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작년 12월21일 공식 수사에 착수한 이후 특검팀이 구속한 장관급 인사만 해도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김종덕 전 문화체육부 장관, 정관주 전 문체부 1차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조윤선 전 문체부장관 등 5명에 이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 역시 특검에 의해 구속됐다.

과거 특검은 대부분 정치권력과 재벌 앞에서 미온적인 수사에 그쳤다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박영수 특검팀은 법과 원칙에 충실한 수사를 폈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특검팀을 '국민특검'이라는 부르는 것만 봐도 그들이 과거의 특검과 얼마나 다른지는 여실히 드러난다. 


그러나 역대 최고의 성과를 거뒀다는 특검에게도 '옥의 티'는 있다. 국정농단 의혹사건의 정점에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에 대한 수사와 관련해서는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특검팀은 박 전 대통령은 조사조차 하지 못했고, 우 전 수석은 구속영장이 기각당하며 체면을 구겼다.

박 전 대통령의 경우 청와대의 압수수색 거부와 노골적인 비협조로 수사가 진척되지 못했다는 변명거리라도 있지만, 우 전 수석의 경우는 특검팀이 처음부터 수사에 미온적이었던 것 아니냐는 비판마저 나온다. 일각에서는 특검팀에 파견됐던 현직 검사들이 우 전 수석 수사를 기피했다는 주장마저 제기됐다.

특검팀은 우 전 수석이 받고 있는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등의 혐의를 수사하면서 세월호 수사 외압에 대해서는 조사를 하지 않았고, 참고인 신분에 있는 현직 검사들에 대해서도 조사하지 않았다.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해임 관련 의혹을 수사하면서도 특별감찰관실 관계자와 법무부 관계자에 대한 조사를 생략했다. 


특검팀이 애초부터 수사에 의지가 없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물론 특검팀으로서도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문화예술계에 대한 블랙리스트 의혹과 이 부회장의 뇌물죄 혐의 수사에 사활을 걸었던 특검팀은 우 전 수석 수사에 집중할 물리적 시간과 여력이 없었다. 


"우병우 영장범죄사실 중 직권남용이나 직무유기죄는 실무적으로 유죄를 받기가 정말 어려운 죄명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검이 이런 죄명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윤갑근 수사팀장의 우병우 휴대폰 압색 등 초동수사 실패로 인해 '스모킹 건'을 확보하지 못한 필연적 결과로 보여집니다."

지난 1월22일 우 전 수석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 의해 기각되자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페이스북에 남긴 글 중 일부다. 조 의원은 특검팀에게 우 전 수석의 혐의를 입증한 '스모킹 건'이 없다고 추정했다. 그리고 그 이유가 애초 우 전 수석의 비위 혐의를 수사했던 윤갑근 수사팀장의 초동수사 실패 탓이라고 지적했다.


ⓒ 오마이뉴스


지난해 8월 우 전 수석에 대한 비위 혐의를 수사하기 위한 특별수사팀장으로 윤 팀장이 지명되자 말들이 많았다. 윤 팀장이 대표적인 '우병우 라인'으로 분류되는 인사였기 때문이다. 민정수석 부임 이후 윤 팀장을 대검의 요직인 반부패부장으로 정식 발령낸 사람이 바로 우 전 수석이다. 


부실 수사에 대한 우려는 현실이 됐다. 검찰은 압수수색를 하면서도 우 전 수석의 사무실과 자택은 제외했고, 수사 와중에 '황제소환'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4개월이 넘게 수사가 진행했음에도 검찰은 우 전 수석에 대해 기소조차 하지 않았다. 결국 공정성 시비를 겪으면서도 "나도 검사다. 수사 대상이 살아있는 권력이든 누구든 정도에 따라 갈 뿐이다"고 했던 윤 팀장의 다짐은 공염불이 되고 말았다. 


주목해야 할 것은 초동 수사가 실패했다는 조 의원의 지적이다. 이는 우 전 수석의 비위 혐의를 입증할 핵심 증거들이 사라졌을 가능성을 내포하기 때문이다. 제한된 수사 범위와 기간 내에 특검이 우 전 수석의 혐의를 수사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뜻이다. 특검이 수사를 종결하면서 우 전 수석에 대한 검찰 수사가 부실했다고 결론낸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검이 우 전 수석에 대한 수사를 검찰로 이관시킴으로써 검찰은 외려 입장이 난처해졌다. 법원이 영장을 기각하면서 우 전 수석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는 더욱 높아진데다, 특검이 맹활약하면서 검찰의 어깨는 더욱 무거졌기 때문이다. 검찰은 어떻게든 국민들이 납득할만한 수사 결과를 도출해내야만 하는 입장이다. 


검찰의 고민이 바로 여기에 있다. 우 전 수석은 민정수석으로 재직하면서 검찰 인사에 깊숙히 개입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우 전 수석이 검찰의 수사 정보를 깨알 같이 공유할 수 있었던 것도 '우병우 사단'이  도사리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검찰 내부에 '우병우 사단'이 건재한 상황에서 과연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을지부터가 의문인 상황이다.


문제는 또 있다. 지난해 검찰 수사 당시 우 전 수석은 김수남 검찰총장은 물론 당시 특별수사를 총지휘하던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과도 통화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것만으로도 사건 수사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의심받기에 충분하다. 국민 불신이 극에 달해있는 상황 자체가 검찰의 가장 큰 부담인 것이다. 

검찰 조직은 현재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작년만 해도 주식 상납으로 거액을 챙긴 진경준 전 검사장, 전관예우로 수백억원의 수임료를 챙긴 홍만표 변호사, 우 전 수석 비위 문제 등 갖은 추문으로 궁지에 몰렸다. 이에 무소불위의 권력을 틀어쥔 검찰 내부의 비리를 발본색원하기 위해 현재 국회에서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방안이 적극 논의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검찰조직의 특권을 견제하고 권력 독점을 분산시키기 위한 수사권 분리 움직임도 가열차다. 검사장 직선제 요구도 거세게 일고 있다. 독점적으로 운용되는 검찰 조직을 대대적으로 개혁해 권력남용을 방지하고, 검찰을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뜨겁게 분출되고 있는 것이다. 


박 전 대통령과 우 전 수석에 대한 검찰 수사가 중요한 것은 그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을 이끌어낸 촛불민심은 사회구조와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과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검찰 조직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검찰이 이번에도 봐주기 수사와 제식구 감싸기로 나온다면 검찰조직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 요구가 터져나올 것이 자명하다.

그런 면에서 눈여겨볼 것은 우 전 수석에 대한 수사다. 그는 검찰 조직과 밀접한 연관이 있을 뿐만 아니라 아직까지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인물이다. 만약 세간의 우려를 떨쳐내고 우 전 수석을 법과 원칙대로 수사할 수 있다면 검찰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면서 조직을 보호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기게 된다. 그러나 그 반대라면 검찰은 조직 기반 자체가 뿌리째 흔들리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검찰이 24일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 산하 사무실에 대해 압수수색을 단행한 것도 이와 같은 검찰 내부의 고민과 무관하지 않다. 임의제출 방식에 따른 실효성 논란에서부터 압수수색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까지 해석이 분분하지만, 확실한 것은 우 전 수석 수사의 중요성을 검찰 스스로가 인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전 국민의 이목이 집중돼 있다. 검찰은 법과 원칙대로 수사해야 한다. 우 전 수석 수사에 검찰 조직의 명운이 걸려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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