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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또 터진 한국당 세월호 망언, '징글징글'한 것은 바로 너희들이다

ⓒ KBS 뉴스 화면 캡쳐

 

세월호 참사 5주기를 맞은 16일 사건의 진상규명을 가로막은 혐의로 기소된 박근혜 정부 인사들에 대한 재판이 있었다. 

이날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방해 사건 재판에는 이병기 전 대통령 비서실장,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 안종범 전 경제수석, 김영석 전 해수부 장관과 윤학배 전 차관이 모습을 드러냈다. 재판에서 이들은 세월호 특조위 설립과 활동 등을 방해한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특조위 활동에 관한 보고를 받았을 뿐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는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 한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행적이 특조위 안건으로 채택되지 않도록 해수부의 적극 대응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이 전 실장은 관련 혐의에 대해 거듭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씁쓸하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이 아직까지 '미완'으로 남아있는 이유가 이 장면 속에 고스란히 녹아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탓이다. 

특조위는 박근혜 정부와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현 한국당)의 비협조로 시작부터 난항을 겪어야 했다. 특조위에 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며 강력하게 반대한 것.

정부·여당은 초기대응에 실패한 해양수산부와 해경은 물론 청와대와 국정원, 나아가 대통령까지 조사가 이루어질 수 있는 만큼 특조위에 수사권을 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특조위는 세월호 책임론으로부터 벗어나야 했던 정부·여당에게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던 셈이다. 결국 특조위는 정부·여당의 강한 반대에 부딪혀 진상규명을 위한 핵심요건인 수사권과 기소권 없이 출발할 수밖에 없었다.

특조위의 여정은 이후 가시밭길이었다. 특조위는 정부로부터 충분한 조직과 예산 등을 지원받지 못했다. 해수부나 수사기관의 자료 협조 역시 원활히 이뤄지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가 특조위 활동을 방해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였던 사실도 드러났다. 2017년 말 해수부 자체 조사와 검찰 수사 등을 통해 그 내막의 일부가 밝혀진 것이다. 

특조위가 정부·여당으로부터 받은 수모(?)는 이뿐만이 아니다. 특조위는 활동 과정에서 '세금도둑'이라는 오명까지 뒤집어써야 했다.

2015년 1월 김재원 당시 새누리당 의원은 특조위를 "세금도둑"이라 칭한데 이어, 4월에는 "탐욕의 결정체"로 폄훼했다. 박 전 대통령은 2016년 4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쳐 "국민 세금이 많이 들어간다"라며 특조위 기간 연장에 반대 의사를 내비쳤다. 같은해 9월 정진석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세월호 특조위는 하는 일 없이 수조원 예산만 펑펑 낭비한 조직"이라고 매도하기도 했다.

인간의 생명과 존엄을 앞에 두고서 그들은 연신 '돈 타령'이었다. 언제까지 세월호에 갖혀있을 거냐고, 이제 그만 하고 미래를 얘기해야 한다고 강변했다. 절망과 비탄에 빠져있는 유족과 시민의 고통보다 정치적으로 유리한지 불리한지가 더 우선이었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이 보여준 모습이 대개 이랬다. 사고의 원인을 규명하고, 관련자에게 책임을 묻고, 재발방지대책을 강구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외려 특조위 활동를 방해하고, 사건 관계자를 비호하면서 참사의 진상규명을 가로막는 듯한 모습이었다.

국정조사 때도, 청문회 때도 그랬다. 사건의 진상규명에는 관심이 없다는 듯이. 세월호의 흔적을 하루라도 빨리 지우려는 듯이 그들은 한결같은 모습으로 세월호를 부정하고 또 부정했다. 깊은 심연 속에 잠자고 있던 세월호가 세상밖으로 나온 것도 결국 정권이 바뀌고 나서였다.

 

ⓒ 고발뉴스

박근혜 정부 인사들에게서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망언이 자주 튀어나오는 것도 이같은 흐름과 무관치 않을 터다. 16일 하루 종일 온라인을 뜨겁게 달군 "세월호 그만 좀 우려 먹으라 하세요.. 죽은 애들이 불쌍하면 정말 이러면 안되는 거죠..이제 징글징글해요"(정진석 한국당 의원), "자식의 죽음에 대한 세간의 동병상련을 회 쳐먹고, 찜 쪄먹고, 그것도 모자라 뼈까지 발라먹고 진짜 징하게 해쳐 먹는다"(차명진 전 새누리당 의원)는 망언 역시 그런 맥락에서 보면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80명이나 구했으면 대단한 것"(사건 당시 해경 간부), "세월호는 좋은 공부의 기회,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송영선 전 새누리당 의원), "국가안보실은 재난 대처의 컨트롤타워가 아니다"(김장수 전 청와대 안보실장), "돈이 많이 든다, 인양하지 않은 것도 방법"(김진태 한국당 의원), "세월호 때문에 대통령과 정부가 아주 곤욕을 치르고 있다"(박승춘 전 보훈처장)" 등 박근혜 정부 인사들의 세월호 망언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세월호를 밀어내는 박근혜 정부 인사들에게서 일본 극우정치인들의 모습이 오버랩되는 것은 어쩌면 그 때문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일본과 미래지향적 관계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은 그들이 아직까지 제대로 된 사과와 반성, 배상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과거의 침략행위에 대해 용서를 구하기는커녕 잘못을 부인하고 책임을 회피하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과거사와 관련해 일본 극우정치인들의 망언이 끊이질 않는 것도 이같은 인식에서 비롯된다.

박근혜 정부 인사들의 세월호에 대한 행태 역시 비슷한 맥락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잘못과 책임을 인정하는 대신 사건의 실체를 외면하고 부정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5년이 되도록 아직도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않은 실질적인 이유일 터다. 언제나 그렇듯 거짓과 부정은 불편한 진실을 회피하기 위한 가장 손쉬운 수단이다.

세월호 참사 5주기였던 이날 정치권은 일제히 희생자와 유족을 애도하고 위로했다.

"세월호 참사를 조직적으로 은폐하고 유가족을 악의적으로 폄훼했던 진실이 규명돼야 한다"(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아직 세월호에 대해 완전한 진상이 규명되지 않았다"(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진실규명을 위해 국민과 끝까지 함께 하겠다"(박주현 평화당 수석대변인), "진상규명을 위한 끊임없는 노력이야말로 안전사회로 나아가는 지름길이다"(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 "유가족 여러분과 생존하신 분들의 삶을 꼼꼼히 챙겨 필요한 부분을 돕겠다"(황교안 한국당 대표)

민주당·바른미래당·평화당·정의당 등은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 의지를 강하게 내비친 반면 한국당은 진상규명에 대한 언급 없이 희생자와 유족을 애도해 눈길을 끌었다. 그들은 희생자와 유족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직도 모르고 있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 5주기. 세월호를 둘러싼 논쟁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실체적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이제 그만 감성팔이를 멈추라는 사람도 있다. 기억하려는 사람들과 잊으려는 사람들이 공존하는 사회에서 어떤 입장을 취할지는 각자가 판단할 일일 터다. 그러나 적어도 시민의 생명과 존엄 앞에서 해야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은 가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는 인간으로서의 품격과 예의에 관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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