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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대통령이 되고 싶다는 어린이에게...

어린이 날이었던 어제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어린이날 축하행사를 가졌다. 어린이날이 되면 청와대는 전국의 어린이들을 초청해 다양한 행사를 열고는 한다. 날도 예외는 아니었다. 청와대는 전국의 낙도 어린이 170명의 초등학생들을 초청했다. 그런데 청와대에서 벌어지는 어린이날 축하행사에는 빠지지 않고 나오는 익숙한 장면이 하나 있다. 어린이의 질문에 대통령이 미소를 머금고 친절하게 답하는 장면은 (설정이든 아니든) 청와대에서 주관하는 어린인날 행사의 백미다.


행사에서도 이와 같은 장면은 여지없이 재연됐다. '대통령이 '이라는 초등학생은 "TV 통해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의 손을 잡아주시는 대통령님의 모습을 보고 대통령이 되겠다는 꿈이 생겼다" "어렵게 살고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손을 따뜻하게 잡아줄 있는 엄마같은 대통령이 되고 싶은데, 이런 마음을 갖고 대통령이 있는지, 공부도 잘하고 잘해야 하는지 궁금하다" 박근혜 대통령의 답을 구했다.

기특하고 대견하다. 어렵고 힘든 사람들을 향한 어린이의 따뜻한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지기 때문이다. 부디 따뜻함이 어른이 되어서도 그대로 남아있기를 소망한다. 그런데 문제는 어린이의 순수한 마음에 마냥 흐뭇해 하고 있기에는 현실이 그렇게 한가하지가 않다는 데에 있다.





대통령을 향한 어린이의 시선과는 별개로 어린이의 멘트에 수긍할 국민이 과연 얼마나 될지 나는 의문이다. 정말 대통령은 어려운 사람들의 손을 따뜻하게 잡아주는 엄마같은 대통령일까.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그동안 대통령은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의 손보다는 가진 사람, 있는 사람들의 손을 많이 잡아왔기 때문이다. 줄푸세, 경제민주화 폐기, 부자감세, 서민증세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은 서민이 아닌 철저하게 부자와 재벌에 맞춰져 있다.

선거를 즈음해서 쪽방촌을 방문하고 시장에서 상인들의 손을 잡아주는 TV 장면만으로 단순히 저렇게 생각한다면, 연일 과거사에 대한 망언을 쏟아내는 아베는 평화주의자이고 역대 최악의 공직자로 역사에 기록될 이완구 총리는 청백리의 표상이 될 것이다. 오히려 이쯤되면 포장과 이미지 메이킹에 여념이 없는 방송의 노골적 편파성을 질타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정작 필자를 더욱 씁쓸하게 만드는 장면은 이후에 등장했다. 대통령의 모습을 보며 대통령을 꿈꾸게 되었다는 어린이에게 그녀는 자신의 경험담을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그런데 그녀의 설명은 내가 알고 있는 내용과는 많이 달랐다. 그녀는 "진정어린 마음으로 노력을 절실히 하다 보면 언젠가 꿈이 이루어지는 날이 있을 "이라며 "간절히 원하면 우주가 나서서 도와준다" 말했다.

물론 카메라가 돌아가고 많은 기자들이 지켜보고 있었다는 것을 안다. 또한 순진 어린이들이 똘망똘망한 눈으로 자신의 입을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었다는 것도 잘 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이 어떻게 대통령이 되었는지, 저리도 천연덕스럽게 자신의 경험담을 이야기하는 모습은 솔직히 많이 당황스럽다.





대통령이 어떻게 대통령이 되었는지, 과정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당황스러움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아직까지도 많은 국민들에게 지난 대선은 의문 투성이로 남아있다. 국정원과 사이버사령부, 국가보훈처 등의 국가기관들이 불법적으로 대선에 개입했고 이를 주도한 핵심인사들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에 있기 때문이다.

어디 그뿐인가. 박근혜 후보의 당선을 위해 새누리당은 모처에 '십알단'으로 불리는 인터넷 댓글 조작팀을 운영했고, 국가기밀인 2007 남북정상회담대화록을 불법유출해 악의적으로 왜곡시켰다. 국정원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검찰과 경찰은 몸으로 움직였고, 특히 경찰은 박근혜 후보에게 유리하도록 중간수사결과를 대선 미리 발표하기도 했다. 신기한 것은 경찰의 발표가 나기도 전에 박근혜 후보가 사실을 대통령후보자 TV토론에서 국정원의 대선개입사건에 대한 반박 자료로 활용했다는 점이다.

이제와서 생각해 보면 지난 대선은 정말 전 우주가 박근혜 후보를 도와주었다고 밖에는 설명할 없는 일들의 연속이었다. 대통령이 언급한 우주란 종교적 관점에서 신을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고, 간절한 염원과 열망에서 비롯된 초자연적인 에너지가 수도 있다. 그러나 종교나 형이상학적 관념을 배제하고 보자면 대통령이 언급한 우주의 실체는 명확해진다. 국정원과 사이버사령부, 국가보훈처, 검찰, 경찰 등의 국가기관들과 '성완종 리스트'에서 보듯 박근혜 캠프에 불법정치자금을 기업인() 이르기까지 우주의 범주에 포함된다.

그렇다고 우주의 도움만으로 대통령이 되기에는 여전히 뭔가 부족하다. 대통령에 당선되기 위해서는 적절한 거짓말과 무엇보다 뻔뻔함과 몰염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대통령이 대선에 내세웠던 수많는 대선공약들 상당수가 폐기되거나 수정되었다.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들고 나왔던 '대선공약집' 지금보면 한편의 거짓말 모음집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러나 대통령은 아직까지도 이에 대해 제대로 사과나 입장표명이 없다. 이는 뻔뻔하고 염치가 없기에 가능한 일이다. 나라에서 대통령이 되려면 적어도 이 정도의 뻔뻔함과 몰염치는 기본이다.





대통령이 되고 싶다는 아이에게 도덕책에서나 나올 이야기를 해주고 있는 대통령의 모습은 매우 위선적이고 기만적으로 비춰진다. 그럴 밖에 없는 것이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되기까지의 과정들과 이후의 모습들은 그녀의 친절한 설명과는 딴판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답이 어린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런지 나로서는 수가 없다. 나는 어린이가 자신의 꿈대로 어려운 사람들의 손을 따뜻하게 어루만질 아는 대통령이 되기를 희망한다. 정치를 업으로 삼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그래야 한다. 하물며 대통령은 말해서 무엇하랴.

그러나 아이도 시간이 지나면 머지 않아 알게 것이다. 대통령이 들려준 방법이 얼마나 공허하고 무의미한지를, 그런 방법으로는 결단코 대통령이 없다는 사실을. 그리고 깨닫게 것이다. 어른들의 세계가 얼마나 잔인하고 무정하며 야만적인지를, 거짓과 부정, 기만과 위선이 판을 치는 정글과 다름없다는 것을.

나는 이런 세상을 만들어 가는 어른들에게 참을 없는 분노를 느낀다. 어린이날 대통령은 아이들과 함께 청와대에서 축하행사를 가졌다. 박 대통령과 아이들은 웃고 있지만 이를 지켜보는 나는 도저히 웃을 수가 없다 편의 잔혹동화를  것만 같 기괴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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