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치

당명 바꾼 자유한국당, 숨겨둔 본색 드러내나

ⓒ 오마이뉴스


새누리당이 13일 당명을 개정했다. 이름하여 '자유한국당'이다. 당명 개정의 취지를 물었더니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서라 한다. 그런데 시작부터 삐그덕거리며 잡음이 속출하고 있다. 새로운 당명 및 로고와 관련해 이런저런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당명에 들어간 '자유'라는 단어에서 이승만의 '자유당'이 연상된다는 지적이 있는가 하면, 당명에 '자유'가 들어간 정당은 하나같이 몰락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자유한국당의 불행한 결말(?)을 예견하는 사람들도 있다.

자유·도약·화합을 형상화한 횃불 형태의 로고 역시 논란이다. 자유한국당은 자유의 여신상을 모티브로 보수의 핵심 가치인 자유와 열정, 진취적인 도약을 의미하는 화살표, 서로 포용하고 통합하는 형상을 조합해 로고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횃불 로고를 본 네티즌들의 반응은 차가움 일색이다. 횃불 문양이 국정원의 로고와 비슷한데다, 관제데모 의혹을 받고 있는 자유총연맹의 과거 로고와도 흡사해 부정적 이미지를 심어주기 때문이다.

심지어 자유한국당의 횃불 로고가 북한 김일성 봉화탑 횃불과 조선중앙방송의 로고를 연상시킨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이한 점은 자유한국당의 횃불 로고에 대해 보수세력의 비난이 집중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보수논객 변희재 전 미디어워치 대표는 13일 페이스북을 통해 자유한국당의 쇄신 작업을 주도한 인명진 비대위원장에 대해 맹비난을 쏟아냈다. 


그는 "인명진, 태극기 로고 쓴다고 눈속임하더니, 재빠르게 김일성의 보천보 전투를 기념하는 봉화탑 횃불을 채택했군요. 인명진이라는 거짓촛불 세력들의 새로운 영웅이 탄생했습니다. 봉화탑 이외에도 김정일이 김일성 생일 70세를 기념하여 세운 평양 주체탑 역시 횃불을 얹었듯이, 북한에서 횃불은 곧 김일성을 상징합니다"라며 인 위원장을 향해 맹공을 퍼부었다.

정광용 박사모 회장 역시 자유한국당의 로고에 격분했다. 그는 13일 "인명진, 제정신이냐'는 제목의 성명에서 "그동안 많이 참아왔다. 그러나 신당 로고를 보는 순간 더 이상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며 자유한국당의 로고가 북한의 주체사상탑과 비슷하다는 점을 문제삼았다.

그는 이어 "도시산업선교회 인명진, 차라리 북으로 가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하며, "저게 주체사상탑을 형상화한 로고지, 민주 정당의 로고냐? 입 발린 미사여구로 포장한다고 국민과 당원이 호락호락 속을 로고냐"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 오마이뉴스


오래 살고 볼 일이라는 옛말 그대로다. 철 지난 색깔론을 사골 우려먹듯 했던 자유한국당이 외려 종북 논란에 휩싸이게 될 줄 그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더구나 같은 편으로부터 "북으로 가라"는 치욕스런 독설까지 나오고 있으니 가관도 이런 가관이 또 없다.

그러나 정작 자유한국당은 크게 동요하지 않는 모양새다. 당명 개정과 새 로고 제작 등 일련의 과정을 통해 이미지 쇄신을 하려던 계획이 시작부터 난관에 봉착했는데도 마음은 벌써 콩밭에 가 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대통령 탄핵이 오래전 일인 것마냥 몰염치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   


당명 개정이 이루어진 날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들은 약속이나 한듯이 헌재의 탄핵 심판과 특검 수사에 문제를 제기했다. 뚜렷한 증거 없이 헌재의 탄핵 심판 절차가 진행되고 있으며 특검 역시 편파 수사로 일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간판을 바꿔 달자마자 감추고 있던 본색이 드러나고 있다. 이 모습 그 어디에서도 과거의 잘못에 대한 반성과 책임을 찾아보기 힘들다. 불과 한 달 전만 하더라도 숨소리조차 내지 못했던 그들의 궁색한 처지를 떠올려보면 기막힌 반전이 아닐 수 없다.

14일에는 전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삼성전자·이랜드파크·MBC 등에 대한 청문회 개최를 야권 단독으로 의결하자, 민주당을 '국가농단 세력'이라고 지칭했다. 언어도단에 적반하장까지 못하는 것이 없다. 후안무치의 끝판왕을 보는 것만 같다. 


자유한국당의 뻔뻔함은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같은 날 친박 핵심 의원인 윤상현 의원은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의 부당성을 주장하는 토론회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헌재 판결문을 보면 헌법과 법률에 대한 중대한 위반행위를 해야 탄핵이 정당하다고 돼 있다"며 "저와 많은 법조인들의 견해는 박 대통령의 행위가 중대한 위반 사유가 아니므로 법리적으로 기각돼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날 윤 의원은 박 대통령의 탄핵 심판과 노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은 그 내용과 성격이 완전히 다른데도 불구하고 이를 동일선상에서 비교했다. 악의적인 왜곡이자 무책임의 극치다. 게다가 박 대통령의 헌법 위반 행위가 중대하지 않다고 인식하는 대목에서는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 나라가 이 지경이 된 이유를 힘들게 멀리서 찾을 필요가 없다. 

자유한국당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대통령 탄핵 소추 때문에 새누리당의 간판을 내렸다는 사실을 모르는 국민은 없다. 박근혜 정권을 탄생시킨 집권당으로서 초유의 국정농단 사건에 책임을 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일 터이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은 반성과 사과는 커녕 일말의 책임의식도 보이지 않는다. 


혁신과 쇄신은 필연적으로 통렬한 자기반성을 수반한다. 이 과정을 생략한 채 혁신과 쇄신을 입에 담는 것은 비상식적일 뿐만 아니라 양심 불량이다. 단지 당명을 바꾸고, 쇄신 코스프레를 하는 것만으로 국민의 관심과 지지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다. 상식과 양심을 지키려는 당대인들의 집념은 자유한국당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크고 강하다. 



♡♡ 바람 언덕의 정치 실험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