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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당신이 가난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획기적인 저출산 대책을 내놓아 화제다. 지금껏 누구도 생각치 못한 발상으로, 조선족 이민 정책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라 한다. 그는 이민 문호를 개방해 출산율을 높이려던 독일의 실패를 예로 들며, 조선족은 문화적 쇼크를 줄일 수 있으므로 조선족의 국내 이민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집권여당의 대표이며 유력한 차기 대권후보의 인식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대략 난감'한 발언이다.

집권여당 대표의 파격적인 저출산 대책이 알려지자 야당과 시민사회는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보편적 복지의 아이콘인 이재명 성남시장은 SNS를 통해 "조선족이 애 낳는 기계도 아닌데 '연탄색깔' 인종 비하에 이어 조선족 비하"라고 비판하며 성남에서라도 출산지원대책을 더욱 강력하게 추진해야겠다는 결의를 내비쳤다. 시민들 역시 어이 없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저출산 대책이 고작 조선족 이민 정책이라니 황당하기 그지 없는 일이다.



ⓒ 국민일보


대한민국의 출산율이 세계 최하위권을 기록하고 있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2000년 이후로 저출산은 시대적 현상이 되었고, 갈수록 점점 심해지고 있다. 지난 2015년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월드팩트북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여자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하는 평균 출생아 수를 의미하는 합계출산율에서 조사대상 224개국 중에서 220위를 차지했다. 당연히 OECD 국가 중에서도 꼴찌다.

저출산의 이유는 다양하다. 그러나 결론은 대한민국에서는 아이 낳아 양육하기가 힘들다는 것으로 모아진다. 대한민국의 현실은 삼포세대, 오포 세대에 이어 칠포 세대(결혼, 출산, 내집 마련, , 희망 직업, 인간관계, 연애)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급기야 사회에 대한 젊은 세대들의 지독한 경멸과 냉소는 '헬조선'이라는 절망으로 구체화되기까지 했다. 이런 현실에서 과연 누가 아이를 낳아 양육할 마음이 생길까.

대한민국과는 반대로 출산율이 올라가고 있는 나라들은 출산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줄이기 위한 지원 정책들이 잘 구비되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보육 시설 등의 인프라 확장에 힘써 부모들이 마음 놓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놓고 있고, 출산에 따른 해고나 차별을 없애는 확고한 고용 정책 역시 마련해 두고 있다. 아이를 둘 셋 나아도 양육하기에 부담이 없는 사회 경제적 토대가 구축되어 있다면 출산율은 자연스럽게 올라가기 마련인 것이다.

정부 여당이 정말 저출산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면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이 먼저다. 청년실업, 고용불안, 비정규직 문제, 치솟는 주거 비용, 열악한 보육 환경, 극단에 이른 사회적 양극화 등 사회 경제적 불평등을 덜어내는 것이 급선무라는 얘기다. 조선족 이민 정책같은 귀신 씨나락 까먹은 소리가 아니란 말이다.

그동안 정부 여당은 사회 구성원의 90%에 해당하는 대다수 서민과 사회적 약자가 아니라 대기업과 부자, 기득권을 위한 사회 경제 정책을 펼쳐 왔다. 이명박 정권부터 시작된 대기업 프랜들리 정책은 여전히 이 사회를 관통하고 있는 경제 정책의 핵심 아젠다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재계를 동원해 국회를 압박하고 있는 경제활성화 법안도 그 속은 가뜩이나 열악한 노동현실을 더욱 비참하게 만드는 내용 일색이다. 이런 상황에서 집권여당의 대표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이라면서 조선족 이민 정책을 주장하고 있다. 코미디가 따로 없다.



KBS 뉴스


대한민국은 정부 정책과 사회 모순을 지적하면 불순분자, 종북주의자가 되는 나라다. 젊은이의 아픔을 청춘의 당연함으로 인식하는 나라이며, 취직이 안되는 이유를 노력 부족 탓이라 말하는 나라다. 해야 할 의무는 산더미인데 권리는 보잘 것 없는 나라이고, 포기할 것들이 점점 늘어만 가고 있는 나라다.

대통령이 철썩같이 약속했던 보육 정책이 하루 아침에 뒤집어 지는 나라이며집권여당의 대표가 국민이 나태해질까봐 보편적 복지를 해서는 안된다고 말할 수 있는 나라다. 600조가 넘는 천문학적인 사내보유금을 쌓고 있으면서 노동자의 임금을 깎겠다고 하는 나라이며, 국민의 삶을 진작시키기 의해 경제활성화를 하겠다면서 해고 요건을 완화시켜 주고 있는 나라다.

대한민국의 비극은 바로 여기서 시작된다 90%의 유익보다는 10%의 이익을 쫓는 자들이 모여서 열심히 경제 정책을 만들고 사회를 운용해 나간다. 그리고 상당수의 국민들이 그들을 맹목적으로 지지해 준다소수의 재벌과 기득권을 위해 존재하는 세력에게 정치권력과 언론권력이 넘어가 있고, 이에 대한 견제마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대통령과 정부 여당이 민의를 왜곡하면서 막 나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JTBC


많은 사람들은 가난한 사람이 부자들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는 정당에 투표하는 이유에 대해 의문을 품는다. 그러나 이제는 논점 자체를 완전히 새로 써야 한다. 부자들을 위한 정책을 만드는 정당에 투표하기 때문에 가난해진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와 같은 통념과 관성이 깨지지 않는 한 칠포세대의 비참한 현실은 결단코 바뀌지 않을 것이다. 차기 대권이 유력하다는 김무성 대표의 천박한 인식은 앞으로도 대한민국의 환경이 달라지지 않을 것임을 예고해 주는 신호나 다름없다. 


당신이 가난해질 수 밖에 없는 이유, 답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을 지도 모른다. 가난해 지지 않으려면 당신 안의 통념을 먼저 바꿔야 한다. 그것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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