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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박근혜는 왜 후문으로 가야만 했을까?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9 20 4 7일 간의 일정으로 캐나다와 미국 순방길에 오르던 중 벌어진 일이다. 박 대통령은 캐나다 방문 첫날 오타와 샤토로리 호텔에서 동포들과의 간담회가 예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호텔에 도착한 박 대통령은 정문이 아닌 후문을 통해서 들어가야만 했다.

시위대들이 국회의사당에서부터 호텔 앞까지 박 대통령의 동선을 따라 움직이며 '세월호 특별법을 제정하라', '박근혜는 대한민국의 합법적인 대통령이 아닙니다'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기 때문이었다. 결국 박 대통령은 시위대를 피해 호텔의 정문이 아닌 다른 출입구를 통해 행사장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지난 3 16일에도 이와 유사한 장면이 부산대에서 연출됐다. 이날 박 대통령은 부산 창조경제혁신센터 출범식에 참석한 뒤 부산지역 산학연 오찬에 이어 오후 2시경 부산대 IoT 연구센터를 방문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그 시각 부산대 정문에서는 박 대통령의 방문을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었다.

자신들을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부산대학교 학생일동'이라고 밝힌 학생들은 이날 오후 1시부터 '박근혜의 부산대 방문을 환영하지 않는다', '박근혜 대통령님 5.16쿠데타, 유신독재가 불가피한 선택입니까?'라는 피켓을 들고 박 대통령의 방문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박 대통령은 이날도 정문이 아닌 후문(구 정문)으로 교내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어제 이화여대에서도 같은 장면이 되풀이 됐다. 박 대통령은 이화여대의 정문이 아닌 후문으로 학내에 들어가야만 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 한국여성단체협의회가 주최하는 제50회 전국여성대회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화여대생들은 이에 앞서 오후 1시경 학교 정문 앞에서 "국민의 뜻을 거스르는 박근혜 대통령 환영할 수 없다"며 박 대통령의 방문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어 학생들은 정문 앞에서 '박근혜는 이대에 발도 붙이지 마라', '박근혜는 '여성'을 말할 자격 없다'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에 나섰다. 300여명에 달하는 사복 경찰과 경호원 시위대에 둘러싸여 이날 이화여대 정문은 북새통을 이루었다. 결국 박 대통령은 이번에도 후문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열렬한 환대를 받으며 폼나게 정문으로 들어가도 모자랄 판에 박 대통령은 벌써 수차례에 걸쳐 사람들의 이목을 피해 뒷문으로 들어가야만 했다. 이쯤되면 대통령의 체면과 위신이 말이 아니다. 가만히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그런데 아무리 더듬어 봐도 박 대통령처럼 연이어 문전박대를 당하는 경우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었다. 자고로 '군자는 대로행'이라고 했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왜 정문이 아닌 후문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던 것일까.

헌법을 준수하고 민주주의의 가치를 계승 발전시키겠다는 대통령이, 국가와 국민을 위한 사명감으로 똘똘 뭉쳐있다는 대통령이, 부정비리와 불법 부패 척결에 누구보다 앞장서고 있다는 대통령이, 국민의 올바른 정신 함양과 역사관 정립을 위해 교과서를 하나로 통일시키겠다는 대통령이 국민들로부터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도대체 그 이유가 뭘까.





사회적 현상에는 반드시 인과가 존재한다. 사람들이 대통령의 방문을 환영하지 않는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막무가내로 정권을 비판하고, 대통령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란 뜻이다. 사람들이 피켓을 들고 서 있는 이유는 마땅히 밝혀져야 할 진실이 권력에 의해 감추어지고, 지켜져야 할 사회정의와 보편적 상식이 지켜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중심에 바로 박 대통령이 놓여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 선거에 국가기관이 개입하는 천인공로할 불법이 벌어져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나라, 청와대와 집권여당이 국정원 사건의 진상규명을 방해하는 것은 물론 범죄에 가담한 피의자들을 오히려 보호해 주고 있는 나라, 국가와 정부의 무능 속에 자국 국민 수백명이 희생을 당하고, 방역당국의 허술한 관리 탓에 온 나라가 대혼란에 휩싸여도 누구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 나라,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는 국정교과서를 대통령과 정부여당이 독단적으로 강행시키는 나라, 게다가 국정교과서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라고 서슴없이 선언해 버리는 나라, 부끄럽지만 이것이 바로 대한민국의 적나라한 민낯이다.

박 대통령이 사람들의 환영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다른 곳에 있지 않다. 사람들이 그에게서 사회정의와 보편적 상식을 도무지 발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말과 행동이 늘 따로 노는 대통령의 모습에 실망하고 분노하고 있기 때문이며, 국민이 한시적으로 부여한 권력을 그가 오용하고 남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을 향한 실망과 분노, 부당함과 불의함에 대한 항의와 저항의 표현이 저와 같은 방식으로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돌아가는 차 안에서 박 대통령은 과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알 수 없는 일이다. 박 대통령은 왜 자신이 정문이 아닌 후문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는지 곱씹고 또 곱씹어야 한다. 그리고 반드시 그 답을 찾아야 한다. 만약 답을 찾지 못한다면 그는 다음 번에도, 그리고 그 다음 번에도 사람들의 이목을 피해 후문을 드나들고 있는, 궁색하고 초라한 자신의 모습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런 까닭으로 역사는, 국민은 박 대통령을 당당하지 못하고 떳떳하지 못한 부끄러운 대통령으로 기록하고 기억하게 될 것이다. 역사는 국민의 뜻을 거스르는 위정자에게 절대로 자비와 관용을 베풀지 않는다.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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