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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무릎까지 꿇었는데, 한국당은 부모들의 피눈물이 안 보이나

ⓒ 중앙일보

 

자유한국당이 29일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카드를 꺼내들었다.'필리버스터'를 통해 선거제 개편·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법안 저지에 나선 것이다.

다음달 3일 이후 패스트트랙 법안이 본회의에 상정되면 한국당이 이를 물리적으로 막을 방법이 없다. 한국당은 필리버스터로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를 지연시킨 뒤 강력한 여론전을 통해 분위기를 뒤집어보겠다는 속셈이다.

한국당의 필리버스터 신청으로, 이날 처리할 예정이던 유치원 회계투명성 강화를 위한 '유치원 3법'과 스쿨존 내 교통안전 강화를 목적으로 한 '민식이법', 데이터 경제 활성화를 위한 '데이터 3법' 중 일부 법안, 대체복무제 관련 법안 등 주요 민생·경제 법안의 처리가 무산됐다.

"저게 무슨 정당이고 국회의원인가.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미국 가선 나라 팔아먹고 국회에 와선 한유총(한국유치원총연합회)에 아이들 팔아 먹는다. 진짜 나쁜 사람이다"(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아이가 죽었다. 이제 뭘 더 어떻게 해야 하나. 한국당 의원들, 다음에 의원 한 번 더 하려고 애들 계속 죽여도 되나. 왜 국회가 멈춰야 하는지 이해를 못하겠다. 이젠 사정하고 싶지도 않다"(강훈식 민주당 의원)

"당신들 그렇게 하라고 우리 아이들 이름 내준 것 아닙니다. 우리 아이들 협상 카드로 절대 쓰지 마세요"(고 민식군 어머니 박초희씨)

"다른 이유도 아니고 진짜 너무하시는 것 같습니다. 이게 대한민국 정치 현실이라니까 정말 이 나라가 진짜 싫습니다"(고 태호군 어머니 이소현씨)

엄마 아빠의 눈물과 한이 어려있는 어린이 교통안전 법안 처리와 각종 민생 법안이 한국당의 필리버스터 공격에 가로막히자 민주당 의원들과 학부모들은 이날 너나 할 것 없이 분노하며 오열했다. 다른 것도 아니고 부모들이 무릎까지 꿇어가며 간절히 빌었던 법안이었지만, 상대가 한국당이었다.

실상 돌이켜 보면, 한국당은 처음부터 그랬다. 세월호 참사 당시 저들이 했던 행태들을 기억해 보라.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이 정부-여당의 무능과 무책임 속에 속절없이 스러져갔다. 그럼에도 저들은 거짓과 은폐, 조작으로 사건을 덮기에 급급했다.

망연자실에 빠져있는 유족들에게 망언과 막말을 퍼붓는가 하면, 참사의 진상을 밝히기 위한, (그것도 오랜 시간을 소비한 끝에 극적으로 만들어진) 특조위를 "세금도둑"으로 매도하기도 했다.

 

아이들의 죽음 앞에서 '돈타령'을 부르는가 하면, 아무 것도 해준 것이 없으면서 지겹다 역정을 내기도 했다. 어디 그뿐인가. 일주일 단식에 '죽네 사네' 생난리를 펼치던 저 당의 대표는 세월호 참사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까지 받고 있다.

정권만 잡을 수 있다면, 권력만 유지할 수 있다면 쿠데타, 총풍, 북풍, 차떼기, 부정선거 등 못할 게 없는 인간들에게 고귀한 생명과 아이들의 희생, 부모들의 피눈물이 눈에 밟힐 리 만무하다. 만약 그랬다면, 아이들을 먼저 떠나보낸 부모들의 애끓은 절규를 저렇게 무참히 짓밟지는 않았을 테다.

어깃장과 몽니, 보이콧, 반대를 위한 반대, 그리고 떼쓰기. 문재인 정부 출밤 이후 한국당이 보여준 것들이 대개 이렇다. 정권의 전복이 목적인 정당에게 개혁이 민생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다수 국민이 요구하는 개헌, 선거법 개정, 공수처 도입이 무위에 그치고 있는 이유가 다른 데 있는 것이 아니다.

남북이 총부리를 겨누고 지역과 이념에 국론이 분열되고, 정치-사회 개혁이 더디게 이뤄지는 것도 결국 같은 맥락이다. 보편적 상식과 동떨어진 정치세력이 제1야당의 지위를 이용해 사사건건 국정의 발목을 잡고 있는 판에 나라 꼴이 제대로 돌아갈 턱이 없지 않은가.

바꿔야 한다. 국익과 공공의 이익보다 당리당략을 우선시 하는 정당이, 사시사철 국민 위에 군림하다 선거 때 반짝 고개 숙이는 정당이 의회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한, 아무 것도 달라질 것이 없다.

 

지긋지긋한 구태 정치, 목불인견의 저질 정치를 끝내고 싶다면, 인륜을 저버리는 금수만도 못한 막장 정치를 다시 보고 싶지 않다면  바꿔야 한다. 바꾸지 않으면 달라지는 건 아무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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