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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성난 민심에 기름 붓는 새누리당의 망언 퍼레이드

새누리당이 지난 1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대회에 참가한 시민들을 '폭도'로 규정했다. 시위에 참여했던 시민들은 일순간에 헌법이 보장한 자신들의 정당한 권리를 박탈당하며, '폭도'라는 누명까지 쓰게 됐다. 권위주의가 횡횡하던 과거 박정희전두환 군사독재시절의 악몽이 되살아 나는 순간이다. 서슬 퍼랬던 그 시절에 독재권력에 저항했던 수많은 시민들이 '국가전복세력'으로 낙인찍혀 무자비하게 탄압을 당해야만 했다. 그런데 이제는 그들의 후예들이 시민들을 '폭도'라 지칭하고 있는 것이다. 끔찍하고 분하다.



ⓒ 뉴시스



16일 오전 새누리당의 초재선 모임인 '아침소리'는 이번 집회를 불법폭력집회로 규정하며 지나친 과잉 대응으로 비난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경찰을 옹호하기에 급급했다. 그들은 특히 집회의 폭력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연출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이완영 의원은 "(선진국에선) 폴리스라인을 넘으면 경찰이 그냥 (시민을) 패 버린다. 최근에 미국 경찰들이 총을 쏴서 시민들이 죽는데 10건 중 80~90%는 정당하다고 한다. 범인들이 (손을) 뒷주머니에 넣는데 총을 꺼내는 것 같아서 (경찰이) 죽였다" "이런 것들이 선진국의 공권력이 아닌가"라고 말해 시민들의 공분을 샀다.

회의에 참석했던 하태경 의원(부산 해운대기장 을)과 이노근 의원(서울 노원갑) 역시 이번 집회를 맹비난했다. 하태경 의원은 "폭력 시위에 부서지고 불탄 차량이 50대가 있는데 원형을 보존해서 광화문 광장에 전시하자. 폭도들의 만행이 어땠는지 직접 국민들이 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고, 이노근 의원은 여기서 더 나아가 "차량, 사다리, 각목, 쇠파이프, 밧줄까지 준비해서 과격한 난동을 부린 것을 보면 소위 말하는 유사범죄단체로 보인다"며 집회에 참석한 사람들을 범죄자로 매도하기까지 했다.

새누리당의 최고의원들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김무성 대표는 "국민들은 공권력이 불법무도한 세력들에게 유린되는 무능하고 나약한 모습을 더 이상 보고 있을 수가 없다. 치안을 책임지는 경찰청장은 이런 사태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엄격한 법집행을 하는데 그 직을 걸어야 한다"며 시위 참가들을 불법무도한 세력이라 규정했고, 서청원 최고의원은 집회 참가자들을 프랑스 파리에서 동시다발적 테러를 자행한 이슬람세력(IS)에 빗대기도 했다.



ⓒ 한국스포츠경제


아찔하다. 마치 한 편의 망언 경연대회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저들은 하나같이 집회가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본질적 이유와 경찰의 과잉 대응에 대해서는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오직 집회의 폭력성과 불법성만을 부각시키기 위해 애쓰고 있을 뿐이다. 지독하게 편향적이다. 그러나 편향성의 난점은 논리의 부실함에 있다. 논리가 부족하기 때문에 설득력이 떨어지고, 공감을 얻어내기 힘들다.

 

미국의 강한 공권력을 부러워하고 있는 이완영 의원이 언급하지 않은 것이 있다. 미국에서는 매일 시민들이 죽어 나간다, 그것도 경찰의 총격이나 폭력에 의해서. 2015 1 1일부터 11 4일까지 경찰의 폭력으로 사망한 민간인의 숫자만 무려 961명에 달한다. 이를 하루로 환산하면 경찰의 폭력에 의해 매일 민간인 3명이 목숨을 잃는다는 의미다. 이것이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이 부러워 마지 않고 있는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실상이다.


이완영 의원의 주장을 반대로 생각해 보면 미국 경찰에 의해 10~20%의 무고한 시민들이 목숨을 잃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공권력이 잘못 사용되면 이처럼 엄청난 참극이 벌어지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 전역을 충격으로 몰아 넣은 '퍼거슨 사태'에 대해 백악관과 연방정부가 사과와 함께 재발방지를 약속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 정부와 여당은 공권력의 강화와 엄중한 법집행만을 강조할 뿐 그동안 자행된 공권력의 오남용에 대해서는 사과도 없고 책임도 지지 않는다. 권리만 있고 책임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권력은 미국이라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하태경 의원의 주장 또한 마찬가지다. 그의 논리는 국정교과서를 강행시킨 자들의 그것과 대동소이하다. 불에 탄 차량의 원형을 보존해 광화문 광장에 전시하려면 마찬가지로 공권력에 의해 피해를 입은 시민들의 모습 역시 원형 그대로 가감없이 함께 전시되어야 마땅한 일이다. 차벽 설치의 불법성도 함께 거론되야 함은 물론이고, 관련 규정을 위반한 채 물대포를 시민들에게 난사한 경찰의 만행 역시 똑같이 기록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하태경 의원은 외눈박이의 시선으로 사건을 재단하고 평가하고 기록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국정교과서의 논리와 지독히도 닮아 있다.



ⓒ 아주경제


김무성 대표와 서청원 최고의원, 이노근 의원도 저들과 전혀 다르지 않다. 시위 참가자들을 불법무도한 세력, IS, 유사범죄단체 등으로 매도하기에 앞서 박근혜 정부에서 자행하고 있는 노동시장 개혁, 역사교과서 국정화, 쌀값 폭락, 청년실업 등을 비판하는 국민들의 소리에 먼저 귀를 귀울어야 한다. 왜 그들이 시위에 나설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정권 차원의 반성과 성찰이 먼저라는 얘기다. 그러나 저들에게는 이 과정이 결여되어 있다. 자신들의 실정과 과오에 대해서는 침묵한 채 이를 비판하는 국민들을 향해서는 망언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물론 공권력의 권위는 당연히 존중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것이 있다. 정당한 공권력의 행사가 바로 그것이다. 정당하고 합법적인 법집행이 전제될 때 공권력의 권위가 바로 서게 되고, 그래야만 시민들이 공권력을 인정하고 비로소 존중하게 된다. 그런데 이 전제가 깨져버린다면 공권력이 내세우는 권위는 국가폭력에 다름 아니며, 무도한 권력이 시민들을 통제하고 제압하는 도구에 불과할 뿐이다.



ⓒ 민중의소리


아직까지도 상당수의 시민들이 박근혜 정권의 정통성에 의문을 가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 정부의 공권력 역시 불신의 대상이다. 국정원 사건부터 시작해서 크고 작은 사건과 사고들로부터 체득한 학습효과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민중총궐기 대회는 박근혜 정권의 실정에 대한 성난 민심을 여과없이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국민들이 박근혜 정권에 회초리를 든 셈이다.


대개 회초리를 맞으면 정신이 번쩍 들게 마련이다. 그러나 이 정권은 오히려 국민들을 향해 '폭도', '불법무도한 세력', 'IS', '범죄유사단체'라며 불같이 화를 내고 있다. 한마디로 정신을 못차리고 있는 것이다. 민심의 흐름을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는 저들의 모습은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옛 속담 그대로다. 국민들은 이제 회초리 그 이상의 것을 들게 될 것이다. 나는 저들에게 과연 성난 민심을 감당할 능력이 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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