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치

박 대통령은 왜 아프리카로 가야만 했나

박근혜 대통령이 10 12일의 일정으로 에디오피아, 우간다, 케냐 등 아프리카 3개국과 프랑스 국빈방문을 위해 25일 출국했다청와대는 25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예정돼 있는 아프리카 순방을 통해 우리나라의 외교 네트워크를 넓히고 아프리카와의 경제적 교류를 확대하는 한편, 아프리카에 경제규모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대한민국의 경험을 나눌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청와대는 또한 박 대통령이 27일 에디오피아 순방 중 '아프리카의 유엔'으로 불리는 아프리카연합(AU) 본부를 방문해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최초로 특별 연설을 가질 예정이며, 이 자리에서 북한 관련 메시지를 언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박 대통령이 북한에 우호적인 국가들과의 정상회담을 통해서 대북 압박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이상은 청와대가 전하는 박 대통령의 아프리카 순방에 담겨있는 남다른 의미들이다

 

그런데 청와대의 깨알같은 홍보와는 달리 박 대통령의 이번 아프리카 순방에는 간과할 수 없는 중대한 외교적 실착이 눈에 띤다. 한반도를 둘러싸고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동북아시아의 정세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여기에는 어쩌면 아프리카 순방보다 더 중요한 정치적 의미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아프리카 순방으로 인해 놓치고 있는 것들은 과연 무엇일까?



ⓒ 외교부 홈페이지


박 대통령이 아프리카 순방에 나선 사이 일본에서는 지금 G7 정상회담이 열리고 있다. 이번 회담에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등 7개국의 정상들이 참석하고 있다.


문제는 이번 G7 정상회담에서 논의되는 주요 의제가 우리나라와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이다. 이번 회담에서는 북핵 문제와 관련해 강력한 대북 제재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G7 정상들은 이번 회담을 통해 북한에 대해 최고 수준의 규탄 성명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 자리에 북핵 문제의 한축인 우리나라가 빠져있는 것이다.

당초 일본은 이번 회담에 박 대통령을 옵서버(회의 등에 특별히 출석이 허용된 사람)로 초청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청와대 외교라인이 아프리카 순방 일정을 고려해 이를 거절했고 결국 박 대통령은 일본이 아닌 아프리카로 방향을 틀었다. 박 대통령과 청와대는 G7 정상회담에 옵서버로 참석하는 것보다 아프리카 순방으로 얻을 외교적 실익이 더 크다고 판단한 셈이다.

그런데 바로 이 부분에서 청와대의 판단 착오를 엿볼 수 있다. 이번 G7 정삼회담에서 거론되고 있는 의제가 외교적으로 얼마나 중요한 지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특히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개성공단 폐쇄라는 초강수로 대응한 이후 손을 놓고 있던 정부로서는 이번 G7 정상회담을 통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의미있는 역할을 기대해 볼 수도 있었다. 

그런데 이 소중한 기회를 박 대통령의 아프리카 순방과 맞바꾼 것이다. 우리 정부는 북핵 문제에 들러리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개최국인 일본 주도로 이루어지고 있는 이번 G7 정상회담에서 미국과 일본은 보다 확고한 미일동맹을 과시하고 있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이 히로시마 평화공원을 방문하는 장면은 아주 중요한 정치적 함의가 있다.

미국이 과거사를 덮고 일본을 동북아전략의 핵심축이자 전진기지로 삼겠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일본이 앞으로 미국의 묵인 하에 과거사 왜곡은 물론이고 주변국들이 우려하는 군사대국화의 길을 노골적으로 밟게 될 가능성이 농후해졌다는 의미다. 반대로 일본과 과거사 문제로 얽혀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의 군비 확장을 경계해야 하는 우리 정부로서는 대단히 난처하고 곤혹스런 입장에 처해지게 됐다.  


ⓒ 오마이뉴스


대한민국은 지금 미국과 일본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나 다름이 없다. 미국이 주도하는 동북아전략에 맞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할 중차대한 시점인 것이다. 그런데 이 중요한 시기에 박 대통령이 일본이 아닌 아프리카로 훌쩍 떠나 버렸다.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참으로 난감하기 이를 데 없다

 

물론 박 대통령이 해외에 나갈 때마다 수십조원에 달하는 경제적 성과와 계량화할 수 없는 외교적 성과가 잇따르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때와 순서가 있는 법이다. 박 대통령의 이번 아프리카 순방은 바로 이 부분에 대한 고찰이 빠져 있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왜 아프리카로 가야만 했을까. 나는 이것을 한반도를 둘러싸고 요동치는 국제 정세를 박 대통령과 청와대 외교라인이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으로 밖에는 달리 이해하지 못하겠다. 어쩌면 한반도가 열강들의 패권싸움에 등 터지는 새우 신세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본질적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지도 모른다.





♡ 바람 언덕은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꿈꾸는 1인 미디어입니다 

♡ 여러분의 공유와 공감은 제게 큰 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