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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안철수와 김한길의 불화가 의미하는 것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와 김한길 선대위원장의 관계가 심상치가 않습니다. 당안팎으로 두 사람 사이의  불화설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가운데, 김한길 위원장은 지난 4일 과로와 스트레스를 이유로 병원에 입원한 이후 아직까지 당무를 보지 않고 있습니다. 11일 퇴원한 이후에도 국회 본회의에만 참석했을 뿐 당무에 복귀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그는 그날 저녁 지역구인 광진구 군자역에서 선거유세 활동을 펼쳤습니다.

정치인의 행위는 작은 것 하나라도 흘려버릴 것이 없습니다. 김한길 위원장의 최근 행보는 그런 면에서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주목할 것은 퇴원 이후의 모습입니다. 그가 퇴원 이후 당무에 복귀한 것이 아니라 지역구 다지기에 나섰기 때문입니다. 당이 원내교섭단체 구성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에서 선대위원장의 처신으로는 대단히 부적절해 보입니다. 물론 최근에 나온 비관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지역구행을 부추겼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보다는 다른 이유, 즉 안철수 대표와의 불화가 원인일 개연성이 훨씬 높아 보입니다. 왜 그럴까요?



ⓒ 주간현대


국민의당 주승용 원내대표는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두 사람의 불화설을 시인했습니다. 지난 5일 국민의당 사무총장으로 임명된 박선숙 전 의원을 두고 두 사람이 크게 갈등했다는 겁니다. 알려진 대로 박선숙 사무총장은 안철수 대표의 최측근으로 손꼽히는 인물입니다. 그리고 당 사무총장이 공천권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리임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일입니다여야 공히 공천권을 둘러싼 당내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무총장의 공천권을 배제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만, 그럼에도 당직 개편과 의사 결정에 미치는 영향력은 절대적입니다.

따라서 김한길 위원장이 이를 받아들이기는 어려웠을 겁니다. 그는 과거 열린우리당 시절부터 새정치민주연합에 이르기까지 유독 당권에 집착해 온 인물입니다. 당내 의사결정체인 최고위원회를 안철수계와 천정배계가 양분하고 있는 상황에서 안철수 대표의 최측근인 박선숙 전 의원을 사무총장에 임명하겠다고 하니 김한길 위원장의 심기가 편할 까닭이 없는 것이죠. 최고위원회에 김한길계가 주승용 원내대표 1인에 불과하기 때문에 당 의사결정에 김한길 위원장의 입김이 위축될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 뉴시스


이미 두 사람 사이의 갈등은 지난달 22일 김관영 디지털정당위원장의 문자 메시지로 노골적으로 표면화되었습니다. 그 이후에도 두 사람은 어색한 동거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급기야 박선숙 사무총장 임명을 계기로 갈등이 폭발한 것입니다. 새정치민주연합 당시 친노 패권주의를 거악으로 규정하며 계파 청산의 당위를 역설했던 두 사람이 다름 아닌 계파 문제로 갈등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단히 흥미로운 장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정당은 정치적 견해를 같이 하는 사람들의 결사체입니다. 그러나 이 정의가 사상과 노선의 완전한 통일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단일대오의 통일된 사상과 획일적인 노선은 전체주의에서나 가능한 이야기일 뿐입니다. 민주적인 정당이라면 분명한 정치적 비전과 목적 아래 다양한 갈등이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당 내에서 다양한 철학과 노선을 가진 계파들이 갈등하고 분열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모습입니다. 또한 당권 경쟁은 자신들의 정치 철학과 비전을 보다 효율적으로 드러내기 위한 과정의 일부입니다. 그 자체를 금기시하거나 죄악시해서는 안되는 것이죠.

중요한 것은 계파들 간의 당권 경쟁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를 통해 달성하려는 정치적 목적이 무엇이냐 입니다. 그리고 국민의당의 문제는 바로 이 지점에 놓여 있습니다. 당 내의 불협화음이 노선과 철학의 갈등이 아니라, 그들 스스로 거악 중의 거악이요 낡은 정치의 결정체라 비난했던 패권주의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재영입 과정의 논란, 전국 시도당 창당대회에서의 잡음, 공천 갈등, 문자 메시지 파문, 안철수 대표와 김한길 위원장 사이의 불화 등은 모두 당내 계파 갈등의 원인이 다른 곳에 있음을 보여줍니다.



ⓒ 오마이뉴스


국민의당은 낡은 진보 청산과 새정치를 표방하며 만들어진 정당입니다. 이를 위해 패권주의를 멀리하겠다고 거듭 강조해 왔습니다. 따라서 이 정당의 생명력은 패권주의와의 단호한 결별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국민의당의 현재 모습은 그들 스스로가 신랄하게 비난했던 패권주의의 원형 그대로입니다. 존재의 이유와 목적을 스스로 부정하는 행위는 씻을 수 없는 죄악입니다. 국민의당은 당의 존재 이유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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