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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대권 후보 실족, 지지율 하락..고민 깊어지는 민주당

위기는 어느날 갑자기 찾아오지 않는다. 조금씩 그리고 서서히 찾아온다. 위기는, 친절하게도 언제나 '예고'를 해 준다. 곧 찾아 갈 것이라고, 준비하고 있으라고 넌지기 귀뜸을 해 준다. 그러므로 중요한 것은 위기가 닥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이다. 이상징후들을 사전에 파악하고 방비를 해놓는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위기는 어느 순간 현실이 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위기에 빠지기 일보 직전으로 보인다. 무슨 소리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대선에서 승리했고, 지방선거에서도 기록적인 압승을 거뒀다. 지지율이 조금 빠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보수야권을 압도하고 있는 형국이다. 더구나 민주당은 전가의 보도이자 지지율 보증수표인 '문재인'을 보유하고 있다. 몇몇 잡음과 지엽적인 문제가 있을지언정 그것이 대세를 무너뜨릴 정도는 아니다. 

맞는 얘기다. 민주당은 지금 '호시절'을 보내고 있다. 2007년 대선 패배 이후 수년간 절치부심하던 당시와 비교하면 호사도 이런 호사가 없다. 그런데 말이다. 민주당이 처해있는 현실을 면밀히 들여다 보면 사정이 달라진다. 무엇인가가 잘못되고 있다. 하나씩 하나씩 전조가 보이고 있다. 어려운 시기가 닥칠 수 있다는, 그러니 지금부터 대비해야 한다는 신호가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 오마이뉴스


시간을 지난 대선 전으로 복기해 보자.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여파로 민주당은 시쳇말로 손 안 대고 코푸는 상황을 맞고 있었다. 안희정, 이재명, 박원순, 그리고 문재인. 누가 나와도 당선은 전혀 문제될 것이 없어 보였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차기 대권 역시 민주당이 가져갈 공산이 크다는 것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차기 그리고 차차기까지 내다볼 수 있는 강력한 대권 후보군을 형성하고 있었다. 

그러나 불과 1년여 사이에 상황이 돌변했다. 온화함과 절제된 언행으로 사랑을 받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는 여비서 성폭행 의혹이 불거지며 정치권에서 '강퇴'를 당했다. 민주당 경선에서 문재인 후보에 이어 2위를 차지한 안 전 지사는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정치적 색채로 차기 대권 1순위로 손꼽히던 인물이었다. 그러나 갑자기 터진 충격적인 성폭행 의혹으로 하루 아침에 전력에서 이탈해 버리고 만다. 

많은  '팬덤'을 보유하며 진보진영의 절대적 지지를 받던 이 지사 역시 정치적으로 상당한 타격을 받은 상태다. 이 지사는 지방선거 경선 도중 터진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 논란으로 큰 홍역을 치뤘다. '혜경궁 김씨'는 지난 수년 동안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친문계를 비방해온 인물로, 네티즌들은 이 계정의 주인공이 이 지사의 부인인 김혜경씨라고 추정하고 있다. 이 지사는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지만 '혜경궁 김씨' 논란은 아직까지 현재진행형이다. 

'형수 욕설' 논란도 곤욕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은 이 지사의 '형수 욕설' 음성파일을 당 홈페이지에 게제해 논란에 불을 지폈다. 당시 한국당은 "후보자 검증 시리즈 1탄으로 이재명 경기지사 후보의 패륜적 욕설파동 등 6대 의혹을 공개하려 한다"며 이 지사가 과거 집안 문제로 형수와 전화통화를 한 음성녹취 파일을 공개했다. 이후 '형수 욕설' 논란은 이 지사의 자질 및 도덕성 문제로 옮겨붙으며 선거 기간 내내 꼬리표처럼 따라붙게 된다.

이 지사와 관련된 논란은 이뿐만이 아니다. 여배우 김부선씨와의 불륜설은 물론이고 최근에는 '조폭 연루설'까지 터지는 등 설화가 끊이질 않고 있다. 급기야 당 내부에서는 이 지사의 탈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분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김영진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이 지난 1일 "당이 탈당하라 마라 할 권한이 없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이 지사를 둘러싼 잡음은 가라앉을 줄 모르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지사의 대권 가능성이 점점 희박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정두언 전 의원은 지난 6월 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 후보는 경기도지사로 만족해야지 앞으로 대권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고 밝힌 바 있다. 각종 의혹과 스캔들로 정치적 이미지에 치명상을 입은 이 지사의 대권 가능성이 낮다고 본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민주당의 차기 대권 후보 중 아직까지 건재한 인물은 박 시장이 유일하다. 그러나 안정적인 시정운영을 바탕으로 3선에 성공한 박 시장은 전국적 인지도나 파괴력 면에서 다소 약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방선거 승리로 단번에 대선주자급으로 부상한 김경수 경남지사 역시 특검 여부에 따라 정치적 입지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약점이 있다. 인물 풍년에 행복한 고민에 빠져있던 민주당으로서도 이제 안심할 수 없는 처지가 된 것이다. 


ⓒ 오마이뉴스


여론이 심상치 않다는 것도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2일 발표한 '8월 1주차 주중집계'(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34,994명 중 1,502명 응답, 응답률 4.3%,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2.5%p) 결과,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은 전주 대비 2.1%p 하락한 41.9%로 나타났다. 지방선거 압승 이후 지지율이 57%까지 올라갔던 것과 비교하면 두 달 사이에 무려 15% 가까이 빠진 것이다.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민주당의 지지율 하락은 지방선거 이후 지지층 일부가 정의당으로 빠져나갔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최저임금 논란과 교착상태에 빠져있는 북미관계, 최악의 폭염과 그에 따른 누진세 논란 등도 지지율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민주당의 지지율 상승은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인기에 편승한 측면이 강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실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민주당 지지율 역시 동반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집권 2년 차에 접어들면서 현 정부의 국정운영과 정책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다방면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문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은 자연스런 현상이라고 봐야 한다.  

문제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에 대한 평가 국면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상황이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점이다. 집권당인 민주당의 역할이 중요해진 이유일 터다. 여당이 중심을 잡고 각종 민생 문제와 정치적 현안들을 주도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와는 다르게 흘러가는 모양새다. 경제난 속에 최저임금과 일자리 창출 논란, 소득주도 성장 기조 후퇴 논란 등이 가중되는 동안 민주당의 역할 부재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팽배해지고 있다. 

어느덧 집권 2년차. 대통령의 개인기와 원맨쇼가 먹히는 시기는 지났다. 이제는 경제·민생 분야에서 구체적인 정책 성과를 내야 한다. 국민의 삶을 개선하고 진작시키는 실질적인 결과물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민주당이 잘 보이지 않는다. 여전히 대통령과 청와대만 도드라져 보일 뿐이다. 민주당은 대통령의 인기에, 당 지지율에, 지리멸렬한 야권 상황에 넋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되돌아봐야 한다. 공든 탑이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다.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는 이상 신호들을 허투로 흘려 보냈다가는 진짜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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