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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남경필 후보, 편의점 알바 할만합니까?

녹음이 우거져 푸르름이 더해가는 요즘 누구보다 정신없을 사람들이 바로 정치인들이다. 바야흐로 선거의 계절이 돌아왔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6•4 지방선거에 출마를 선언한 정치인들은 이제 일주일밖에 남지않은 선거일까지 자신이 가진 최대한의 것을 유권자에게 보여주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후보들이 내세운 각종 공약들이 만개한 벚꽃처럼 춤을 추고, 후보자들은 표심을 얻기 위해 낮은 자세로 유권자들과의 눈높이를 맞추기를 꺼려하지 않는다. 유권자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줏가를 한껏 끌어 올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는 측면에선 반가운 일이다. 


출마를 선언한 정치인들의 민생탐방도 이어지고 있다. 며칠 남지않은 선거일까지 무엇이든 보여줘야 하는 후보들에게 민생탐방은 가장 효과적인 선거홍보 수단이자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서민들의 고충과 애로사항을 듣고 이를 현실정치에 반영하겠다는 취지를 내세우며 현장으로 달려간다. 바람직한 일이다. 정치는 이렇게 이루어져야만 한다. 서민의 어려움과 애환을 외면한 정치는 이미 그 자체로 정치가 아니다. 정치인들의 민생탐방은 이와 같은 분명한 목적과 이유를 수반해야 의미가 있다. 그러나 대다수 정치인들의 민생탐방이 이와 같은 선한 의도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믿는 사람들는 거의 없다. 이는 정치혐오와 정치불신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새누리당의 남경필 경기지사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 기간 민생현장에서 숙박하는 '남경필의 무한도전'을 진행 중에 있다. 그는 그 첫번째 일정으로 지난 27일 오후 10시 경 경기도 김포 소재의 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 체험을 했다. 그의 선거홍보전략을 타박할 생각은 없다. 한시간도 아쉬운 마당에 없는 시간 쪼개기며 강행군을 하고 있는 그의 분투는 지극히 당연하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는 역시 행위에 담겨있는 정치적 의도다. 


"노동의 대가를 얻기 위해 상당히 힘든 일들을 하고 계시다는 것을 체험했다. 현장에서 나오는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려는 노력을 해야 죽은 정치가 안된다. 정치가 이제는 현장으로 와야 한다"


체험을 통해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은 신이 인간에게 부여한 소중한 축복이다. 그러나 '남경필 후보가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통해 이같은 깨달음을 얻고, 그의 말대로 현장의 목소리를 정치에 반영하려는 노력을 해주기를 진심으로 당부한다'고 말해주고 싶지만 도저히 그럴 수는 없을 것 같다. 몇 가지 측면에서 그렇다. 


굳이 체험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들이 있다. 더구나 남경필 후보는 집권여당의 유력한 정치인으로서, 한때 당내 소장파 그룹을 이끌던 리더로서 대한민국의 열악한 노동현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정치인이다. 그러나 그는 1998년 이후 지금까지 쭈욱 여의도에 머물러 있었으면서도,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려는 쪽의 반대편에 주로 서 있었던 정치인이었다. 죽은 정치를 파생시킨 세력의 한 켠에서 굳건히 자신의 영역을 지켜온 사람이, 이제는 정치가 현장으로 달려와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이율배반이자 자기모순이다. 따라서 남경필 후보의 언사는 각성이 아닌 위선으로 읽힌다. 




우리 사회엔 몇 시간의 편의점 아르바이트 체험만으로는 깨달을 수 없는, 저 몇마디 문장만으로는 도저히 담을 수 없는 구조적•경제적 모순들이 존재한다. 작년 이 무렵 연이은 편의점 업주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프렌차이즈 업체들의 가맹점을 상대로 한 '갑의 횡포'를 견디다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여기에는 남경필 후보가 잘 알고 있듯이 대기업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경제적 착취 및 예속과 불공정 행위의 정치•경제적 논제가 놓여있다. 이는 경제민주화가 이루어져야 비로소 해결될 수 있는 내용이다. 그런데 경제민주화는 지금 모두가 알다시피 누더기로 전락한 채 사실상 파기되고 말았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와 연계된 사회•경제적 문제들은 비단 이것뿐만이 아니다. 최저임금은 물론이고 국내 노동자의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비정규직 문제와도 맞닿아 있으며 노동자의 열악한 복지체계에도 연관되어 있다. 과연 남경필 후보는 이와같은 극단적인 대기업의 횡포와 열악한 노동현실 속에서 사회적 약자들이 신음하고 고통받고 있을 때, 집권여당의 유력한 정치인으로서 어떤 입장을 취해 왔는가.




몇시간의 체험만으로는 절대로 깨달을 수 없는 삶을 대다수의 서민들이 살아내고 있다. 정치인들이라면 마땅히 그들이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살아 내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이를 바로잡기 위해 노력해야만 한다. 그것이 정치인들이 해야할 마땅한 책무다. 현장에서의 아우성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충분히 차고 넘치도록 그들은 목이 터지도록 외치고 또 외쳐 왔다. 그러나 단 몇시간의 체험만으로도 단번에 깨달을 수 있는 노동현실을 당신들이 외면하고 거듭 외면해 온 것이다. 그런 면에서 당신들은 방관자였다, 그것도 철저한 방관자였다. 노동의 대가를 얻기 위해 대단히 힘든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체험했다구? 남경필 후보,  더 이상 민생을 구실로 서민들을 기만하지 말라. 서민들의 삶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더 비참하고 처절하다. 




* 이지미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