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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뉴스타파,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다

뉴스타파가 또 다시 큰 일을 했다. 국세청도 하지 못한 일을, 아니 국세청이 해야할 일을 대신한 뉴스타파가 우리 사회를 향해 다시 한번 묵직한 돌직구를 날린 것이다. 뉴스타파는 이틀 전 1995년부터 2009년까지 조세피난처에 페이퍼 컴퍼니(유령회사)를 설립한 한국인이 모두 245명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뉴스타파는 이들 중 이수영 OCI회장과 부인 김경자 OCI미술관 관장, 조중건 전 대한항공 부회장과 부인 이영학씨, 조욱래 DSDL회장과 그의 장남 조현강씨 등 5명의 1차명단을 공개했다. 이번 발표를 주도한 뉴스타파 최승호 PD에 의하면 대표적인 조세피난처로 알려진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와 쿡 아일랜드 등에 페이퍼 컴퍼니를 둔 한국인만 수백 명에 달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마저도 수백만건의 데이터 중 현재까지 밝혀낸 정보에 불과할 뿐이라고 하니 얼마나 더 많은 사람들이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역외탈세 행위를 벌이고 있는 지는 누구도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최승호 PD의 말처럼 현재까지 찾아낸 245명은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이란 뜻이다.




<국세청도, 메이저 방송국도 하지 못한 일을 하고 있는 뉴스타파, 출처:구글이미지>


뉴스타파가 대관절 무엇이길래 국세청도 밝히지 못한 역외탈세의 실체를 파헤치고 있는지 뉴스타파를 모르는 사람들은 의아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잠시 뉴스타파에 대해 알아보겠다. 


뉴스타파는 전국언론노동조합과 해직 언론인들이 만든 인터넷 독립언론이다. 이명박 정권에 반기를 들었다는 이유로 해직당한 언론인들이 모여 저널리즘에 입각해 국민들에게 실체적 진실을 보도하고 공정하고 객관적인 방송을 목표로 만들어진 인터넷 방송이 뉴스타파다. 2012년 1월 27일 '10·26 재보궐선거 투표소 변경의혹'을 시작으로 시즌 1, 시즌 2를 거쳐 현재 시즌 3을 진행 중에 있다. 시즌 3에 맞추어 데스크 겸 대표로 김용진 전 KBS 탐사보도팀장이, 앵커로 최승호 전 MBC PD수첩 PD가 합류했고, 2013년 1월에는 신입공채 8명을 선발해서 파견 인력 포함 제작 인력이 28명으로 방송제작을 하고 있다.


광고주의 압력과 개입으로부터 자유롭고자 순수하게 시민들의 후원으로만 운영되고 있는 제작 인원 28명의 이 작은 인터넷 방송국이 우리 사회에 매번 경종을 울리는 핫이슈를 생산해내고 있는 것이 그저 놀랍기만 하다. 작은 인터넷 방송국에 불과할 뿐인 뉴스타파가 이렇듯 우리사회의 어두운 치부를 과감하게 드러낼 수 있는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야만 한다. 이들이 이렇게 할 수 밖에 없는 사연을 다름아닌 이명박 정권과 새누리당이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 뉴스타파를 만든 것은 이명박 정권과 새누리당이다


이명박 정권과 새누리당이 그동안 어떻게 방송과 언론을 장악하고, 이를 정권유지와 안보에 활용해 왔는지는 그동안 필자를 비롯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고 비판해 왔다. MBC, KBS 등의 지상파는 물론 케이블 방송과 조중동 등의 수구보수언론에 이어 종편에 이르기까지 이명박 정권은 방송과 언론 장악에 사활을 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공을 들여왔다. 이를 위해 이명박 전 대통령의 멘토이자 최측근인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을 필두로 주요 언론사와 방송국의 사장들을 이명박 대통령과 관련된 인사들로 채워 나갔다. 

 

<방송장악 의도가 없다던 이명박 정권, 그러나 실상은 전혀 달랐다. 출처:중앙일보>


그리고 이렇게 임명된 낙하산 사장을 반대하고 방송·언론의 공정성 회복을 요구하는 언론인들을 징계하거나 해고해 버렸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해고된 언론인은 MBC 8명, YTN 6명, 국민일보 2명, 부산일보 1명 등 모두 17명이고, 부당하게 징계를 당한 언론인은 무려 455명에 이른다. 뉴스타파는 이렇게 이명박 정부의 방송·언론의 공정성 회복을 요구하다 해고된 언론인들이 중심이 되어 만들어졌다. 뉴스타파의 앵커를 맡고 있는 최승호 PD의 최근 인터뷰 내용을 보자. 

  

"사실 저도 그 전에 방송사 MBC에 있었습니다마는 법률적인 보호라든지 여러가지 위상의 보호라든지 보호막이 튼튼하니까 상대적으로 안정감을 갖고 취재할 수 있는 부분은 있죠. 그렇지만 아시다시피 이명박 정부 이후에 지금 현재 박근혜 정부도 거의 마찬가지입니다마는 실제로 KBS나 MBC 같은 큰 거대 공영방송들이 권력의 입김에 좌우되기 때문에 더 이상 권력에 대한 제대로 된 견제를 하기는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그래서 뉴스타파는 그런 보호막은 취약할 수 있겠지만 원하는 취재를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더욱 기탄없이 권력 견제를 할 수 있는 곳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그가 말하고 있는 것 중 눈여겨 봐야할 대목은 두 가지다. 첫째는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아래에서의 일그러진 방송 현실, 두번째는 방송과 언론의 역할에 대한 부분이다. 뉴스타파는 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다면 존재의미가 없어진다. 뉴스타파와 같은 방송이 생길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 아래에서 방송 현실은 철저히 권력중심으로 재편되었고, 이로 인해 공정성과 공공성이 크게 훼손되어 버렸다. 가장 중요한 방송의 역활과 기능에 본질적인 문제가 생겨버린 것이다. 


살아있는 권력을 비판하고 견제해야 할 방송과 언론이 권력에 순응하고 종속되어 버리는 순간 방송과 언론은 국민들의 눈과 귀를 멀게하는 치명적인 독이 되어버리고 만다. 결국 스타파를 만든 장본인은 방송과 언론의 독립성과 공정성 및 공공성을 엿장수 맘대로 무너뜨린 이명박 정권과 새누리당인 셈이다.

 

 정말 엄청난 내용을 터뜨린 뉴스타파, 그러나 지상파 방송은

 

뉴스타파에 의해 확인된 역외탈세의 실상은 그동안 공식적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 어마어마한 거액의 자금이 해외로 빼돌려지고 있다던 세간의 예측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해 주었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국세청이, 거대 방송국과 언론들이 해야만 했던 일을 작은 인터넷 방송국에 불과한 뉴스타파가 하고 있다는 사실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뉴스타파가 파헤친 이런 엄청난 이슈를 대하는 방송 3사의 지극히 작고 초라하며 형식적인 방송내용과 너무나도 비교되기 때문이다. 


방송 3사의 '뉴스타파의 조세피난처 보도'를 보면, MBC는 뉴스타파의 내용을 그대로 전달하며 이브닝뉴스와 뉴스데스크에서 한꼭지로 전달하는 선에서 보도했고, KBS 역시 각종 뉴스의 경제단신에서 한꼭지로 단순사실을 전달하는 수준으로 방송을 내보냈다. 게다가 KBS는 뉴스타파의 이름을 뉴스타파라 칭하지 않고 '한 인터넷 언론매체' 등으로 호칭해 떳떳하지 못한 방송태도라는 비난마저 받고 있다.

 

 

<뉴스타파의 최영경 기자의 트윗 맨션, 출처:구글이미지 검색>

 

그나마 SBS가 관련 뉴스를 SBS 8시 뉴스 헤드라인에 두 꼭지에 걸쳐 상대적으로 비중있게 다루었을 뿐이다. 정작 자신들이 해야할 일은 시도할 용기도 신념도 없으면서 우리 사회의 더러운 치부를 드러내는 공익적인 내용조차 제대로 방송조차 하지 않고 있는 방송현실이 안타까움을 넘어 개탄스럽기만 하다.

 

 정부는 뉴스타파에 훈장이라도 수여해야하지 않을까?

 

뉴스타파의 이번 '조세피난처 보도'는 복지재원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박근혜 정부에게 숨통을 틔어줄 희소식(?)임에 틀림이 없다. 대선기간동안 대국민 공약으로 내세운 각종 복지공약들의 재원마련에 난색을 표하며 '복지공약 후퇴와 공약 파기 논란'에 시달렸던 박근혜 정부였기에 이번에 드러난 역외탈세의 실체를 면밀하게 밝혀낸다면 이보다 좋은 재원마련이 또 어디에 있을까 싶기 때문이다. 


정부로서는 손쉽게 재원마련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셈이고, 조세정의를 실현함으로써 재벌과 고위층에게 탈세에 대한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으며 국민정서에도 크게 부합하는 일석 삼조의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처럼 획기적인 재원마련 방안과 사회정의 실현에 앞장 선 뉴스타파팀에게 정부는 훈장이라도 수여해야 마땅하지 않을까? 이명박 정권은 공영방송인 KBS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크게 망가뜨린 장본인인 김인규 전 사장에게도 '텔레비젼 방송의 디지털 전환과 방송 콘텐츠 산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한 공로로 은탑산업훈장까지 수여한 마당이고 보면, 뉴스타파의 이번 보도는 은탑이 아닌 금탑(?)이라도 주어야 마땅하지 않을까 싶다.

 

 역외탈세자 끝까지 추척해야

 

2011년 ICIJ라는 국제적인 탐사보도언론인협회에서 입수한 수백만 건의 데이터들 중 뉴스타파팀이 한달 전부터 참여해 데이터를 분석, 한국인들을 걸려낸 것이 현재까지 245명이다. 그 중 실명확인까지 끝난 사람이 모두 20여명, 이틀 전 이들 중 5명의 실체가 드러났다. 그러나 현재까지 밝혀진 것은 지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최승호 PD의 말처럼 이제 그 첫발을 내딛은 것에 불과할 뿐이다. 안타까운 것은 그 첫발을 정부, 그중에서도 관련업무를 담당해야할 국세청이 아닌 '한 인터넷 언론매체'에 불과한 뉴스타파로부터 내딛게 되었다는 점이다. 정상적인 국가라면 정부가, 공영 방송국이, 언론이 뛰어난 정보력과 인재풀을 동원해서 사회적 공익을 위해 움직여야 마땅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이와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국세청도 역외탈세 적발을 하고 있기는 하다. 2012년에도 8천여억원의 역외탈세 실적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국세청은 그동안 자료부족 등을 이유로 역외탈세 적발에 난색을 표명해왔다. 이번 뉴스타파의 보도로 문제는 역시 의지에 달려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뉴스타파는 누구도 하길 꺼려했던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단 셈이다.)  

 

국가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국가와 국민에게 큰 불행을 야기시키기 마련이다. 특히 정부와 국세청은 이번 뉴스타파의 심층취재로 굉장히 마음이 불편할 것이다. 국민들의 따가운 눈총이 여간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는 국민이 국가기관을 신뢰하지 못하는 것은 국가기관이 국민에게 불신을 거듭 초래해왔기 때문임을 각성해야 한다. 뉴스타파의  '조세피난처 보도' 역시 국가기관인 국세청이 그들의 소임과 역할을 다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뉴스타파가 역외탈세자의 발본색원을 위한 첫 발을 내딛었다. 이제는 정부가 나서야 할 차례이다.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자원과 방법을 동원해서 실체를 명명백백히 밝혀야 할 것이다. 그것이 그나마 정부의 구겨진 체면을 조금이나마 만회하는 길이 아닐까 싶다. 뉴스타파가 고생 끝에 마련한 밥상인데, 숟가락까지 떠 줄 수는 없는 일 아니겠는가? 박근혜 정부는 책임지고 이 문건의 실체규명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