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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스트레이트> 71화, 기절초풍 할 나경원 아들의 '황금 스펙'

ⓒ YTN

 

<스트레이트> 71화 "추적 나경원 아들의 황금 스펙" 편을 보면 나경원이 얼마나 위선적이고 가증스러운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지난 19일 MBC 뉴스는 나경원 아들이 논란이 됐던 포스터(한 장 짜리 논문 요약본) 제1저자 등재 외에 또다른 연구 포스터에도 이름을 올렸는데, 이 과정이 석연치 않다고 보도한 바 있다.

<스트레이트> 71화는 이를 더 구체적이고 심층적으로 파고들었다. 그에 따르면, 나경원 아들은 해당 연구에 참여할 자격 자체가 아예 없었다.

서울대 측에 연구를 의뢰한 삼성 측이 제시한 자격조건은 국적 제한은 없지만 반드시 국내에 있는 기관 근무자여야 하고, 과제 착수시 국내 소재 기관에 상근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연구가 진행될 당시 미국에서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던 나경원 아들은 연구에 참여할 자격이 애시당초 없었던 것이다.

연구의 책임교수였던 윤형진 교수(나경원의 서울대 동기)는 이에 대해 나경원 아들이 방학 기간을 이용해 연구에 참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그 기간 나경원 아들은 논란이 된 포스터 제1저자 논문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었다.

윤 교수의 말 대로라면 나경원 아들은 대학원생들도 힘들다는 전문적인 학술 프로젝트를 그 짧은 시간에 두 개나, 그것도 주도적으로 수행한 셈이 된다. 나경원 아들의 능력이 워낙 출중한 것인지 어떤지 모르겠으나, 방송에 출연했던 전문가와 교수들은 한결 같이 이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증언했다.

한마디로 관련 지식이 없는 고등학생이 수행할 프로젝트가 아니라는 것. 그런데도 나경원은 자기 아들이 모두 다 했다고 주장했다. 아들의 능력이 뛰어나서 그 모든 걸 다 마무리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애끓는 모정인지, 파렴치한 변명인지 모르겠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나경원 아들이 했다는 그 연구는 고등학생이 해낼 수 있는 수준이 절대로 아니라는 거다.

더욱이 <스트레이트>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나경원 아들이 제4저자로 이름을 올린 포스터에는 그의 소속이 서울대 대학원 연구원인 것처럼 표기돼 있었다. 고등학생을 서울대 대학원 신분인 것처럼 포장해 이름을 올린 것이다.

나경원 아들이 발표했다는 논문 내용도 다른 논문의 내용을 상당 부분 베껴 쓴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포스터의 두 번째 저자로 이름이 올라 있는 윤 모 박사가 수개월 전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논문과 문장과 단어 배열이 일치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명백한 논문 윤리강령 위반이다. 쉽게 말해 표절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나경원은 그에 대해선 묵묵무답이다. 나경원은 <스트레이트> 측의 서면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을 뿐 아니라, 의원실로 찾아간 기자의 질문에도 일절 응하지 않았다. 인사청문회 당시 조국 장관을 향해 입시 특혜가 아니라는 증거와 자료를 제출하라며 생난리를 치던 모습과는 완전 정반대다.

중요한 것은 또 있다. 어쩌면 이 부분이 이날 방송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핵심인지도 모른다. 해명을 요구하는 기자에게 나경원 의원실 관계자는 "이쪽 정치부 출입기자들에서는 더는 그런 질문이 안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라며 질문에 응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는 나경원 아들 의혹에 대해서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국회 출입기자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조국 장관 의혹과 관련해선 도배를 하다시피 물량 공세를 퍼부었던 언론이 나경원 아들 의혹에 대해서는 그와는 사뭇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언론이 검증을 회피하고, 검찰이 봐주기 수사를 하고, 판사가 정치적 판결을 한다면, 시쳇말로 볼장 다 본 것이나 마찬가지다. 우리가 이런 나라에 살고 있다.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절 횡행하던 장면들이 21세기 민주정부 시대에도 똑같이 벌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시민의식은 나날이 성장하고 성숙해져 가는데, 언론 권력과 검찰-사법-정치 권력은 퇴보와 퇴행을 되풀이하고 있다. 이것이 21세기 대한민국의 민낯이다. 

정권이 바뀌었지만, 시대가 바뀌었지만 달라지지 않은 것도 있다. 언론이 그럴 테고, 검찰이 그럴 테고, 사법부가, 의회가 그럴 테다. 조국 장관과 나경원 자녀 의혹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 살벌한 대비가 이를 여실히 방증하고 있다. 언론, 검찰, 법원, 의회 돌아가는 모양새를 보면, 이 나라 여당은 민주당이 아니라 한국당 같고, 이 나라 대통령은 문재인이 아니라 나경원-황교안 같다. 어쩌면 우리는 현재가 아닌 '과거'를 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