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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어버이연합 추선희 사무총장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그가 사라졌다. 벌써 6일째 그의 모습을 볼 수가 없다.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것일까. 걱정이 앞선다. 대중들 앞에 나서는 걸 좋아했던 그였다. 익명의 사람들 앞에서도 호기롭게 목소리를 높여왔던 그였다. 그랬던 그가 대중의 시선으로부터 감쪽같이 사라진 것이다. 그는 어디에 있는 걸까. 그리고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아무래도 조짐이 좋지 않다. 불길하다.

당황스럽기는 했을 것이다. 이런 식의 스포트라이트는 아무리 대중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그라고  할지라도 부담스럽다. 그리고 감히 상상이나 했겠는가. 불과 며칠 사이에 이렇게 끈 떨어진 갓 신세가 될 줄을. 완전히 달라진 자신의 처지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을 것이고, 어쩌면 극심한 두려움에 이성을 상실했을 지도 모른다.

거칠 것이 없었던 그였다. 권력의 핵심인 청와대,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국정원과도 긴밀한 공조를 유지해 왔던 그였다. 여기에 대한민국 경제를 움직이는 전경련으로부터는 거액의 자금까지 지원받아온 터였다. 최고의 권력과 조직에 자본까지. 무서울 것도 누구의 눈치를 볼 일도 없었다.

대중의 손가락질과 경멸? 그런 것들은 애시당초 고려의 대상이 아니었다. 충성심과 애국심만 있으면 세상 못 할 일도, 못 갈 데도 없다고 생각했다. 세월호 참사, 일본군 위안부 합의, 국정교과서 등 인류 보편적 가치가 녹아있는 의제들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는 오직 박 대통령과 국가였기 때문이다. 그 외의 것들은 단지 그들을 위한 부속일 뿐이었다.



ⓒ 오마이뉴스


집회란 집회는 빠지지 않고 모조리 찾아 다녔다. 특히 박 대통령을 위해서라면 염치와 체면조차 불문했다. 단식을 벌이는 세월호 유족 앞에서 폭식 퍼포먼스도 마다하지 않았고, 돌 맞을 각오로 위안부 협상 타결 찬성 집회도 열었다. 여당 정치인이라고 절대로 봐주지 않았다. 김무성, 유승민은 물론이고 이재오, 김문수, 정몽준에게도 '빨갱이'라는 낙인을 찍었다. 박 대통령을 곤란하게 만드는 자들은 모두 박멸의 대상일 뿐이었다. 그것이 애국이고 충성이며, 정의라고 믿었다.

그런데 하룻밤 사이에 세상이 완전히 달라져 버렸다. 집회에 참가할 때마다 전경련의 돈을 받았던 것이 화근이었다. 언론은 집요했고 그리고 날카로웠다. 기자회견에도 불구하고 그의 해명이 거짓임을 입증하는 증거들이 언론에 의해 속속 공개되었다. 언론은 애초 불거진 12천만원 뿐만이 아니라 이전에 받았던 4억원의 행방까지도 찾아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청와대 뿐만 아니라 국정원으로까지 전선이 확대됐다. 언론과 시민사회는 그에게 청와대가 집회를 지시한 것인지의 여부를 꼬치꼬치 캐물었다. 그런데 지시가 아닌 협의를 했을 뿐이라는 그의 발언이 오히려 상황을 더욱 꼬이게 만들었다. 지시든 협의든 청와대와 관변단체의 사무총장이 만난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국정원과의 관계도 집중 추궁을 받고 있다. 언론과 시민사회는 국정원이 어버이연합을 관리해 온 배후라고 보고 있다. 국정원의 작품으로 의심받는 '박원순 제압 문건'대로 움직였던 것이 문제였다.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시절 국정원이 보수단체의 신문광고와 전단지 배포, 1인시위의 피켓문구까지 관여했던 사실도 도매급으로 엮여 나오고 있다.

언론은 이제 '청와대-국정원-전경련-어버이연합'이 얽혀있는 커넥션을 의혹이라 하지 않고 '게이트'라 규정하고 있다. 판이 커져도 너무 커져버린 탓이다. 덩달아 그에게도 게이트가 활짝 열리게 됐다. 이름하여 '헬게이트'.



ⓒ 오마이뉴스



그는 '어버이연합 게이트'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핵심 인물이며, 경실련과 청년단체로부터 고발을 당한 피의자다. 이번 게이트의 실체를 파헤치기 위해 없어서는 안되는 주요 인물이며 검찰과 경찰의 수사를 앞두고 있는 피의자 신분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그가 사라졌다는 것 자체가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우선 증거 인멸의 가능성이 있다. 이번 게이트는 청와대와 국정원, 그리고 전경련까지 연계된 초대형 게이트다. 정권의 안위가 걸린 중차대한 문제로 비화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들로서는 어떻게든 사건의 파장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 묘연해진 그의 행방이 증거를 인멸하는 한편 윗선과 말을 맞추기 위한 작업일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반대로 그가 꼬리 짜르기의 희생양이 될 가능성도 있다. 이런 엄청난 사안에 청와대와 국정원, 전경련이 손을 놓고 있을 리가 없다. 누군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면 합당한 인물을 물색하고 있을 것이다. 그는 이번 게이트의 실체를 모두 알고 있는 인물이면서 동시에 청와대와 국정원, 전경련과 직접접 관련이 없는 인물이다. 청와대와 국정원의 정치적 부담을 덜어낼 수 있는 제3의 인물인 셈이다.

서두에 불길하다고 언급한 것은 그가 사라진 것과 이 두 가지 가능성이 모두 결부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그가 모처에서 증거 인멸을 하고 있든 아니면 희생양을 찾고 있는 정치권력의 표적이 됐든, 이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버이연합 게이트'의 실마리를 풀 가장 중요한 단서가 사라졌다는 사실에 있다. 하루 빨리 그의 소재를 찾아야만 한다. 전자라면 이 나라의 민주주의와 헌법가치가 위험해지고, 후자라면 그가 위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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