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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세월호특별법, 그 공포스러움에 대하여

10월 31일은 절대로 넘기지 않겠다던 여•야의 다짐대로 세월호특별법이 10월의 마지막 날에 타결됐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무려 199일 만이다. 그러나 예상한대로 진상조사위에 수사권과 기소권은 포함되지 않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세월호특별법을 제정해야 하는 이유가 무색해지는 결과다. 이런 식이라면 굳이 세월호특별법을 왜 만들어야 하는지 그 이유를 도무지 모르겠다. 





특별법이란 말 그대로 일반법으로는 소급하기 어려운 사안의 해결을 위해 국회가 제정하는 '특별한' 법을 일컫는다. 그런데 세월호특별법 그 어디에 특별함이 묻어있다는 건지 나는 알 수가 없다. 전혀 특별하지 않은 특별법은 그 이름으로 보나 내용으로 보나 그 자체로 모순이자 자가당착이다. 사건의 본질을 위해 원점으로 다시 돌아가 보자. 삼백명이 넘는 승객들이 세월호 침몰 사고로 희생되었다. 물론 세계 곳곳에서 비행기 추락사고, 열차사고, 건물붕괴사고, 선박사고 등 수많은 사건•사고들이 발생한다. 사고는 언제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런데 문제는 세월호 참사가 단순한 선박운행사고가 아니었다는 데에 있다. 


세월호 침몰사고는 선박의 인•허가 과정에서부터 운항 및 사고 이후의 대응에 이르기까지 박근혜 정부의 무능과 태만, 무책임이 고스란히 드러난 전대미문의 참사였다. 우리사회에는 진상을 명확히 규명하고 책임소재를 분명히 밝혀, 다시는 이 땅에 이와 같은 압도적인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그것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희생자들과 유족들에 대해 우리사회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이자 도리다. 


그런데 실상은 어떤가. 대통령과 정치권은 입을 모아 세월호 참사를 잊지않겠다면서, 다시는 이런 비극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하겠다면서 진상을 제대로 규명하지도 책임 소재를 밝혀내려고 하지도 않는다. 대통령의 눈물은 악어의 눈물보다 더 가식적이었고, 정치권은 영악하거나 무능했다. 이 지독한 이율배반이 의미하는 것은 수백명의 무고한 죽음조차 악용되는 대한민국 정치의 비열함과 비정함이다. 





언론은 세월호특별법 타결을 속보로 전하면서 향후 전망과 예측을 내놓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무의미한 예상들에 실소가 터져 나온다.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핵심이 빠져있는 세월호특별법의 향후 전망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 바보들의 향연이 따로없다. 누누이 강조했지만 수사권과 기소권이 없는 상태로는 절대로 진상규명이 이루어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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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사례들은 수사권과 기소권없는 진상조사위원회의 활동이 얼마나 공허하고 무기력한지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공무나 업무 상의 비밀을 이유로 언제든 압수나 증언을 거부할 수 있고, 자료 제출마저 거부할 수 있는 대상으로부터 진상조사위가 과연 무엇을 조사하고 어떤 새로운 사실들을 밝혀낼 수 있을까. 검찰의 조사도 비켜가고, 국정조사의 그물망도 유유히 빠져나간 자들을 대상으로 수사권과 기소권없이 무엇을 어떻게 수사하고 밝혀내란 말인가. 


많은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지적하고 있듯이 세월호 침몰사고는 대한민국의 총체적 부실과 문제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국가적 대참사였다. 보편적 상식을 가진 수많은 사람들이 명확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그리고 재발방지대책이 담긴, 제대로 된 특별법 제정을 줄기차게 요구해 온 것도 사안의 위중함을 심각하게 직시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과 정치권은 국민들의 제대로 된 특별법 요구를 단호히 거부했다. 뿐만 아니라 보편적 상식에 시꺼먼 잿물을 끼얹으며 특별법 제정에 마지막 희망을 두고 있던 유족들의 가슴에 다시한번 비수를 꽂았다. 무능하고 무책임한 것도 모자라 비정하고 냉혹하기가 이를 데 없다. 





세월호 참사로 삼백명이 넘는 승객들이 허망하게 목숨을 잃었다. 그 장면들이 TV를 통해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나는 이처럼 끔찍하고 충격적인 일이 영화가 아니라 실제 현실에서 벌어졌다는 사실을 지금도 믿을 수가 없다. 선장과 승무원들이 승객보다 먼저 배에서 탈출하고, 현장에 출동한 해경은 구조에 손을 놓고 있고, 관료들은 사태 파악과 수습보다 고위공직자의 의전에 더 신경쓰고, 대통령은 어디서 뭘 하고 있었는지 사고의 경위조차 모르는 이 말도 안되는 상황을 여전히 이해하기 힘들다. 이처럼 참혹한 고통을 겪고 달라진 것도, 달라질 것도 없는 우리사회의 암담한 현실이 눈으로 보고도 도무지 믿기지가 않는다. 


공포영화가 무서운 것은 영화 속에 등장하는 공포가 현실에서 일어날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나는 소름끼치도록 무섭기만한 공포영화와 세월호 참사에 대응하는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 정치권의 모습 중 누가 더 공포스러운 건지 모르겠다.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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