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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바른정당 2차 탈당이 기대되는 이유

오마이뉴스


본편보다 나은 속편 없다는 게 정설이다. 그만큼 본편이 남긴 강렬한 인상과 충격, 상징성을 후속작이 넘어서기 어렵다는 통설일 게다. 물론 이른바 '소포모어 징크스'를 보기좋게 깨뜨린 경우도 많다.

영화 장르에서는 터미네이터, 스타워즈, 에일리언, 대부, 여고괴담 등이 그럴 테고, 애니메이션 장르에서는 토이스토리, 슈퍼배드 등이 꼽힐 것이다. 그런가 하면 게임 쪽에서는 분야의 특성상 '소포모어 징크스' 극복 사례를 일일이 열거하기 벅찰 지경이다.

그런데 여기, 정치권에서도 '소포모어 징크스'를 깨뜨릴 수 있을까 주목받는 용감무쌍(?)한 부류가 있다. 특이한 것은 본편이 평단과 대중들로부터 엄청난 비판과 혹평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후속편을 기획하고, 급기야 제작을 목전에 두고 있다는 점이다.

진보와 보수를 막론한 정치 평론가들의 극심한 비판과 야유, 대중의 거센 비난과 조롱 어린 시선을 혹독하게 경험했음에도, 포기하지 않고 후속편을 준비해온 그들의 뚝심(?)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바른정당이 분당 초읽기에 들어갔다. 실행이 되면, 대선을 불과 일주일 앞둔 지난 5월 2일 12명의 의원들이 집단 탈당한 데 이어, 5개월 여만에 또 다시 2차 집단 탈당이 이루어지는 셈이다. 1차 탈당 이후 12명의 의원들에게 쏟아졌던 엄청난 파장을 기억한다면, 이번 2차 탈당에 불어닥칠 역풍은 가늠하기 힘들 전망이다.

왜 아니 그러겠나. 정치적 소신과 신념은 고사하고 제 한 몸 살아보겠다고 이리 '기웃' 저리 '기웃'하는 철새 정치인의 저질 막장극에 어느 누가 쌍수를 들어 환영한단 말인가. 그것도 불과 몇개월 사이에 두번씩이나, 집단적으로 국민을 농락하고 있는데 말이다.

지난 추석 연휴 동안 두 진영이 긴밀하게 서로 '통'하기라도 했던 모양이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 바른정당 내 통합파의 리더 격인 김무성 의원이 지난 11일 서로 약속이나 한듯이 당대당 합당을 포함한 통합 추진을 공식 선언하는 모습부터가 어째 예사롭지 않았다.

홍 대표는 이날 오전 당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바른정당 전당대회 이전에 형식에 구애되지 말고 보수대통합을 할 수 있는 길을 사무총장을 중심으로 공식적으로 시작해주기 바란다"며 운을 뗐다. 기존의 흡수통합 방침에서 한발 물러선 모양새를 취한 것이다.

손뼉은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 김무성 의원 역시 즉각 맞장구를 쳤다. 그는 같은날 언론인터뷰를 통해 전당대회 전 통합의 필요성을 힘주어 강조했다. 이어 하루 뒤인 12일에는 전당대회 후보 등록 마감일인 오는 26일까지를 통합의 '데드라인'으로 못 박았다.

문재인 정부의 독주를 견제하고, 지방선거 필패를 막기 위해서는 반드시 보수대통합이 이뤄져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러면서 그는 "친박 청산이 100%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받아들여졌고, 모든 잘못의 핵심은 박 전 대통령이므로 박 전 대통령의 출당은 통합의 명분이 된다"고 부연 설명했다.

통합을 반대하고 있는 유승민 의원 등 자강파에 대해서는 끝까지 설득하겠다면서도 "당대당 통합에 준하는 방법을 모색하겠다"고 밝혀 통합파 단독으로도 한국당에 합류할 뜻이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두 진영 사이의 통합논의가 여기까지 진행됐다면 2차 탈당은 기정사실이나 다름이 없다는 얘기다.


ⓒ 연합뉴스


기실 통합의 전조는 이미 여러차례 있었다. 1차 탈당에 대한 여론의 후폭풍이 빗발치고, 바른정당에 대한 지지와 격려가 쇄도하며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었을 뿐 통합파의 의지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지난달 28일 열렸던 한국당과 바른정당 내 통합파 의원들 사이의 이른바 '막걸리 회동'은 통합의 물꼬를 여는 마중물이었다.

그날의 회동은 그동안 숨죽이며 사태를 관망해오던 통합파들이 바른정당의 미래에 대해 기대를 완전히 접었다는 의중을 공개적으로 드러낸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추워지면 따뜻한 곳을 찾아 거처를 옮기는 게 원래 그 바닥 생리다. 정치판에 철새'라는 수사가 달리 등장하는 것이 아닐 터다.

대한민국 정치의 대표적인 구태가 바로 '철새 정치'다. 하지만 구태 정치의 진수이자 결정판이었던 1차 탈당에 국민들의 비판이 속출했던 건 단지 그들이 당적을 옮겼다는 표면적인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다. 탈당에도 그에 합당한 명분과 대의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모두가 알고 있다시피 그들에게는 그것이 결여돼 있었다.

보수개혁의 기치를 내걸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섰던 그들이, 국정농단의 공동정범인 한국당과의 결별을 선언한 그들이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을 주장한 홍준표 후보를 지지하는 것부터가 심각한 자기부정이자 이율배반이었다.

유승민 후보가 보수후보 단일화 요구를 거부했기 때문에 탈당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들은 민주적 절차에 따라 선출된 자당 후보를 지지율이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압박하고 그마저도 뜻대로 안 되자 돌연 집단 탈당해버렸다. 당원과 국민의 뜻을 무참히 짓밟는 정치적 배신행위를 자행한 셈이다.

보수대통합을 염원하는 국민의 요구를 외면할 수 없었다는 항변 역시 비겁한 자기합리화에 지나지 않았다. 그들의 주장은 정권교체로 그 궁색함이 여실히 드러난다. 구구절절 갖은 이유를 들이댔지만 한국당 복당의 의미가 무엇인지는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일이었다. 당시 그들을 향해 뜨겁게 터져나왔던 각계의 비난과 조롱, 경멸이 이를 입증한다.

2차 탈당을 코 앞에 두고 있는 통합파의 명분도 1차 탈당을 이끌어낸 주역들의 논리와 별반 차이가 없다. 등장하는 인물만 다를 뿐 내용과 기조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속편의 문법을 고스란히 차용하고 있다. 2차 탈당 명단에 이름이 올라있는 인물의 면면도 화려하기가 이를 데가 없다.

한때 보수진영의 대선후보 1순위로 손꼽히던 진격의 '무성대장'을 필두로, 지난번 1차 탈당 직전 신기에 가까운 정치적 감각을 발휘해 발을 뺀 황영철 의원, '새누리 20적'을 쫓아내는데 실패하면 정치판을 떠나겠다고 목청껏 외쳤던 김용태 의원, 12명의 집단 탈당을 "비상식적이고 비민주적인 정치 행태"라 신랄하게 꼬집었던 김영우 의원 등 어디 하나 빠질 것 없는 의원들이 수두룩하다.

2차 탈당을 주도하고 있는 김무성 의원은 "비판을 감수하더라도 통합하는 게 나라를 위한 일이고 그것이 대의"라며 통합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세간의 비난 따위는 게의치 않겠다는 단호한 태도다.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 탈당에 따른 비난이 폭주할 것이라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저리 말하는 것이 그 방증일 테다.

1차 탈당이 대중사회에 미쳤던 충격과 영향 등을 감안하면 2차 탈당 역시 그에 못지 않는 국민적 관심을 받게될 것으로 예상된다. 잘하면 '소포머어 징크스'를 깰 수도 있고 어쩌면 대한민국 정치의 살아있는 교본이 될 수도 있다. 구태정치의 실체를 이보다 더 극명하고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를 대관절 어디에서 또 찾을 수 있단 말인가.

2차 탈당을 준비하고 있는 바른정당 통합파 의원들. 부디 건투하시라. 살아남기 위해선 무엇인들 못하겠는가. 그러나 다만 한가지, 2차 탈당을 하든 당대당 통합을 하든 제발 '국민'이니, '대의'니, '명분'이니 하는 수사는 쓰지 마시라. 그럴 때 사용하라고 존재하는 어휘들이 아니다. 이는 이 빛나는 수사에 대한 '모욕'이자, '모독'이다. 그것만 지켜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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