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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분당 탄천 미금보 철거.. 4대강 보 철거로 이어질까?

경기도 분당을 가로지르는 탄천은 경기도 용인시 구성면에서 발원해 한강으로 흘러가는 길이 35.6km의 하천이다. 주변에 숯을 굽는 곳이 많아 탄천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전해진다.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탄천은 악취가 진동하는 죽음의 하천이었다. 짙은 거품이 떠다니는 하천 주변에는 각종 오물과 쓰레기가 나뒹굴었다. 용인지구 난개발 공사현장의 폐수가 대거 유입되고 생활하수가 그대로 흘러들면서 탄천은 이름처럼 '숯검댕이' 하천이 됐다. 

탄천이 살아나기 시작한 건 성남시가 2002년 무렵부터 단계적으로 하천정비사업을 시작하면서다. 성남시는 2002년 2월 '지천 자연형 하천정비사업'과 2003년 12월 '탄천 친환경적 하상정비사업'에 착수하는 등 탄천의 생태하천 복원화를 위해 앞장서고 있다. 

그 결과 잿빛 콘크리트로 뒤덮여있던 하천 주변은 다양한 수생식물들이 서식하는 수초지대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기괴스럽고 흉측했던 탄천은 이후 갈대, 수양버들, 물억새, 달무리풀 등이 자생하는 자연형 하천지대이자 시민들이 눈과 마음을 정화시켜주는 쉼터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성남시는 지난 2016년 '제9회 물환경 대상' 수상 단체로 선정됐다. 환경부와 환경운동연합, SBS가 공동 주최하는 물 환경 대상은 '물과 환경을 지키는 일에 솔선수범하여 탁월한 업적을 이룬 사람이나 단체'에 수여되는 상이다. 

탄천은 2017년 11월 16일 환경부의 '2017년도 생태하천복원사업 우수사례 경연'에서 최우수 하천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탄천의 수질개선과 생태 복원을 위한 성남시의 노력이 외부의 평가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 오마이뉴스


탄천을 살리기 위한 성남시의 노력은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생태환경 복원을 위해 성남시는 8일 또 한 번의 의미있는 걸음을 내딛었다. 농업용수 확보를 위해 건설됐던 보 중의 하나인 미금보를 이날 전격 철거한 것이다. 

탄천에는 미금보를 포함해 총 15개의 보가 건설되어 있다. 1990년 6월부터 1994년 10월 사이에 농업용수 확보와 치수를 위해 만들어진 것들이다. 그러나 90년대 말 이 일대에 분당 신도시가 들어서면서 보는 본래의 기능을 잃어버렸다. 

보는 하천에서 물을 끌어다 쓰기 위해 인위적으로 만든 저수시설이다. 일반적으로 보가 설치되면 유속이 느려져 수질이 나빠지고 그로 인해 환경 생태계에도 악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져 있다. 실제 탄천에 보가 들어서면서 우려했던 일들이 현실로 나타났다. 

공장 폐수와 생활하수, 각종 부유물질 등이 대거 유입되면서 수질은 급속히 악화됐고, 하천에서는 악취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기온이 올라가는 여름이면 보 주변에 녹조가 생기기도 했다. 인간이 만든 콘크리트 구조물은 이렇게 탄천을 상징하는 흉물이 됐다. 

그러나 탄천은 이제 썩은내가 풀풀 풍기던 예전의 탄천이 아니다. 성남시가 친환경 생태하천 복원 사업을 시작한 이후 탄천 생태는 몰라보게 달라지기 시작했다. 앞서 살펴본 '지천 자연형 하천정비사업'과 '탄천 친환경적 하상정비사업'이 탄천의 생태복원화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었다면 보의 철거는 이를 완성하는 의미가 있었다. 

미금보에 앞서 성남시는 2014년 탄천보를 먼저 철거했다. 홍수조절을 위해 철거하면 안 된다는 주장도 있었지만 시는 결국 성남시민과 환경단체의 손을 들어주었다. 탄천보가 사라지자 탄천에는 놀라운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됐다. 흐르는 물 사이 사이 사라졌던 모래톱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수질 역시 2급수 수준으로까지 회복됐다. 

물의 흐름을 가로막던 보가 철거되자 자취를 감췄던 생명들도 모습을 드러냈다. 수십종의 물고기와 곤충 등이 탄천을 삶의 터전으로 삼기 시작했다. 생명이 살 수 없는 죽음의 하천이었던 탄천은 이제 은어, 피라미, 모래무지, 버들치, 금개구리, 소금쟁이, 날도래 등이 서식하는 생명의 하천이 됐다. 

미금보 철거 운동에 앞장섰던 성남환경운동연합은 이날 논평을 통해 "미금보 철거를 시작으로 탄천에 남은 14개의 보가 설치 용도와 목적에 맞게 운용되고 있는지 검토해 불필요하거나 용도를 다한 보를 해체하는 작업에 추가로 나서달라"고 성남시에 요구했다. 성남환경운동연합은 탄천을 보 없는 하천으로 만들기 위해 성남시와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갈 계획이다. 


오마이뉴스


한편 미금보가 철거되면서 4대강 사업 당시 건설된 16개 보 역시 주목받고 있다. 이들 16개 보의 운명이 미금보 철거와 밀접하게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4대강 사업의 폐해가 속속 밝혀지고 있는 가운데 보는 강의 수질을 악화시키고 생태환경을 파괴하는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직후 4대강 사업에 대한 정책감사를 지시한 실질적인 이유였다. 

이명박 정부는 막대한 국민혈세가 투입된 4대강 사업이 부족한 수자원을 확보하고 수질을 개선하기 위한 녹생성장 사업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해왔다. 그러나 정부의 주장과는 달리 해를 거듭할수록 4대강은 극심한 몸살을 앓고 있는 중이다. 

4대강 사업 이후 수질은 오히려 눈에 띄게 나빠졌고, 물에서는 악취가 풍겼다. 여름이면 강마다 축구장 몇 배 크기에 달하는 녹조가 핀다. 흉칙한 괴생명체가 모습을 드러내는가 하면, 물고기가 집단 폐사하는 등 생태계 역시 심각하게 파괴됐다. 탄천에서 발생했던 것과 동일한 문제들이 놀랍게도 4대강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탄천은 시사하는 바가 아주 남다르다. 생태복원화 사업을 통해 하천이 본래의 모습을 회복하자 사라졌던 생명들이 다시 돌아오기 시작했다. 막혔던 물길이 트이자 파괴됐던 생태계가 되살아났다. 그 결과 탄천은 생명이 살 수 없는 죽음의 하천에서, 수많은 동식물들의 보금자리이자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완벽하게 탈바꿈했다. 미금보 철거를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을 터다. 탄천의 기적이 4대강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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