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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누가 '강경화'에게 돌을 던지나

ⓒ 오마이뉴스


현재 정치권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는 단연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다. 지난달 21일 문재인 대통령이 외교·안보라인 인선을 발표한 이후 강 후보자는 화제의 중심이 됐다. 비고시 출신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외교부 장관 후보자라는 상징성에 유엔에서의 다양하고 폭넓은 활동이 알려지며 그는 단번에 유명세를 탔다. 특히 그는 피우진 국가보훈처장에 이어 문재인 정부에서 두번째로 유리천장을 깬 인사로 기록되며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공약한 5대비리 공직배제 원칙에 발목을 잡히는 모양새다. 청와대가 이례적으로 강 후보자의 위장전입과 장녀의 이중국적 사실을 공개했지만 야권은 부정적 기류가 역력했다. 여기에 청문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부동산투기, 다운계약서, 세금체납, 논문표절 등의 의혹이 불거지자 임명에 적신호가 켜졌다.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청문회에서 야권은 이 문제를 집중 추궁했고, 결국 그에게 '부적격 후보' 딱지를 붙였다.

정의당을 제외한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야 3당은 강 후보자를 반드시 낙마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애초부터 부적격 판정을 내렸던 한국당은 물론이고 청문회를 지켜본 뒤 결정하겠다던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역시 '불가' 방침을 정했다. 다만 8일 의원총회를 통해 강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불가 방침을 확정한 국민의당과는 달리, 바른정당 내부에서는 아직까지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각에서는 강 후보자의 낙마를 기정사실화 하는 그럴 듯한 '설'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른바 '빅딜설'이다. 이낙연 국무총리와 서훈 국정원장의 임명 과정에서 드러난 흠결을 눈감아 주는 대신, 강 후보자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는 반드시 낙마시킨다는 것이 그 얼개다.

항간에 떠돌던 빅딜설은 이제 김 후보자는 통과시켜 주고 강 후보자는 떨어뜨린다는 내용으로 각색됐다. 내용의 진위는 확인하기 어려우나 청문회 이후 분위기가 김 후보자에게 우호적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야권이 낙마시킬 '타겟'으로 강 후보자를 정조준하고 있다는 것은 신빙성이 꽤 높아 보인다.


그렇다면 강 후보자는 왜 야권의 집중 타겟이 되고 있는 것일까. 야권이 집중적으로 제기하고 있는 의혹이 고위공직에 임명돼서는 안 될 만큼 치명적이기 때문인 것일까. 아니면 비고시 출신 비주류 여성인 강 후보자가 상대적으로 '만만'하게 보였기 때문인 것일까. 정부여당에 무작정 끌려가선 안 된다는 강경론과 발목잡기로 비쳐질까 우려하는 소심론 사이에서 누구든 하나는 반드시 떨어뜨려야 한다는 야권의 강박이 유독 강 후보자에게 쏠리는 이유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제기된 의혹을 먼저 살펴보자. 야권이 거세게 반발하는 가장 큰 이유가 강 후보자에게서 불거진 의혹일테니까 말이다. 먼저 청와대가 선제적으로 밝힌 위장전입과 장녀 이중국적 문제다. 현행법상 위장전입이 불법인 것은 맞다. 그러나 위장전입이라고 다 같은 위장전입이 아니다. 그 중  문제가 되는 것은 투기 목적의 위장전입이다. 강 후보자의 경우, 투기 목적이 아닌 자녀 교육 목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논란이 됐던 위장전입지를 친척 집이라고 밝힌 것도 관련 사실을 몰랐던 남편이 청와대에 경위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잘못 전달된 것으로 밝혀졌다. 

장녀의 이중국적 문제 역시 같은 맥락이다. 이중국적이 문제되는 것은 주로 병역면탈이나 출생이 임박해서 고의적으로 이뤄지는 경우다. 그러나 이 건은 강 후보자의 오랜 외국 생활에 따른 부득이한 경우로 기존에 문제가 됐던 이중국적과는 본질적으로 궤를 달리한다. 


거제 주택에 대한 증여세 늑장 납부 논란도 부풀려진 점이 없지 않다. 증여세 늑장 납부가 우리 사회 고위층의 단면을 보여주는 씁쓸한 장면이기는 하나 그것이 공직임명의 여부를 가늠할 결정적 요건은 될 수 없다. 증여세 늑장 납부가 낙마의 사유가 된다면, 같은 논리로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황교안 전 총리, 현오석 전 경제부총리, 방하남 전 고용노동부 장관, 노대래 전 공정거래위원장 등도 임명되지 말았어야 했다. 

이밖에 서울 봉천동 연립주택 취득세 탈루, 박사학위 논문표절, 거제시 땅 투기 의혹 등도 야권의 공세에 비하면 크게 드러나는 불법은 없었다. 봉천동 연립주택 취득세 탈루 의혹의 경우 어머니가 강 후보자의 명의만 빌린 것으로 밝혀졌고, 박사학위 논문표절 역시 크게 문제 삼을 수준은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기획부동산 논란이 불거졌던 거제시 부동산 의혹 역시 토지 매입과정과 용도변경 과정에서 불법 정황이 드러나지 않아 의혹을 위한 문제 제기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오마이뉴스


종합해 보면 강 후보자에게 흠결이 없는 것은 아니나 공직 수행에 걸림돌이 될 정도의 결정적 하자는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에 강 후보자에 대해 여성계,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일본군 위안부 피해 연구단체, 국가공무원노동조합 외교부 지부 등은 물론이고 보수인사인 전여옥 전 의원과 바른정당의 김용태 의원 등 사회 각 층의 지지가 잇따르고 있는 형국이다. 그들은 강 후보자가 전문성과 능력을 두루 갖춘 인재이며, 우리나라의 당면한 외교 현안을 슬기롭게 헤쳐나갈 적임자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처럼 강 후보자에게 제기된 의혹은 드러난 결과로 보나 과거의 사례로 보나, 낙마시킬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럼에도 야권은 도덕적 흠결이 많은 공직 후보자라는 부정의 프레임을 강 후보자에게 덧씌우고 있다. 야권이 유독 강 후보자에게 '돌'을 던지는 이유는 뭘까. 야권이 직면해있는 정치적 상황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새 정부는 현재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중이다. 문 대통령에 대한 압도적인 국정지지도를  바탕으로 촛불 민심의 요구였던 재벌 개혁, 검찰 개혁, 언론 개혁 등 적폐 청산에 박차를 가할 태세다.


야당의 고민이 바로 여기에 있다. 한국당은 적폐 청산이란 이름으로 행해지는 새 정부의 개혁 드라이브를 저지시켜야 하는 입장이다. 재벌·검찰·언론 개혁은 기득권에 대한 도전이며 지난 수십년 간 공고히 유지돼온 재벌·기득권 중심의 사회·경제 패러다임의 균열을 뜻한다. 재벌·기득권 세력의 이익을 대변해온 한국당이 반발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이는 한국당에서 떨어져나온 바른정당 역시 크게 다를 바가 없다.

국민의당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국민의당의 공세는 야당으로서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이낙연 총리 인준 당시 호남지역 정서를 의식해 찬성 당론으로 입장을 선회했지만 국민의당이 마냥 정부여당에 우호적인 스탠스를 유지할 수는 없다. 무작정 끌려다닐 경우 들러리 정당이란 비판을 받을 수 있는 데다, 야당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당내의 반발도 상당하다. 민주당과의 호남지역 주도권 경쟁을 고려해야 했을 것이며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잇점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정략적 의도도 숨어있다.

이런 이유들로 야권이 고른 대상이 바로 강 후보자다. 재벌저격수로 문 대통령의 절대적 신뢰를 받고 있는 김 후보자, 커다란 결격 사유가 드러나지 않은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요직을 두루거친 김동연 경제부총리 후보자보다는 여성 비주류인 강 후보자를 표적으로 삼는 것이 훨씬 수월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강 후보자는 문 대통령의 코드 인사가 아니다. 낙마를 시킨다 해도 반발을 최소화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이번 청문회는 벌써부터 후보자에 대한 흠집내기와 망신주기, 의혹 부풀리기 등으로 정쟁의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강 후보자의 경우 제기된 의혹이 과장되거나 왜곡됐다는 지적과 함께 이를 주도하고 있는 야권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무엇보다 여당 시절 의혹 자판기·의혹 백화점이라 여론의 지탄을 받던 공직 후보들을 비호하기에 여념이 없었던 한국당과 바른정당이 강 후보자를 향해 맹공을 펼칠 자격이 있는지부터가 의문이다. 그들은 양파껍질처럼 불거지는 후보자의 연이은 의혹들에 도덕성 부분을 비공개로 검증해야 한다고 하는가 하면, 청문회가 업무능력보다 신상털기식으로 진행되고 있다서 분통을 터뜨리며 청문회 무용론까지 제기한 당사자들이었다. 



강 후보자는 코피 아난, 반기문,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연이어 중용한 것에서 드러나듯 실력과 능력을 두루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엔 내의 신망과 평판도 아주 높다. 일각에서 주변국과의 협상 능력에 대해 의구심을 표하고 있지만 다년간 유엔에서 활동해온 경험에 비추어 크게 문제될 것은 없어 보인다. 유엔 인권위원회에서 일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위안부 문제의 합리적 방안을 도출해낼 것이란 기대도 크다. 여기에 비고시 출신 여성 외교부 장관이라는 상징성도 무시할 수 없다. 야권에 묻고 싶은 것은 강 후보자의 도덕적 흠결이 그의 업무능력과 전문성, 능력과 자질 등을 상쇄시킬 만큼 큰 것인가 하는 점이다. 그들은 질문에 답해야 한다. 지금 누가 '강경화'에게 돌을 던지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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