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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슬퍼하지마 이승우, 너희들은 감동이었어!

아쉬운 한판이었다. 태국에서 열린 2014 아시아축구연맹(AFC) 16세 이하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대한민국은 전반 33분 터진 최재영의 선제골을 지키지 못하고 북한에 1-2로 역전패를 당하며 정상 등극에 실패했다. 이로써 12년 만에 우승을 노리던 대표팀의 정상 탈환은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여러가지로 아쉬움이 남는 결승전이었다. 후반 4분만에 허용한 동점골은 수비의 집중력이 순간적으로 무너지며 뒤에서 침투하는 상대 공격수를 놓친 결과였다. 공격에 가담했던 최재영 선수의 복귀가 완전히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수비의 커버플레이가 아쉬운 대목이다. 특히 측면 수비수의  걷어내기 실수에 의한 역전골은 두고두고 안타까운 장면으로 기억될 듯 하다. 수비수의 실수는 치명적 상황을 초래하기 때문에 백패스라든가 경합상황에서는 보다 확실한 판단이 필요하다. 이 날의 경험이 우리 선수들에게 좋은 보약으로 작용하게 되기를 바란다. 


공격에서도 몇 가지 아쉬운 장면이 나왔다. 이번 대회가 낳은 최고의 스타 이승우 선수가 전반전 18분 화려한 개인기로 북한의 수비라인을 순식간에 무너뜨리며 날린 슈팅과 후반 막판 문전 경합 상황에서 연이어 놓친 찬스 등이 기억에 남는다. 그러나 무엇보다 후반 6분 경 이승우 선수의 단독 드리블을 북한 수비수가 몸으로 잡아챈 장면이 대한민국으로서는 가장 아쉬운 대목이었다. 파울이 없었다면 득점까지도 가능했었기 때문에 퇴장까지도 줄 수 있는 상황이었으나 심판은 경고만 주고 말았다. 만약 심판이 퇴장을 선언했다면 이후의 게임 양상은 다르게 전개되었을 것이다. 


전체적으로 이 날 우리 선수들의 몸놀림은 예선전과 준결승전에서 보여준 모습과는 달리 많이 무거워 보였다. 북한의 선수비 후역습 전략을 허물기 위해 여러가지 전술을 시도했지만 이렇다 할 효과를 나타내지는 못했다. 특히 북한은 이승우 선수를 봉쇄하기 위해 협력수비는 물론이고 공간 자체를 내주지 않으려 애쓰는 모습이었다. 이승우 선수를 대비한 준비를 철저히 해 온 듯이 보였다. 볼과는 상관없는 지역에서도 몸싸움을 통해 이승우 선수의 신경을 계속 자극했고, 이승우 선수가 공을 잡으면 거친 태클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럴 경우엔 차라리 이승우 선수가 좀 더 미드필드 쪽으로 내려와 플레이를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 날은 밀집된 최전방에서만 플레이를 하다보니 이승우 선수 특유의 모습이 나타나기는 힘들어 보였다. 현존 최고의 플레이어인 메시와 비견되는 이승우 선수의 장점이 극대화되기 위해선 공간 확보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이 날은 공간 창출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고 이것이 게임에 그대로 반영이 되었다. 이 말은 역으로 북한의 수비전술 및 수비 조직력이 대단히 효과적이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북한 감독의 평가대로 '특기있는' 이승우 선수 중심의 플레이가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우리나라가 상대방을 반드시 리드하고 있어야만 했다. 공격에 비중을 둘 수 밖에 없는 상대 수비의 넓은 공간은 이승우 선수의 놀이터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메시의 바로셀로나가 고전하는 게임과 그렇지 않은 게임의 차이는 바로 여기에서 갈린다. 그렇기 때문에 후반전의 실점 상황이 못내 아쉬운 것이다. 특히 역전골을 허용한 이후 상대방이 문을 걸어 잠근 밀집된 공간에서라면 아무리 이승우 선수라 하더라도 상황을 반전시키기란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이기고 있을때 어떻게 게임을 풀어나가야 하는지 우리 선수들이 조금 더 배울 필요가 있는 대목이다.






아쉽게도 결승전의 주인공이 되지는 못했지만 이번 대회는 우리선수들의 미래가, 그리고 대한민국 축구의 미래가 대단히 밝다는 것을 세상에 널리 알린 대회였다. 특히 이번 대회 최고의 히트상품으로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고 있는 이승우 선수는 압도적이라고 밖에는 표현할 수 없는 엄청난 클라스를 선보이며 대한민국 축구의 미래이자 희망으로 떠올랐다. 모 스포츠 해설가의 말대로 대회 내내 그는 자신이 진짜 '물건'임을 스스로 입증해 보였다. 두 세 사람은 가볍게 제쳐버리는 발군의 개인기량, 파이팅 넘치는 자신감, 독불장군일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를 무색케 만드는 동료들과의 끈끈한 호흡과 리더십까지 보여주며 그는 사람들을 매료시켰다.


이번 대회에서 이승우 선수는 5골을 기록해 득점왕과 최우수선수에 뽑혔다. 그러나 그의 얼굴에서 웃음을 찾아볼 수는 없었다. 그는 "슬프다. 최우수선수가 됐지만 우승하지 못해 아쉽다. 팀이 패배해서 MVP와 득점왕은 기쁘지 않다. 끝까지 힘껏 뛰어준 동료 선수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며 우승을 하지 못한 아쉬움을 표현하는 한편 동료들에게 공을 넘기는 겸손함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이 어린 선수의 소회와는 달리 대표팀과 그의 플레이를 지켜본 사람들은 슬픔과 아쉬움 보다는 기대와 희망, 기쁨과 설렘의 감정이 대부분인 것 같다. 비단 이승우 선수 뿐만이 아니라 대표팀이 이번 대회를 통해 보여준 경기력은 대한민국 축구의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게 만들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이제 불과 16살이고 아직도 성장 중이라는 점에서 이 선수들의 기량이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또 다른 즐거움이 될 것이다. 


아쉽기는 하지만 슬퍼할 일이 전혀 아니다. 오히려 대한민국 축구는 이 어린 선수들을 통해 새로운 희망과 미래를 보았다. 끝까지 분투한 선수들과 대표팀 관계자들에게 진심어린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당신들은 진짜 감동이었다.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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