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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대세론 꺾기 위한 비문 연대, 과연 성사될 수 있을까?

ⓒ 오마이뉴스


19대 대선 후보들의 윤곽이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지난 2월16일 정의당이 원내정당 중 가장 먼저 심상정 상임대표를 대선 후보로 확정한데 이어, 어제(28일)는 바른정당이 유승민 의원을 대선 후보로 선출했습니다. 전국순회 경선이 한창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에서는 각각 문재인 전 대표와 안철수 전 대표가 크게 앞서 나가고 있습니다. 이변이 없는 한 두 후보의 본선행이 유력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자유한국당에서는 홍준표 경남지사의 우세가 점쳐지고 있습니다.

일찌감치 정의당의 대선 후보로 선출된 심상정 후보는 비정규직 철폐와 재벌개혁 등의 대선공약을 내놓으며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지난 23일에는 선거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키며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를 시작했습니다. 노회찬 원내대표가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을, 천호선 교육연수원 단장과 나경채 공동대표가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 대선을 진두지휘합니다. 

바른정당은 원내교섭단체 가운데 가장 먼저 대선 후보를 확정지었습니다. 28일 서울 올림픽공원내 올림픽홀에서 열린 대통령후보자 선출대회에서 유승민 후보는 국민평가단과 당원 선거인단 투표, 일반국민 여론조사를 합쳐 3만6593표(62.86%)를 얻어 남경필 경기지사(2만1625표, 37.14%)를 누르고 대선 후보로 선출됐습니다. 유 후보는 대선 후보 수락연설에서 "새로운 보수의 희망이 되겠다"는 결의를 내비쳤습니다.

지난 27일 열린 민주당의 호남 순회경선에서는 문 후보가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문 후보는 23만6538명의 유효투표 중 14만2343표(60.2%)를 획득해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 등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기선제압에 성공했습니다. 29일 충청지역 경선이 경선판도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안고 있는 안 지사가 반등에 성공할지가 관심입니다. 호남 경선에서 간발의 차이로 3위에 머문 이 후보 역시 수도권에서 승부를 보려면 충청지역에서의 선전이 절실합니다.

그러나 야권의 심장부인 호남지역에서의 압승으로 문 후보의 대세론이 탄력을 받았기 때문에 안 후보와 이 후보가 전세를 뒤집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안 후보와 이 후보가 특별한 반전의 모멘텀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민주당의 대선 후보는 결국 문 후보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국민의당은 안 후보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25, 26일 치뤄졌던 호남권 경선에서 안 후보는 5만9731표(64.60%)를  얻어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와 박주선 의원에 완승을 거두었습니다. 28일 열린 '부울경' 경선에서도 안 후보는 7561표(74.27%)를 획득해 손 후보와 박 후보에 압승을 거두었습니다. 안 후보가 압도적인 차이로 3연승에 성공하자 벌써부터 남은 경선은 보나마나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당초 손 후보는 경선 전까지만 하더라도 안 후보의 유력한 대항마로 손꼽혔습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이 열리자 열세가 확연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부울경' 경선 패배 이후 손 후보 측이 "유구무언이다. 참으로 답답하다"고 심경을 피력한 것만 봐도 현 상황이 얼마나 암울한지 여실히 드러납니다. 안 후보의 일방적인 독주로 국민의당은 외려 경선 흥행을 걱정해야 할 처지입니다.

지난 20일 김관용·김진태·이인제·홍준표 후보(가나다 순)를 본경선 후보자로 선출한 한국당은 오는 31일 전당대회를 통해 최종 후보자를 선출합니다. 비전대회와 여러 차례의 토론회를 통해 옥석 가리기에 들어간 한국당은 현재 홍준표 후보가 앞서 달리고 있는 형국입니다. 홍 후보는 지명도와 경쟁력에서 타 후보들을 압도합니다. 지난 1차 예비경선에서 홍 후보는 9명의 예비후보 중 유일하게 과반에 가까운 46%의 득표율을 기록해 건재를 과시했습니다. 책임당원 현장투표 50%, 일반국민 여론조사 50% 비율로 본경선 투표가 진행된다는 점도 인지도 면에서 앞서 있는 홍 후보가 유리한 측면입니다.

종합해보면 문재인·심상정·안철수·유승민·홍준표 후보(가나다 순)가 각 당의 대선 후보로 결정될 확률이  높습니다. 만약 대선이 다자구도로 진행된다면 문 후보의 무난히 승리가 예견됩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는 물론이고 정치권 안팎의 예측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이 그 어느 때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문 후보의 대세론은 좀처럼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보수 진영이 분열되어 있는 상황 역시 문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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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대선이 문 후보에게 끝까지 유리하게 흘러갈 것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습니다. 어느 구름에 비가 올 지 모른다는 말이 있듯이 정치의 불확실성은 예측을 무의미하게 만들기 일쑤입니다. 실제 정치권에서는 문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것을 꺼리는 세력들의 연대 움직임들이 모락모락 피어나고 있습니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불출마로 흐지부지된 '빅 텐트론'이나 '제3지대론', 국민의당이 손을 빼며 없던 일이 된 대선 전 개헌 같은 상황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비문 연대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는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28일 비문 성향의 민주당·국민의당 의원 10여명과 비공개 조찬 회동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선 후보들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세간에 유행하는 '어대문'(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을 깨트리기 위한 대책 마련의 일환으로 관측됩니다. 일각에서는 대선판을 흔들기 위해 김 전 대표가 직접 출마를 할 것이라는 설도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습니다. 박 전 대표는 얼마 전 회장직에서 물러난 홍석현 전 중앙일보·JTBC 회장과 김종필 전 국무총리를 잇따라 만났습니다. 박 전 대표의 행보는 비문 연대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문 후보와 1대1 구도를 형성하려는 안 후보의 자강론만으로는 안심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입니다. 박 전 대표가 "정치공학적으로 연대해 한 후보와 싸우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하면서도, 한편으로 대선 후보간 연정과 연대를 포함한 '3단계 연정체제'를 주장하고 있는 것도 그런 맥락입니다.

한국당과 바른정당 사이의 보수후보 단일화 문제 역시 비문 연대의 연장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두 당 모두 턱없이 낮은 지지율을 끌어올려야 하는 공통의 과제가 있습니다. 그러나 뚜렷한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고민입니다. 한국당은 국정농단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상태이며, 바른정당은 정체성 혼란이 초래한 위기를 좀처럼 극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과거의 앙금을 씻고 후보 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분출되고 있는 이유입니다. 그러나 두 당 모두 후보 단일화 문제에 대한 당내 이견이 워낙 큰데다, 친박과 비박 사이의 구원 역시 여전하기 때문에 후보 단일화에 이르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됩니다.

정권교체의 가능성이 대단히 높은 이번 대선에서 대세론을 형성하고 있는 민주당의 문 후보가 차기 대통령에 가장 근접해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문 후보에 대항하기 위해 비문 연대를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끊이질 않고 있는 것이 바로 그 방증입니다. 비문 연대와 관련해 한가지 변수가 있다면 국민의당 경선에서 안 후보가 독주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렇게 되면 국민의당 내부에서 자강론이 힘을 받게 되면서 비문 연대의 동력이 급속히 꺼질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캠프의 선거전략과 기획을 총괄했던 정두언 전 의원은 "이번 대선은 참 재미가 하나도 없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는 문 후보의 대세론을 깨기 위한 제3지대 연대 등이 현실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예측하면서 비문 연대 역시 대세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문 후보의 대세론은 어디까지 이어지게 될까요? 비문 연대는 과연 성사될 수 있을까요? 대세론을 지키려는 쪽과 무너뜨리려는 쪽 사이의 치열한 머리 싸움이 참으로 흥미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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