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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무능한 민주당 VS 무도한 한국당, '바보들의 합창'에 멀어지는 정치개혁

ⓒ YTN

 

"이렇게 무능한 여당도 처음이고 저렇게 꽉 막힌 야당도 처음이다."

 

박지원 대안신당(가칭) 의원이 지난 2일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입니다. 당시 박 의원은 자유한국당의 기습적 필리버스터 신청으로 예산안, 패스트트랙 안건, 민생법안 등의 쟁점 법안 처리가 불투명해자, 민주당을 저와 같이 비판했습니다.

 

박 의원의 지적은 쉽게 말해,  민주당이 무능해 한국당의 발목잡기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박 의원은 정치권의 지략가로 손꼽히는 인물입니다. '정치 9단'이라는 닉네임이 말해주듯 정치 흐름을 정확히 꽤뚫어 볼 줄 아는 몇 안 되는 사람 중의 하나입니다.

 

필자를 비롯해 많은 이들의 혀를 차게 만들고 있는 민주당이 9일 또다시 '똥볼'을 찼습니다. 정기국회 마지막날인 10일 본회의를 열어 내년도 예산안과 민식이법 등을 포함한 비쟁점 민생법안을 처리하기로 한국당과 합의한 것입니다.

 

한국당이 필리버스터 신청을 철회하는 조건으로 민주당은 패스트트랙에 오른 선거제개혁·검찰개혁 법안을 10일 본회의에 상정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예산안 및 비쟁점 법안 처리와 패스트트랙 안건 처리를 맞바꾼 셈입니다.

 

그러나 민주당의 의도는 채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 물거품이 돼버렸습니다.여야 합의 직후 열린 의원총회에서 한국당이 여야 교섭단체 3당이 합의한 필리버스터 철회를 전격 보류하기로 결정하면서입니다.

 

한국당은 격론 끝에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여야 3당의 합의가 먼저 이뤄져야 필리버스터를 철회할 수 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제는한국당의 전매특허가 돼버린 '조건'을 또다시 내건 것입니다.

 

민주당이 뒤늦게 유감을 표명하며 반발하고 있지만 버스는 이미 떠났습니다. 무능한 민주당은 다시 한 번 한국당의 전략에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빠져버렸습니다.

 

결론적으로 한국당이 뭐라 하든 4+1 협의체를 가동시켜 물러서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아니, 기대할 걸 기대해야지요. 한국당의 말바꾸기에 뒷통수를 맞은 적이 어디 한두 번이던가요.

 

지난 6월 말, 패스트트랙 충돌 이후 두 달 가까이 장외투쟁을 이어가던 한국당과 국회정상화 합의했을 때 민주당의 실기를 비판하는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도 똑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주지하다시피 국회 파행의 일차적 책임은 민생개혁 법안 내팽개치고 있는 한국당에게 있습니다. 여론 역시 한국당에 비판적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면 여론전을 통해 한국당의 비상식적 행태를 부각시키고, 4+1 협의체를 더욱 공고히 해 한국당을 강하게 압박하는 전략을 구사했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민주당은 이번에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말았습니다. 말이 국회정상화지 한국당이 국회 의사일정에 참여한다 해도 달라지는 것이 전혀 없다는 사실을 또다시 망각한 것입니다.

 

20대 국회 개원 이후 한국당은 무려 스무 차례가 넘게 국회를 보이콧 했습니다. 산술적으로 거의 두 달에 한 번 꼴로 국회를 파행시킨 셈입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엔 그 정도가 훨씬 더 심각합니다. 한국당은 대통령과 정부를 인정하지 않은 채 무조건적인 반대와 비판, 몽니와 어깃장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무릇 대화와 타협의 '협의 정치'는 기본적으로 상식과 이성이 있는 대상들 사이에서나 가능한 일입니다. 그런 면에서 몰상식과 비이성으로 점철된 한국당은 결코 합리적-생산적 대화의 상대가 될 수 없습니다.

 

더욱이 한국당은 오매불망 민주당 정권의 몰락과 전복을 꿈꾸는 정당입니다. 이런 상대와 대관절 무슨 협상을 하고, 어떤 합의를 한다는 얘기인지 도무지 알 수 없습니다.  차리리 고목나무에서 꽃이 피길 기대하는 편이 낫습니다.

 

10년 가까이 정치 칼럼을 써왔습니다만, 정말이지 이렇게나 무능한 여당도 처음이고 저렇게나 꽉 막힌 야당도 처음입니다. 대한민국의 비극은 이처럼 무능한 정당과 무도하기 짝이 없는 정당이 원내 제1당과 2당이라는 사실입니다.

 

'바보들의 합창'이 따로 없는 이들의 콜라보는 정치개혁의 당위와 강력한 제3당이 출현해야 하는 이유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일찌기 노회찬 의원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50년 동안 삼겹살을 같은 불판 위에서 구워먹으면 고기가 새카맣게 타버린다고 말입니다. 작금의 정치판이 딱 그 짝입니다.

 

정치개혁,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선거 혁명이 그 시작입니다. 더 늦기 전에 불판을 새롭게 바꿔야 합니다. 같은 불판에 고기를 계속해서 굽게 되면 고기도 타고, 이를 소비하는 사람의 몸도 상할 수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