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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민주당의 착각, 혹은 오만

ⓒ 매일경제

 

 

"모든 건 이기면 썩는다. 예외는 없다. 돈이나 권력은 마술 같아서, 아무리 작은 거라도 자기가 휘두르기 시작하면 썩는다. 아비들이 처음부터 썩은 놈은 아니었어, 그놈도 예전엔 아들이었는데 아비 되고 난 다음에 썩는다."

서슬 퍼렀던 유신시절, 민주화 인사들의 조력자이자 든든한 후원자였던 채현국 선생의 말이다. 총선을 목전에 둔 시기, 갖은 구설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 민주당이 새겨들어야 할 말이 아닐까.

 

선거는 변수가 많아서 어느 구름에 비가 내릴지 아무도 알 수 없다. 말 한 마디, 행동 거지 하나 하나에 조심 또 조심해야 하는 이유일 터다.

2007년 대선에서 정동영 후보는 노인 폄하 발언으로 뭇매를 맞았다. 이명박 대세론이 맹위를 떨치고 있었지만, "60~70대는 투표하지 말고 집에서 쉬라"는 정동영 후보의 발언이 미친 파장은 컸다. 선거 기간 내내 발목을 잡혔고, 노년층의 싸늘한 시선을 감내해야 했다.

'나꼼수' 인기를 등에 업고 2012년 총선에서 민주당 소속으로 출마했던 김용민 후보는 8년 전 인터넷 라디오 방송에서 했던 여성과 노인 비하 발언으로 홍역을 앓았다. 민주당은 김용민 후보의 과거 막말과 욕설을 문제삼는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의 공세에 진땀 깨나 흘려야 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논란이 선거 막판 판세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한다. 특히 수도권 및 충청과 강원 등지에서 적지않은 손해를 입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언론 지형이 한쪽으로 크게 기울어져있는 상황에서 범진보 진영의 말실수는 때로 걷잡을 수 없는 논란으로 비화되기가 십상이다. 비슷한 실수라 하더라도 언론에 노출되는 빈도나 세기, 맥락은 천양지차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자녀와 나경원 의원 자녀 의혹을 보도하는 언론의 행태가 이를 여실히 입증한다.

민주당이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자당에 비판적 칼럼을 쓴 임미리 고려대 교수와 이를 게재한 경향신문을 고발했다가 취하하는 꼴불견을 연출하는가 하면, (오해로 밝혀졌지만) 상가를 방문한 정세균 총리의 발언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떨어지는 나뭇잎도 조심해야 할 시기 외려 민주당은 그 반대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 무능하고 무기력한 데다, 경솔하고 오만하기까지 하다.

작금의 민주당 지지율은 '문재인'의 후광에 기인한 바가 크다. 대통령에 대한 기대와 지지에 따른 반사이득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자기들이 잘 해서 40% 가까운 지지율이 나오는 줄 아는 모양이다. 착각도 이런 착각이 없다.

 

촛불정부를 자임한 민주당의 지난 2년이 실망 그 자체였던 이유가 뭘까. 수 억년이 넘도록 원형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몇몇 생물이 진화하지 않은 이유는 다른 데에 있지 않다. 진화할 필요가 없는 우월한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자유한국당은 자신들이 우월한 유전자(지역주의)를 지니고 있다고 믿고 있는 정당이며, 민주당은 그렇다는 착각에 빠져있는 정당이다. 저 두 정당이 각각 우월한 유전자에 대한 믿음과 착각에 빠져있는 한 대한민국 정치의 발전은 난망한 일이다.

시민들의 지지가 지속될 거란 착각에서 민주당은 하루 빨리 벗어나야 한다. 변화와 개혁, 혁신을 갈망하는 시민의 요구를 계속해서 외면한다면 2016년 총선에서 새누리당(현 한국당)이 걸었던 전철을 밟게 될 지 모르기 때문이다. 둑이 무너지는 건, 언제나 한 순간이다. 임 교수의 칼럼처럼 되지 말란 법은 그 어디에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