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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문재인 정부가 진짜 기대되는 이유

ⓒ 오마이뉴스


취임 3일째를 맞는 문재인 대통령의 파격 행보가 연일 화제다. 취임 첫날부터 금기로 여겨지던 대통령의 일정을 페이스북에 전격 공개하는가 하면, 경호팀의 동선을 벗어나 시민들과 격의없이 인사를 나누고 셀카를 찍는 등 탈권위적인 행보로 눈길을 끌고 있다.

취임 후 첫 기자회견 자리였던 10일 오후 2시45분에는 문 대통령이 직접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서훈 국정원장 내정자,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을 소개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밀봉·불통·무책임 인사에 진저리를 치던 국민 정서를 감안해 국민과 직접 소통하고 임명권자로서의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그런가 하면 민정수석으로 비검찰 출신이며 개혁 소장파 법학자인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임명해 파란을 일으키기도 했고, 남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인사수석에는 여성운동과 행정 경험이 풍부한 조현옥 이화여대 초빙교수를 임명하는 파격을 선보이기도 했다.

국민소통수석에 기자 출신으로 균형감 있고 폭넓은 인맥을 자랑하는 윤찬영 전 네이버 부사장을 기용하고, 청와대의 안살림을 담당하는 총무비서관에 이정도 기재부 행정안전예산심의관을 임명한 것도 대단히 이채롭다. 특히 이 비서관은 7급 공채 출신으로 기존의 관례를 깬 인사란 평가다.

문 대통령의 파격 행보는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취임 첫날인 10일 서울 동작동 국립 현충원 참배 이후 곧바로 야4당을 방문한 것도 파격적인 행보였다. 문 대통령은 가장 먼저 자유한국당 당사를 찾았고, 정우택 한국당 대표 권한대행에게 "과거처럼 대립·분열하는 정치가 아니라 국민 앞에 하나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정치를 하자"고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국회에 있는 국민의당·바른정당·정의당 당 대표실을 찾아 박지원 대표·주호영 대표 권한대행··노회찬 원내대표 등과 국정 운영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탄핵과 대선 과정을 거치는 동안 증폭된 사회적 갈등을 협치와 상생의 정치로 치유하자는 내용이다. 대통령이 취임 직후 야당 지도부를 찾은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로 야당을 국정의 파트너로 여기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이 이처럼 탈권위와 소통, 국민통합적 행보를 이어가자 시민사회의 반응은 뜨겁게 타오르고 있다. SNS는 물론이고 포털사이트 커뮤니티 게시판 등에서는 문 대통령의 파격 행보에 격하게 공감하는 의견들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며 소통없는 권위가 얼마나 사회를 질겁하게 만드는지 뼈저리게 경험했던 시민들의 이유있는 아우성이리라.


ⓒ 오마이뉴스


정말 그랬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비상식적 권위주의, 무관용과 무원칙, 불투명과 불통으로 가득했던 정부였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들은 비판과 쓴소리를 극도로 혐오했고, 이분법적 편가르기로 국민을 양분시키는가 하면, 극강의 권위를 앞세워 국민 위에 군림했다. 물론 그들도 통합을 말하기는 했다. 그러나 그들이 말하는 통합이란 특정집단이나 가치를 중심으로 한 일방적이고 획일적인 통합이었다.


다양성의 가치를 존중하는 민주주의 시대에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배격하는, 전체주의적 통합은 서로 양립할 수 없다. 민주주의 시대에는 그에 걸맞는 민주적 리더십이 요구된다.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고, 정파와 이념을 초월해 식견과 경험이 있는 인재를 적재적소에 두루 기용하는 통합의 리더십이 필요한 것이다.

민주주의는 필연적으로 갈등과 분열이 수반되기 마련이다. 정치 지도자에게 사회 구성원 사이의 갈등을 조정하고 조율하는 중재자로서의 역할이 필요한 것은 그 때문이다.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와 이념 만을 옳다고 규정하는 폐쇄적 마인드로는 통합은커녕 공존도 할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명박·박근혜 정부 10년은 이 명징한 사실이 재확인된 시간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탈권위와 파격적인 소통 행보를 이어가는 문 대통령을 응원하고 성원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경쾌하고 밝다. 취임 첫날 문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4년 분보다 더 많이 소통했다는 한 누리꾼의 일침은 이전 정부와 문재인 정부가 어떻게 다른지, 그리고 얼마나 다를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시민들이 정치 지도자에게 기대하는 것은 대단한 것이 아니다. 대통령이 바뀌었다고 해서 우리 사회의 모든 현안들이 감쪽같이 해결될 것이라 믿는 사람은 없다.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보다 할 수 없는 일이 더 많다는 것 정도는 모두가 안다. 시민들이 간절히 바라는 건 현실의 목마름을 견딜 수 있도록 만드는 무언가다. 달라질 것이라는 희망을 갖도록 만드는 그 '무엇'말이다.

혹자는 이제 겨우 3일이 지났을 뿐이라고 반문할 지도 모르겠다. 맞는 말이다. 어쩌면 문 대통령은 자신이 내걸었던 약속들의 상당수를 지키지 못할 지도 모른다. 비정규직 문제를 풀지 못할 수도 있고, 약속했던 것만큼 많은 일자리를 못 만들어낼 수도 있다. 위안부 합의 재협상과 사드배치 문제 등은 물론이고 촛불민심의 요구였던 적폐청산 역시 기대에 못 미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 순간 가슴은 뛴다. 어제의 분노와 오늘의 좌절보다 내일의 희망이 훨씬 더 강렬한 탓일 게다. 잊고 있던 정치의 본령이 되살아나고 있다. 위로와 희망을 주는 것이 바로 정치 아니던가. 시민들의 얼굴에 미소가 퍼지고 있다. 불신과 혐오의 온상이었던 그 정치가 만들어낸 기적같은 변화다. 내내 움추리고 경직돼 있던 사람들이 '정치' 때문에 웃는다. 이제 막 첫걸음을 뗀 문재인 정부가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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