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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새누리당의 참패와 고개 숙인 선거의 여왕

20대 총선 결과 새누리당은 과반에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원내 1당도 더불어민주당에 내주고 말았다. (향후 새누리당이 무소속의 복당을 허용하면 결과가 바뀔 수는 있다) 이 정도면 굴욕적인 참패다. 당초 과반은 물론이고 180석까지 가능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에 새누리당이 받은 충격은 훨씬 더 크다. 새누리당은 믿을 수 없는 결과에 망연자실했고, 청와대는 멘붕에 빠졌다. 20대 총선 결과에 울고 있는 것은 새누리당과 청와대 뿐이다.


개표가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새누리당의 표정은 아주 밝았다. 40%에 가까운 전통적 지지층은 여전했고, 야권의 분열 속에 '일여다야'로 치뤄지는 선거구도는 질래야 질 수 없는 여건을 만들어 주기까지 했다. 최다 의석수가 걸려있는 수도권에서 야권분열의 반사이득을 새누리당이 가져갈 것이라는 분석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방송사의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새누리당은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일제히 새누리당의 과반의석 실패를 예상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더 지켜보자'는 반응이 우세했다. 과거 방송사의 출구조사가 실제 개표결과와 어긋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개표가 진행되면서 상황은 더 나빠지기 시작했다. 강봉균 중앙선대위원장과 원유철 원내대표는 개표시작 30분 만에 상황실을 황급히 빠져 나갔다. 새누리당의 과반의석 실패가 확실해지자 일찍 자리를 뜬 것이다. 개표가 중반을 넘어가면서 새누리당의 상황은 더 안좋아졌다. 새누리당은 수도권에서 더불어민주당에게 완전히 압도당했고, 믿었던 영남에서도 야권과 무소속에게 17석이나 내주고 말았다.



ⓒ 뉴시스


충격적인 총선 결과에 새누리당과 청와대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당장 새누리당은 총선패배의 책임론을 놓고 심각한 내홍에 빠질 전망이다. 이번 공천을 주도했던 친박계를 향한 비박계의 거센 반격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5, 6월 치뤄질 예정인 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가 갈등의 정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당청관계 역시 새롭게 정립될  전망이다. 친박계 핵심인 최경환 의원을 비롯해 이번 공천을 주도했던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과 원유철 원내대표, 서청원 최고의원 등 친박 실세들의 당내 입지가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게 됐고, 박 대통령의 일방적인 국정운영에 반기를 드는 당내 목소리가 점점 커지게 될 것이다.

이에 따라 총선 승리 이후 친박계의 당권 장악을 통한 원만한 당청관계와 임기 후반기의 강력한 국정드라이브를 꿈꿔왔던 청와대로서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게 됐다. 새누리당의 공천과정에 깊숙히 개입했던 청와대 역시 총선패배의 책임론을 피할 수 없는데다, 시간이 갈수록 청와대의 당 장악력 역시 급속도로 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여소야대' 정국으로 말미암아 박 대통령이 사활을 걸고 추진해온 노동개혁 법안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경제활성화 법안들마저 제동이 걸릴 위기에 처해졌다. 게다가 야당은 총선 결과에 따라 테러방지법과 국정교과서, 위안부 협상 타결 등 박근혜 정부가 추진해 온 주요 정책들에 대해 전면적 재검토를 할 것이라 공언해 온 터다. 박 대통령의 후반기 국정운영에 심각한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 뉴시스



20대 총선은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에 대한 중간평가의 의미가 있는 선거였다. 그런 면에서 이번 총선 결과는 국민들이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오만과 독선에 경고를 내린 것이라 볼 수 있다. 집권 이후 일방적인 국정운영을 고집해 왔던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에 대한 국민의 준엄한 평가가 내려진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대통령이 노골적으로 선거에 개입한 상황에서도 '여소야대' 정국이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그동안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늘 따라다니던 오만과 불통, 독단과 독선 등은 공고한 지역주의와 불패의 신화가 만들어낸 결과물이었다. 그러나 믿었던 지역주의에는 심각한 균열이 생겼고, 불패의 신화마저 처참하게 무너지고 말았다.

새누리당의 굴욕적 참패로 기록될 20대 총선. 새누리당과 박 대통령이 동반 추락하고 있다. 역시 민심은 무섭고 영원한 권력이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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