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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새누리당의 분당 가능성? 비박계에 달려있다

새누리당이 풍비박산이 날 위기에 처해졌다. 지난 1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던 상임전국위원회가 의결 정족수 부족으로 무산된 데에 따른 후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새누리당은 이날 상임전국위원회를 통해 당을 비상대책위 체제로 전환시키고 혁신 특별위원회를 구성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친박계가 정진석 원내대표가 내놓은 비대위원 인선안과 김용태 혁신위원장 선임에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회의는 개최되지 못했다. 친박계가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을 사실상 실력 저지한 것이다.

친박계가 결행한 무력 시위의 파장은 생각보다 컸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인 공주에서 칩거에 들어갔고, 혁신위원장에 내정돼 있던 김용태 의원은 "오늘 새누리당의 정당 민주주의는 죽었다. 새누리당의 마지막 혁신 기회는 사라졌다"는 의미심장한 멘트를 날리며 사퇴의사를 밝혔다.

파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당초 상임전국위원회 의장을 맡기로 했던 정두언 의원은 회의가 무산되자 "이건 정당이 아니라 패거리집단이다. 동네 양아치도 이런 식으로는 안 할 것이다. 아무 명분도 없다"며 있는 그대로의 감정을 고스란히 표출했고, 김성태 의원은 "분당을 염려할 정도로 상황이 위중한 것은 분명하다"며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새누리당의 내홍은 상임전국위원회가 무산된지 이틀이 지난 시점에서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 오히려 그 사이 친박계와 비박계간의 감정의 골이 더욱 깊어지는 모양새다. 새누리당 일각에서는 이 참에 갈라서자는 극단적인 발언들까지 튀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그동안 곪고 곪았던 친박계와 비박계간의 묵은 앙금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 오마이뉴스


이 장면은 마치 친이계의 공천학살에 반발해 친박계가 대거 탈당했던 지난 2008년의 상황을 보는 것 같다. 당시 당권을 쥐고 있던 친이계는 2007년 대선후보 경선에서 자신들을 무지막지하게 몰아 세웠던 친박계를 향해 가차없는 복수의 칼을 날림으로써 대규모 탈당 사태를 불러온 전례가 있다.

지금의 상황은 당시와 대단히 흡사하다. 다만 이번에는 지난 총선 패배의 책임론과 박근혜 대통령의 레임덕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친박계가 자기방어기제를 적극적으로 가동했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새누리당이 겪고 있는 내홍은 이 정당의 기이한 구조에서 기인한다. 정치 정당은 본래 가치와 비전을 중심으로 뭉친 정치적 결사체다. 그런데 새누리당은 가치나 비전을 함께 공유하는 정치결사체라기 보다는 권력에 집착하는 전형적인 이익결사체의 형태를 보여왔다. 그들이 '이명박' '박근혜'라는 막강한 권력자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는 명확히 드러난다.

이들은 태생적으로 정치적 리더, 다시 말해 '이명박' '박근혜'라는 보스의 의지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움직일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새누리당에서 총선 때마다 되풀이되고 있는 공천 갈등과 계파 갈등은 기실 이 두 사람에 대한 충성 경쟁이 노골적으로 표면화된 것에 불과했다. 특히 20대 총선의 공천과정에서 드러난 새누리당의 구태는 이들의 충성 경쟁이 이성과 상식의 수준을 뛰어넘는 극단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것을 보여준다.

박근혜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당의 공천시스템이 너덜너덜해지고, 대통령의 눈 밖에 난 인사들이 공천에서 배제되며 집단 공격을 당하는 장면은 이 당의 민주적 의사결정시스템이 완전히 붕괴되었다는 신호나 다름 없다. 새누리당을 향해 '독재당', '패거리집단'이라는 독설을 날린 정두언 의원의 날선 비난이 허튼소리가 아니라는 뜻이다.

당내의 불합리와 부조리, 비이성적 구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당권에 대한 도전, 보스에 대한 불충으로 인식되는 정당에서 당내 개혁과 쇄신이 이루어질 가능성은 요원한 일이다. 따라서 최소한의 당내민주화도 이뤄지지 않은 새누리당이 수구적이고 패권적인 정당으로 변모해갈 수밖에 없는 것은 필연에 가깝다. 새누리당에 덧씌어져 있는 수구 패권 정당의 이미지는 당연한 귀결인 셈이다.



ⓒ 연합뉴스


그러나 한편으로 이전투구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새누리당의 내홍은 이 정당이 수구 패권 정당으로 계속 남을 것인가 아니면 보수정당으로 환골탈태할 것인가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아주 값진 의미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당내 개혁과 혁신을 위해 결전을 불사하고 있는 새누리당 내 비박계 의원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들의 활약 여하에 따라 새누리당의 미래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당사자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당의 미래를 위해 영예로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말기 바란다타이밍도 나쁘지 않다. 때 맞춰 정의화 국회의장이 신당 창당 가능성을 시사했고, 인재 영입에 목마른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는 합리적인 새누리당 인사들을 영입하겠다고 선언까지 한 마당이다. 만에 하나 싸움에서 진다 하더라도 갈 곳은 얼마든지 있다는 뜻이다

 

새누리당뿐만 아니라 수많은 야권 성향의 지지자들도 뜨거운 응원을 보내고 있다부디 끝까지 싸워주기를 바란다. 그리고 잊지 마시라. 당신들의 분투에 새누리당의 명운이 달려 있다는 사실을새누리당 비박계 의원들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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