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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보 철거가 우파해체?..한국당에게 양심이란?

ⓒ 오마이뉴스



자유한국당의 '기승전-문재인 정부 반대' 기조가 급기야 4대강 보 철거 문제로까지 옮겨붙었다. 환경부 산하 ‘4대강 조사·평가 기획위원회'가 지난 2월 22일 금강의 세종보와 공주보, 영산강의 죽산보는 해체를, 백제보(금강)와 승촌보(영산강)는 수문을 상시 개방하는 안을 제시하자 발끈하고 나선 것.


물론 새삼스러울 것은 없다. 정부·여당이 하는 일이라면 한국당이 일단 반대부터 하고 본다는 건,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지적하고 있다시피 20대 국회 개원 이후 16차례에 걸친 '보이콧'이 여실히 입증하고 있지 않은가.

실제 일자리 추경안, 개헌, 예산안, 한반도 비핵화를 둘러싼 남북·북미정상회담, 유치원3법, 공수처 도입, 선거제도 개편 등 그동안 한국당이 반대했던 정치·외교·사회 현안들은 일일이 열거하기가 벅찰 만큼 부지기수다.

이쯤 되니 정부의 4대강 보 일부 해체 추진 방침과 관련해 한국당이 어떻게 나올지는 충분히 예상해 볼 수 있는 일일 터다.

역시나 이번에도 '반대'다. 그것도 나경원 원내대표의 말을 빌자면, "보 해체 문제가 최종 결정이 난다면 법적 책임을 반드시 묻겠다"며 초강경 대응에 나설 태세다. 말 뿐만이 아니다. 한국당 의원들은 4일 충남 공주시 우성면 공주보 사업소를 찾아 '4대강 보 파괴 저지 특위 현장 방문 및 간담회'를 열고 정부의 4대강 보 일부 해체 방침을 강력 비판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나 원내대표를 필두로  '4대강 보 파괴 저지 대책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정진석 의원, 특위 위원인 홍문표·이명수·이은권·임이자·김태흠·장석춘·최연혜·송석준·강석진·엄용수·최교일·김현아 의원, 정용기 정책위의장 등이 참석해 만만찮은 세를 과시했다. 

한국당을 보는 시선은 착잡하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했던 '4대강 사업'은 무려 22조(정부 발표)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국민 혈세가 투입된 대규모 국책사업이었다. 

그러나 가뭄 및 홍수 대비, 수질 개선, 일자리 창출 등을 목표로 추진된 4대강 사업은 정부 발표와 달리 생태계 파괴, 수질악화, 건설사 담합 비리, 안전 문제 등이 연거푸 불거지며 사회적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무엇보다 4대강 사업은 사업 추진 과정에서 국민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명박 정부는 한반도 대운하 공약이 국민의 반대에 부딪혀  좌초될 위기에 빠지자  이를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로 교묘하게 변경시켜 밀어붙였다.

4대강 사업을 비판하고 반대하는 국민 여론은 철저하게 무시됐다. 심지어 국정원은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전문가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사찰하는가 하면, 비판적 목소리를 내는 국민들을 불순세력·종북세력으로 매도하기도 했다.

4대강 사업이 총체적 부실 사업이었다는 것은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서도 확인된다. 4대강 사업에 대한 감사는 이명박 정부 시절 두 차례, 박근혜 정부 시절 한 차례, 문재인 정부 시절 한 차례 등 총 네 번에 걸쳐 진행됐다. 이 중 2011년 1월에 발표된 첫 번째 감사만 '이상이 없다'는 결과가 나왔을 뿐 나머지 세 차례는 모두 '심각하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한마디로 부실 투성이라 판정 받은 것이다.

특히 주목할 것은 박근혜 정부 출범을 앞둔 2013년 1월17일 발표된 감사 결과다. 4대강의 주요시설물 품질 및 수질 관리실태를 감사한 결과는 아주 충격적이었다. 감사원은 16개 보 가운데 무려 15개 보에서 바닥 침식을 막기 위한 바닥 보호공이 유실 또는 침하됐다고 발표했다. 12개 보에서는 내구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보의 안정성에 심각한 문제가 발견된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수질개선 효과 역시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감사원은 수질예측 방식과 수질관리 기준이 잘못돼 오히려 수질이 악화될 우려가 크다고 설명했다.

ⓒ 오마이뉴스


박근혜 정부 시절이던 지난 2013년 7월 발표된  세 번째 감사에선 건설사 담합 비리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당시 감사원은 "이명박 정부가 대운하를 염두에 두고 4대강 사업을 추진한 탓에 사실상 담합을 방조하고 유지관리 비용 증가와 수질관리 곤란 등의 부작용을 유발했다"고 발표했다. '단군이래 최대의 담합 비리'라던 4대강 사업 비리의 일면이 드러난 셈이다.


4대강 사업의 가장 큰 목표 중 하나였던 홍수 예방 효과 역시 미미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13년 10월 14일 정우택 당시 새누리당(현 한국당) 의원이 국토부 및 소방방재청으로부터 넘겨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낙동강·금강·영산강 지역의 2012년 홍수 피해액은 전년도보다 크게 증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낙동강은 2011년 869억원에서 2012년 2362억원으로, 금강은 350억원에서 737억원으로, 영산강은 49억원에서 828억원으로 피해액이 급증한 것이다. 

당시 정 의원은 "국토부와 한국수자원공사는 집중호우기간 동안 4대강 본류 지점의 수위가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낮다는 점에서 4대강 사업으로 홍수피해가 저감되었다고 발표했지만 실제 집계된 피해는 4대강 사업 이전에 비해 오히려 증가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생태와 환경 역시 크게 훼손·파괴됐다. 해마다 4대강 주변은 녹조가 뒤덮여 썩은내가 진동한다. 혐오스런 괴생명체가 모습을 드러내는가 하면, 강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수많은 생명들이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하고 있다. 4대강 사업의 폐해는 이처럼 한두 가지로 설명할 수 없을 지경이다.

관련해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 하나 있다. 이명박 정부 당시 다수 국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4대강 사업을 주도했던 당사자가 바로 한국당이라는 사실이다. 사회적 논란과 많은 후유증을 낳은 4대강 사업을 강행시킨 책임이 그들에게 있다. 무분별한 국책사업이라 비판받고 있는 4대강 사업을 주도했던 그들은, 그러나 아직까지 사과는커녕 반성의 기미조차 찾아보기 어렵다.

아니, 외려 당당해 보인다. 한국당 의원들이 이날 간담회에서 쏟아낸 말들을 한번 보자. 먼저  '4대강 보 파괴 저지 대책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 의원의 발언이다.

"물관리라는 것은 모니터링을 하고, 수질 생태계를 조사하는 굉장히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적어도 십년, 수십 년을 관찰하고, 그 축적된 자료를 가지고 정책을 경청해야 한다. 그런데 단 석달만에 전광석화같이 보를 철거하기로 결정했다. 금강은 충청도민이 주인이다. 이번 결정은 물을 이용하는 주민들의 의견을 무시한 결정이다"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정 의원의 주장은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이들이 내세웠던 논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4대강 사업이 추진될 당시 야권을 비롯해 학계와 환경단체 등은 정부가 다양한 의견 수렴 없이 4대강 사업을 졸속 추진하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그러나 누구 말처럼 "십년, 수십 년을 관찰하고 그 축적된 자료를 바탕으로 정책을 결정"해야 함에도 이명박 정부는 불과 몇 년만에 전광석화같이 4대강 사업을 마무리지어 버렸다. 어디 이뿐인가. 사업에 반대하는 다수 국민의 의견은 철저히 무시됐고, 심지어 종북세력이라 낙인까지 찍혔다. 누가 누구를 무시했다는 건가.

"문재인 정부가 하는 방식은 늘 '이념적'"이라는 나 원내대표와 보 해체를 "우파해체"로 규정한 정 의장의 발언 역시 어불성설이기는 매한가지다. 보 철거는 환경과 생태, 안전 문제, 수질 오염, 치수와 이수 효과, 관리유지 비용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해야 하는 사안이다. 그런데 여기에 뜬금없이 "이념 문제", "우파해체"라는 말이 왜 거론되나. 누가 더 이념적이라는 것인가. 

정부의 일부 보 해체 방침은 아직 최종적으로 결론이 난 사안이 아니다. 앞서 발표된 위원회 안은 지역별 설명회와 토론회 등 각계의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오는 7월 국가물관리위원회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보를 전면 철거해야 한다는 측과 보다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측의 견해가 나뉘어 있는 만큼 면밀한 토론과 숙의의 과정을 거쳐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해야 할 터다. 

그런데 한국당은 자신들이 주도했던 4대강 사업의 심각한 부작용은 외면한 채 보 철거 문제를 정치 공세의 수단으로 삼으려 하고 있다. 뭔가 잘못돼도 한참은 잘못됐다. 아무리 정파적 입장이 다르다 해도 최소한 부끄러움은 있어야 한다. 자신들이 집권하던 시절 만들어진 감사원 감사 결과를 보고도, 새파란 녹조가 까마득히 덮혀가는 강을 보고도, 철마다 떼로 죽어가는 생명들을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오나. 방귀 뀐 X이 성을 내고 있다. 염치는 도대체 어디로 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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