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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선거 '4연패'가 눈앞인데, 또 색깔론 꺼내든 한국당

ⓒ 중앙일보

 

"586 얼치기 운동권'들이 다시 21대 국회에서 전면에 나선다면 틀림없이 사회주의식 헌법 개정을 (시도)할 것이다. 사회주의·전체주의 개헌,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개헌을 막기 위한 개헌저지선을 호소할 참이다"

자유한국당 공천관리위원회 김형오 위원장의 발언이다. 21대 총선을 위해 긴급투입된 김형오는 18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을 역임한 원로 정치인이다.

한국당은 현재 새보수당을 비롯한 보수우파 진영의 통합에 사활을 걸고 있는 중이다. 21대 총선을 앞두고 통합과 쇄신을 강조하고 있는 것. 사분오열된 보수진영을 하나로 규합시키고 혁신과 변화를 통해 승부수를 던질 참이다.

김형오는 그 중 두 번째 목표인 쇄신을 위해 영입된 인물이다. 대대적인 물갈이를 통해 총선 돌풍을 일으켜 보겠다는 심산이다. 문제는 이 뻔해 보이는 선거전략에 과연 누가 속아넘어가겠냐는 거다. (물론, 아직도 최대 30%에 달하는 잠재적 군상들이 존재하고 있기는 하다).

한국당의 총선전략이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라는 건 삼척동자도 다 안다. 보수통합은 '도로 새누리당'이 되겠다는 소리이며, 인적혁신은 성공하기도 어려울 뿐더러, 설사 새 인물이 수혈된다 해도 그 나물에 그 밥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유는 단순하다. 통합과 혁신의 전제조건인 반성과 성찰이 전혀 없는데다, 자신들의 과오에 대해 누구 하나 책임지는 이가 없기 때문이다. 전대미문의 국정농단과 탄핵 사태로 국가와 국민을 혼란과 혼돈 속으로 몰아넣었음에도, 한국당은 정부 때리기와 국정 흔들기로 반사이득을 보려는 정략적 행태만 고집했다.

두 번이나 비대위를 꾸리며 쇄신작업에 나섰지만, 이는 국민을 기만하는 '쇼'에 불과했다. 당이 쪼개지고, 당명이 바뀌었을 뿐 달라진 건 하나도 없었다. 국정농단의 방조자이자 탄핵 사태의 실빌적 장본인들인 친박은 당내 주류로서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낡은 이념과 시대착오적 색깔론 역시 전혀 버리지 못하고 있다. 21대 총선 공천을 책임지고 관리-통솔하는 김형오의 인식 역시 과거로부터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한다. 자신들이 집권 할 땐 개헌을 못해 안달이더니, 이제는 개헌을 하면 안 된다고 말을 바꾸는가 하면 그마저도 '사회주의·전체주의' 개헌이라는 주홍글씨를 붙이고 있다.

역사책에서나 봐야 할 할 냉전주의적 사고와 인식이 한국당 쇄락의 근본적 원인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문제가 심각해도 보통 심각한 것이 아니다. 좌파-사회주의 타령을 읊어대다가 지난 총선과 대선, 지방선거까지 내리 '3연패'를 당했으면서도 아직도 정신을 못차리고 있는 것이다.

제품에 심각한 결함이 발견돼 반품사태와 불매운동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포장만 바꿔 소바자를 속여보겠다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는 점에서, 한국당의 행태는 고약하기가 이를 데가 없다.

선거철이 되니 또다시 망국적 색깔론이 주술처럼 창궐한다. 저들이 색깔론을 버리지 못하는 건 이 당이 '구제불능'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책임은 고사하고 사과와 반성조차 없는 회사를 응징하는 길은 하나다. 제품을 사지 않으면 그만이다. 이는 정치에도 그대로 소급 적용된다.

시대정신과 흐름을 쫓아가지 못하는 정당이 도태되는 것은 당연하다. 바라기는 이번 총선이 낡은 이념과 지역감정에 기대 하루 하루 연명하고 있는 이 고루한 정당의 호흡기를 떼는 역사적 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보편적 상식을 좀먹는 사회악은 하루라도 빨리 소멸되는 것이 공공의 이익에 부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