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는 권영세, 비서실장이 유력한 이유

여야가 어제(12일)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국회 본회의 상정을 설연휴 직전인 오는 16일로 미루는데 전격 합의했습니다. 새누리당의 단독 강행과 야당의 국회일정 보이콧이라는 강대강 싸움에서 최악의 파국을 면하기 위해 양측이 한발씩 양보한 결과입니다.

그러나 이완구 후보자에 대한 야당의 반대입장에는 변함이 없어 여야가 합의한 임명동의안 국회 본회의 처리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질 지는 여전히 불투명합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16일 의원총회를 열고 표결참여 여부를 확정하겠다는 입장입니다. 현재로서는 국회 본회의에 참석한 이후 표결에는 참석하지 않는 방법으로 이완구 후보자에 대한 반대입장을 나타낼 가능성이 가장 높아 보입니다.

"이미 두 번에 걸친 총리 후보자 낙마가 있었고 이번이 세 번째라 웬만하면 넘어가려 했으나 더 이상 그럴 수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선을 그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발언을 주목해 보면 야당의 선택지를 예상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어제 국회에서 벌어졌던 긴박한 상황에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던 곳은 다름아닌 청와대였습니다. 이완구 후보자의 국회 임명동의안 처리가 미뤄지자 청와대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합니다. 총리 인준을 기대했던 12일에 맞춰 개각과 청와대 개편을 구상하고 있었던 계획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16일에도 임명동의안이 처리되지 않는다면 청와대의 부담은 배가 됩니다.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만에 하나 임명동의안이 부결되기라도 한다면 청와대는 엄청난 후폭풍에 직면하게 됩니다. 청와대가 국회의 움직임에 눈을 떼지 못하며 임명동의안 처리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신임 총리 인선과 맞물려 어제 아주 흥미로운 기사가 눈에 들어 옵니다. 권영세 주중대사가 조만간 있을 외교부 정기공관장 인사에서 교체되어 귀국할 예정이라는 소식입니다. 그동안 청와대는 신임 총리에 대한 국회인준 절차가 끝나는 대로 개각과 함께 청와대 개편을 하겠다고 밝혀왔습니다. 따라서 권영세 주중대사의 귀국이 그와 연관되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예측들이 나오고 있는 것입니다.

권영세 대사는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조만간 거취를 결정하겠다"며 귀국을 기정사실화 했습니다. 따라서 그가 박근혜 정부나 새누리당을 위해 어떤 식으로든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는 관측이 가능합니다. 현재로서는 청와대의 개각과 개편에 맞물려 비서실장이나 통일부장관으로 발탁되거나, 4월에 있을 재보선 출마 등이 점쳐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필자는 그가 김기춘 비서실장의 후임으로 임용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권영세 주중대사의 비서실장행이 유력한 이유에 대해서 살펴 보겠습니다.

먼저 권영세 주중대사는 대표적인 친박계 의원입니다. 그는 2012년 새누리당이 '박근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총선을 치를 당시 사무총장을 맡으며 총선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대선에서는 박근혜 캠프의 종합상황실장으로 대선 승리에 크게 기여 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신임이 매우 두터운 최측근으로 지근거리에서 대통령을 보좌해야 하는 비서실장에 그만한 적임자가 또 없습니다.

그가 비서실장으로 기용되면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황우여 교육부장관, 국회 총리 인준을 기다리고 있는 이완구 후보자 등 대표적인 '친박' 인사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주변에 포진하게 됩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갈 수 있는 강력한 친위라인이 형성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것입니다.

또한 권영세 주중대사는 실무감각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그를 주중대사로 임명한 것도 이를 높이 샀기 때문이었습니다. '왕실장'으로 불리우며 권위와 관록으로 내부 결속을 도모해 왔던 김기춘 비서실장의 리더십이 한계에 다다른 이상 그와는 다른 스타일의 비서실장을 기용함으로서 침체에 빠져 있는 청와대 내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는 계기를 민들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그는 16~18대 국회의원을 지내는 동안 당 최고위원과 사무총장을 역임하면서 쌓아놓는 인맥도 상당합니다. 비박계인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의 등장으로 '친박'이 몰락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당 장악력이 급속히 약해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권영세 주중대사가 비서실장으로 임명되면 그를 통해 막혀있던 당•청 간의 원활한 가교 역할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김기춘 비서실장이 바로 이 부분에 있어 가장 취약하다고 평가받아 왔기 때문에 이 역시 굉장히 매력적인 부분입니다.

마지막으로 권영세 주중대사의 비서실장 행이 유력한 이유는 그가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스타일에 부합하는 최적화된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의 특징은 자신에게 충성하는 사람들만 골라쓴다는 점에 있습니다. 그녀가 위계질서와 상명하복이 몸에 밴 법조인과 군출신 인사, 그리고 '친박' 실세 등을 중용하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입니다.

권영세 주중대사 역시 공안검사 출신의 전략가로 명성이 자자한 인물입니다. 그는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캠프의 종합상황실장으로 있으면서 2012년 12월 10일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이 남북정상회담 내용을 짜집기해 청와대에 요약보고 했으며, 이것이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에게 흘러들어갔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대화록 유출과정을 세세하게 언급하면서 대선 전에 이미 대화록이 불법유출되었다는 것을 시사하는 발언을 한 것입니다. 이것은 그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승리에 일조했던 정치공작의 중심에 있었다는 의미입니다.

공안통에, 정치공작과 전략에도 능숙하며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명암까지 속속들이 알고 있는 그는 대통령의 복심이어야 할 비서실장에 더할나위 없는 최상의 인물입니다. 게다가 그는 국민여론에 역행하는 인사만을 고집해온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스타일과도 싱크로율 100%에 정확하게 일치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NLL을 포기했고, 사초마저 폐기했다"며 목에 핏대를 세우고 정치공세를 폈던 박근혜 대통령의 친위대들 중의 하나가 바로 권영세 주중대사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국민의 비판이 있든 말든 도덕성과 자질에 문제가 있든 말든 자신의 고집대로 언제나 인사를 해왔던 박근혜 대통령에게 권영세 주중대사야 말로 최적의 비서실장이 되는 셈입니다.

물론 권영세 주중대사의 최종 기착지가 어디일지 아직까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습니다. 그가 필자의 예상을 깨고 통일부장관으로 등용될 수도 있고, 4월 재보선에 출마할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가 향하는 곳이 아닙니다. 정작 중요한 것은 따로 있습니다.

필자는 적어도 자신의 말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들이 정치를 해야 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정치환경은 그와는 정반대를 향해 가고 있습니다. 권모술수로 진실을 왜곡하고 보편적 상식과 사회 정의를 무시하면서 불법과 편법, 부당한 방법들을 동원해서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얻기에만 급급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정치의 저렴화와 저급화를 부추겨 왔다는 점에서 박근혜 대통령도 예외는 아닙니다. 헌법질서를 수호하고 민주주의를 계승 발전시켜야 할 의무가 있는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의 불법부정선거에 대해서는 입을 굳게 닫고 있습니다. 자신이 내세웠던 공약들이 무참히 깨져 나가고 있는 상황임에도 제대로 된 사과 조차 없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이같은 태도는 무책임하다고 밖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

권영세 주중대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가 실무에 아무리 능통하고 역량이 출중하다고 한들 국민들의 눈에는 목적을 위해 부당한 방법으로 정치공작을 일삼던 무책임하고 음흉한 정치인으로 밖에는 보이질 않습니다. 권영세 주중대사가 어디를 가든 그는 결국 국민들의 환영을 받지는 못할 것입니다. 국민들의 눈은 정확하기 때문입니다.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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