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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서초동 밝힌 200만 촛불..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 오마이뉴스

 

누구는 10만명이라 하고, 누구는 30만명이라 하고, 또 누구는 50만명이라 한다. 그보다 더 많다는 사람도 있다. 100만명을 넘겼다는 사람도 있고, 150만명, 200만명 이라는 사람도 있다.

 

인산인해.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 8차선 도로가 사람의 물결로 춤을 춤다. 대지를 가르고 바람을 가르는 뜨거운 함성이 천지를 요동친다. 손에 들린 촛불은 칼이 되고 창이 되어 짙게 드리워진 어둠을, 악을 몰아낸다.

 

검찰개혁 사법적폐청산 범국민시민연대(시민연대)가 주최하는 ‘제7차 사법적폐 청산을 위한 검찰개혁 촛물문화제’가 28일 오후 6시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중앙지검) 앞에서 열렸다.

 

지난 16일부터 시작된 촛불집회는 21일까지 매일 집회가 열렸고, 이번주 토요일 집회까지 총 7차례 이어지고 있다. 이날 집회에는 집회 주최 쪽 추산 150만명이 참석해 검찰개혁에 대한 시민사회의 뜨거운 열망을 나타냈다.

 

주목할 것은 시민들의 폭발적인 참여 열기다. 2016년 10월 29일 처음으로 시작된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규탄 촛불집회는 100만명의 시민이 참여하는 데 약 한 달이 소요됐다. 그 해 11월 26일 제5차 집회부터 100만명을 넘겼다. 

 

그런데 이번 검찰개혁 촛불집회는 그보다 속도가 훨씬 빠르다. 지난 주말 약 3만 5천명의 시민들이 모인데 이어 이번 주에는 100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서초동으로 집결했다. 불과 열흘의 짧은 기간에 무려 100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촛불을 들었다. 용광로와도 같은 이 뜨거움은 무엇을 말해주고 있나.

 

검찰의 현주소는 최근 임은정 검사가 묘사한 "선택적 정의", "선택적 수사", "선택적 분노"라는 말 속에 오롯이 녹아있다. 위임받은 공적 권한을 검찰이 선택적으로 휘두르는 순간, 사회의 정의와 공의는 일순간에 와해돼 버리고 만다.

 

지난 수 십년간 목도해온 사회의 부조리와 모순, 적폐의 대부분이 그렇게 만들어졌다. 무고한 사람이 간첩이 되고, 시국사범이 되고, 또 누군가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목숨까지 잃어야 했다. 

 

그 반대편에선 누군가의 범죄가 은폐·축소되고, 누군가는 죄에서 해방됐다. 정의롭고 공의로워야 할 검찰이 권력과 결탁해 선택적으로 분노하고, 선택적으로 수사해온 탓이다.

 

검찰이 그동안 법 위에 군림하며 광란의 폭주를 해왔다는 것은 삼척동자가 다 아는 일이다. 정권은 5년마다 주인이 바뀌지만,  통제 장치가 없는 검찰은 전가의 보도인 수사권과 기소권을 통해 권력을 마음껏 누려웠다. 누구도 손 댈 수 없는 검찰공화국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이쯤되면 검찰은 정의의 집행자, 공의의 심판자가 아니라 민주주의와 시민권을 위협하는 흉기이자 사회악이다.

 

그런 면에서 이날 서초동 일대를 훤히 밝힌 촛불은 검찰의 과거, 그리고 현재의 악행이 만들어낸 결과다. "정치검찰 물러나라", "자한당을 수사하라", "검찰개혁 이뤄내자",  "공수처를 설치하라", "우리가 조국이다"라고 외치는 시민들의 함성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사바나의 들불은 몇 십리 밖에서도 불길과 연기를 볼 수 있을 만큼 엄청나다. 나는, 서초동 대검찰청 앞 촛불에서 사바나의 들불을 떠올렸다. 태울 수 있는 모든 것을 태울 때까지 멈추지 않는 그 불길처럼, 검찰개혁의 시대적 과제가 이뤄지는 그날까지 촛불은 꺼지지 않을 것임을 나는 안다. 

 

역사의 현장에 서있는 그들이 바로 의인이자 영웅이다. 어둠을 밝히는 수백만개의 촛불은 새로운 역사가 써내려가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제, 검찰이 수백만 촛불에 응답해야 할 차례다. 어둠은 절대로 빛을 이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