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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삶의 양극화 부추기는 시간제 일자리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 공약으로 고용률 70% 달성을 제시했다. 그리고 이를 위해 경제성장률이 아닌 고용률 중심의 국정운영 계획을 발표했다. 


"좋은 일자리 창출을 통해 일하고 싶은 사람들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고용률 중심의 국정운영 체제를 구축하겠습니다."


이는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앞으로 고용중심의 국정운영을 펼치겠다는 당시 박근혜 후보의 출사표다. 이를 바탕으로 대선공약집에는 새로운 일자리는 늘리고, 기존 일자리는 지키며, 일자리의 질은 늘인다는 의미의 '늘지오' 정책이 자리잡았다. 





집권에 성공한 이후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의 공약대로 고용률 70% 달성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국정계획을 수립해 줄 것을 관련부처에 주문했다. 그런데 대통령의 계획은 애초의 구상과는 그 내용면에서 많은 차이가 났다. 고용률 70% 달성과 일자리 만들기라는 외향은 다르지 않았지만 그 속은 확연히 바뀌어 있었다. 이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겠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013년 5월 27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통해 "고용률 70% 달성과 일자리를 많이 만들기 위해 시간제 일자리가 중요하다"며 시간제 일자리를 대폭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시간제 일자리를 늘려서라도 고용률 70%를 반드시 달성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가 저렇게 애둘러 표현된 것이다. 


대통령의 의중을 파악한 정부는 그로부터 며칠 뒤인 6월 4일 고용률 70% 달성을 위한 로드맵을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이날 정부가 발표한 로드맵의 핵심은 대통령의 발언대로 결국 시간제 일자리를 확충해서 고용률 70%를 당성하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2017년까지 창출하려는 총 238만개의 일자리 중 약 40%에 해당하는 93만개의 일자리가 시간제 일자리로 채워지게 된다. 





애초 박근혜 대통령이 공약했던 '좋은' 일자리 창출에서 '좋은'이 빠져있는 정부의 로드맵이 발표되자 노동계와 시민단체 등의 우려가 잇따랐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대통령과 정부가 우리나라의 열악한 노동 현실은 외면한 채 고용률 달성이라는 양적 수치에만 집착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만약 정부의 로드맵대로 (그럴 가능성은 전혀 없지만) 고용률이 70%에 이르게 된다면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챙긴다는 속담처럼, 치적은 대통령과 정부에게 돌아가고 국민의 삶의 질은 점점 더 악화되는 웃지못할 상황만 초래하게 된다. 이를 구체적으로 입증하는 실제적인 사례가 방송을 통해 소개됐다. 


어제 <KBS 9>에서는 200만 명을 넘어선 시간제 일자리 근로자의 고통스런 현실을 다룬 꼭지가 방송됐다. 방송에 따르면 시간제 근로자의 대부분이 저임금의 질 나쁜 일자리에서 근무하고 있고, 정규직 근로자와의 임금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국민연금에 가입하거나 퇴직금을 받는 비율 역시 정규직의 절반에도 이르지 못해 이후 소득격차는 더 늘어나게 될 전망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낮은 소득으로 인해 빚은 점점 불어날 수 밖에 없고, 이에 따라 소득에서 원금과 이자를 갚는 돈의 비율도 덩덜아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소득수준 하위 20%의 경우는 소득에서 원금과 이자를 갚는 돈의 비율이 7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쉽게 말해 한달에 100만원을 벌면 70만원을 빚 갚는데 써야한다는 의미다. 


소득이 낮으니 생활고로 빚을 질 수 밖에 없고, 빚을 갚다보면 다시 생활고로 인해 빚을 지게 되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정책과 고용정책의 근본적인 변화없이 고용률 70%를 달성하겠다는 박 대통령과 정부의 구상은 그야말로 빛좋은 개살구에 지나지 않는다. 





박 대통령과 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늘리기 위해서 시간제 일자리를 늘릴 수 밖에 없고, 시간제 일자리는 선진국에서 이미 보편화되어 있는 노동구조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본질부터가 잘못된 주장이다. 우리나라의 열악한 노동현실과 선진국의 노동현실을 동일선상으로 인식하는 것부터가 왜곡이자 기만이기 때문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이명박 정부에 이어 박근혜 정부 역시 대기업 우선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법인세 인하와 각종 기업감면혜택 등의 부자감세 기조를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고용의 불평등과 고용의 질을 저하시키는 시간제 일자리를 늘리려는 박 대통령과 정부의 정책은 그동안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줄기차게 주장해온 기업들의 입장을 받아들인 결과라고 봐야 한다. 결국 문제는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여당에게 우리나라의 당면한 노동문제의 본질을 이해하고 개선하려는 의지가 전혀 없다는 데에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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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새로운 일자리는 늘리고, 기존 일자리는 지키며, 일자리의 질은 늘인다는 의미의 '늘지오' 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리고 박 대통령과 정부가 야심차게 준비한 '고용률 70% 달성성 로드맵'은 '늘지오' 정책의 연장선상에 있는 정부 대책이다. 그러나 어찌된 영문인지 늘어만 가는 것은 결국 노동자 서민들의 한숨과 빚 뿐이다. 나는 간제 일자리 근로자의 암울한 현실과 정부가 제시한 로드맵의 빛나는 청사진 사이의 이 엄청난 간극을 박 대통령과 이 정부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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