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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쏟아지는 최순실 의혹, 필요한 건 야당의 카운터 펀치

ⓒ 뉴스1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비선실세로 알려진 최순실 씨와 관련된 의혹들이 구체적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3당은 20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최순실 씨를 신청했다. 현재 최 씨는 'K스포츠재단' '미르재단' 등 공익재단법인의 설립과 운영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관련 의혹을 단독 보도한 <한겨레> 'K스포츠재단' '미르재단'이 재단 설립 과정에서 정부로부터 특혜를 받은 정황이 뚜렷하고, 900억 원에 달하는 전경련의 자금이 재단에 비상식적으로 모금되었다고 보도했다. 또한 이 과정에 청와대의 안종범 정책조정수석이 개입하고 있으며, 최 씨 역시 재단 인사와 운영에 관여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실제 'K스포츠재단' '미르재단'의 설립과 자금 모집 과정은 석연찮은 구석이 한 둘이 아니다. 통상 신청부터 허가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리는데 반해 'K스포츠재단'은 지난 1 12일 신청한 다음날 문화체육관광부의 허가가 나왔다. 하루 만에 허가가 나오기는 그보다 두달 여 앞서 출범한 '미르재단' 역시 마찬가지였다.

두 재단의 신청서류 역시 복사한 것처럼 똑같은 것으로 드러났다. 두 재단의 정관을 비교한 결과 총칙에서부터 조항 순서, 문구까지 동일했다. 또한 '창립 총회 회의록' 역시 가짜인 것으로 밝혀졌다회의는 아예 열리지도 않았고, 회의 장소 역시 회의 당일 대관이 안된 것으로 확인됐다엉터리 회의록이다 보니 그 내용 역시 부실할 수밖에 없었다. 두 재단의 회의록을 비교한 결과 회의 장소와 안건, 회의 순서, 문구, 분량, 회의에 참가하는 인물에 이르기까지 거의 똑같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두 재단의 설립 절차와 과정은 허술하고 조악하기 짝이 없었다. 그럼에도 문화체육관광부는 두 재단으로부터 설립 허가 신청을 받은지 하루 만에 허가증을 내주었다. 이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재단의 설립과 허가와 관련해 자신들의 절차적 직무를 방기했거나, 아니면 어딘가로부터 모종의 입김이 강력하게 작용했거나 둘 중의 하나일 것이다. 야당은 그 배후로 청와대를 지목하고 있다.

전경련을 통해 마련된 900억 원의 자금 역시 그 성격이 아주 불분명하다. 가장 큰 의문은 전경련이 무슨 이유로 두 재단에 거액의 자금을 출연했을까 하는 점이다. 설립 과정에서 드러나듯 'K스포츠재단' '미르재단'은 설립의 목적과 운영 계획이 아주 불투명한 재단이었다. 이렇게 졸속적으로 만들어진 재단에 전경련이 수개월 만에 900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을 출연했다는 것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는 어렵다. 전경련이 거액의 돈을 출연하고도 정작 재단의 운영에는 참여하지 않았다는 점 역시 비상식적이다. 언론과 야당이 재단의 설립과 자금 모금 의혹의 배후에 청와대를 정조준하고 있는 이유다.



ⓒ 글로벌뉴스


이와 관련해서 주목받고 있는 인물이 바로 최 씨다.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은 "최 씨가 'K스포츠재단' 이사장 자리에 자신의 단골 스포츠마사지센터 원장을 앉히는 등 재단의 설립과 운영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며 이번 의혹을 비선
실세와 청와대, 문화체육관광부가 동원된 권력형 비리라고 주장했다.


최 씨가 재단뿐만 아니라 청와대 인사에까지 개입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20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황교안 국무총리에게 "우병우 민정수석의 발탁이나 헬스 트레이너 출신인 윤전추 행정관의 청와대 입성도 최 씨와의 인연이 작용했다는 얘기가 있다"며 최 씨의 인사 개입 의혹을 거론했다.

최 씨의 인사 개입 의혹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이미 지난 2014년 불거진 일명 '정윤회 동향문건 파동'으로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자신의 딸과 관련해 승마협회에 대한 조사와 감사에 착수하고, 자신과 딸에게 부정적인 방향으로 조사가 진행되자 그가 힘을 써서 담당 국장과 과장을 경질시켰다는 것이 그 주된 내용이다.

최 씨가 당시 청와대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은 아직까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입을 통해 두 사람의 경질에 박 대통령이 직접 개입했다는 폭로가 나왔고, 비선 실세의 국정개입 의혹에 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최 씨의 이름이 꾸준히 거론되어 왔다는 점에 미루어 이를 근거없는 낭설로 치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번 의혹 역시 비선실세 국정 농단의 연장선상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뜻이다.



ⓒ 오마이뉴스


관건은 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최 씨가 개입된 이번 의혹을 어떻게 규명하느냐다. 박근혜 정부 들어 국정원 사건부터 시작해 세월호 참사와 대통령의 7시간 의혹, 비선실세 국정 농단, 성완종 게이트, 국정원 민간인 사찰 의혹, 사자방 게이트, 국정교과서 비밀 TF팀 의혹, 어버이연합 게이트, 그리고 우병우 민정수석 의혹에 이르기까지 숱한 의혹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중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 의혹들 중 실체가 명확히 규명된 사안은 단 하나도 없다. 의혹은 그저 '의혹'에 불과했다.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래도 야당의 문제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여당이 야당의 갖은 의혹 제기를 정치 공세로 규정하며 진상규명을 방해하고 비협조로 일관할 수 있었던 기저에는 야당의 무기력과 무능력이 자리잡고 있었다. 의혹의 실체를 밝혀냄은 물론 실추된 명예 회복을 위해서라도 야당이 전력을 다해야 하는 이유다.

이번 의혹은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의 표현을 빌자면) "대통령이 권력을 사유화하고 개인적 이익을 위해 공권력을 행사한 직권남용으로 탄핵소추 사유에 해당할"만큼 엄중한 사안이다
그러나 이 명제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관련 의혹이 반드시 사실로 드러나야 한다. 만약 의혹을 밝혀내지 못한다면 반대로 야당이 오히려 역풍에 휩싸이게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최악의 경우 그 영향이 내년 대선까지 미칠 수도 있다.

지금 야당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의혹의 실체를 규명하기 위한 강력한 한 방, 즉 카운터 펀치다. 지난 총선의 압승으로 전투력을 한껏 끌어올린 야당이 대통령과 여당이 쳐놓은 강력한 방어진을 어떻게 뚫어낼지 흥미롭게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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