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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서초동 집회'(촛불집회)와 '광화문 집회'(태극기집회)의 차이점

 

ⓒ 한겨레

 

 

검찰개혁 사법적폐청산 범국민시민연대(시민연대) 주최로 지난달 28일 열렸던 ‘제7차 사법적폐 청산을 위한 검찰개혁 촛물문화제’의 맞물 성격으로 3일 광화문에서 대규모 집회가 개최됐다.

 

개천절이었던 이날 광화문에는 자유한국당을 위시한 범보수 진영이 총집결해 조국 법무부 장관 파면과 문재인 정권 규탄 시위를 벌였다. 

 

불과 닷새를 사이에 두고 보수진영과 진보진영이 광화문과 서초동에 모여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조국 법무부 장관을 둘러싸고 첨예하게 양분돼 있는 사회의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서초동 집회 인원  '200만'(주최 측 추산)명을 의식한 듯, 이날 광화문광장, 서울시청 인근, 서울역~남대문 일대 도로는 집회에 참석한 사람들로 가득했다. 주최 측은 각각 100만, 300만, 500만 등 다양한 수치를 내놓았다.

 

세(勢) 대결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는 대규모 집회지만 서초동 집회와 광화문 집회는 뚜렷한 차이가 있다. 먼저 집회의 성격이다.

 

서초동 집회가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루어진 시위였던 데 반해, 광화문집회는 한국당과 범보수단체 등이 조직적으로 개입한, 이른바 관제데모 성격의 시위다.

 

실제 지난주 서초동 집회의 규모와 열기에 놀란 범보수진영은 이날 행사를 대규모로 치르기 위해 총동원령을 내린 상태였다.

 

한국당은 홈페이지 등 공지를 통해 당원의 집회 참가를 적극 독려했다. 사실상 이날 집회를 주도한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산하 기독교 단체들에 집회 동원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와 관련 더불어민주당은 "한국당이 전국적 총동원령을 내려 만든 집회, 우리공화당의 태극기 집회, 수구적 종교정치 세력의 창당준비집회가 뒤섞여 정체성과 주의·주장에 혼돈만이 가득했다"며 광화문집회의 의미를 평가절하했다.

 

서초동 집회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폭력사태도 벌어졌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탈북모자 추모 비대위원회 관계자 등 35명이 각목을 휘두르며 경찰에게 폭력을 행사한 것.

 

이뿐만이 아니다. JTBC의 보도에 따르면, 자사 소속 취재진이 일부 시위대에게 성추행을 당하는가 하면, 취재 차량도 파손됐다.

 

보수집회에서 어김없이 등장하는 과격 폭력 시위가 이번에도 여지없이 재연되면서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보수집회의 폭력성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들은 일반 시민은 물론이고 취재를 나온 기자, 심지어 경찰까지 폭행하는 안하무인과 막무가내식 행태로 세간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집회 현장에서는 "빨갱이는 죽여도 된다", "좌파 척결", "잡아 죽이자" 등의 살벌하고 섬뜩한 구호들이 난무하고, 욕설과 고성이 비일비재하게 터져나온다.

 

심지어 부상 당한 시민을 후송하기 위해 출동한 119 응급차를 가로막는가 하면, 손에 들고 있던 태극기와 주먹으로 구급차의 유리창을 두드리는 등 환자의 후송을 방해하는 비이성적이고 몰상식적인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이같은 모습은 수십·수백만명이 모였어도 폭력사태나 불미스러운 일이 일체 벌어지지 않았던 촛불집회와는 확연한 차이를 드러낸다.

 

집회 이후의 도심 상태도 극과 극이다. 촛불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쓰레기 등을 손수 치우며 시위 이전의 상태로 만들기 위해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 그러나 보수집회는 그와는 사뭇 다르다. 집회 이후 거리는 버려진 태극기, 갖가지 오물, 술병 등이 한 데 어우러져 말 그대로 난장판이나 다름이 없다.

 

비폭력 평화시위와 폭력 과격시위의 차이만큼이나 집회 전후의 도심의 풍경 역시 천양지차인 것이다. 

 

보수의 가치는 자유민주주의의 질서와 헌법 가치를 지키려는 노력, 전통적이고 관습적인 사회적 가치를 유지하려는 태도를 통해 만들어진다. 그러나 우리나라 보수집회에서는 이같은 모습을 찾아보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보수의 미덕인 따뜻함, 배려, 평화와 공존, 약자에 대한 연민 대신 자신과 생각이 다르면 무조건 배격하고 공격하고 보는, 과격하고 호전적이며 폭력적인 모습이 도드라진다.

 

수백만명이 모였다는 이날 집회도 마찬가지다. 법질서를 훼손하는 것은 물론 사회공동체의 보편적 상식과 이성을 망각하는 행태가 난무했다. 

 

자칭 보수라는 이들이 헌법과 도덕, 규범을 무너뜨리고 있다. 둘 중 하나일 터다. 보수의 참 의미를 모르고 있거나, 보수로 위장한 '가짜보수'이거나. 이런 식이라면 300만, 500만, 1000만이 모인다 해도 달라질 것은 없다. 보수의 품격과 가치만 점점 더 땅에 곤두박질 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